공동텃밭 가꿔 수확 작물 나눔 및 가공식품 제조
어르신 생일상 차리기 등 행복이 넘치는 마을 만들기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진월면 망덕리 장재마을은 약 450여년 전 형성된 자연부락으로 대부분의 주민이 연로한 작은 농촌 마을이다. 청년은 떠나고 몇몇 어르신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는 까닭에 다소 마을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반전을 주고자 조옥순 마을이장은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조옥순 이장은 “센터장님, 마을 공동체라는 게 있다는 데 우리 마을도 한번 해봅시다.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농사 뿐이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을에 노는 땅이 있어 이걸 가꿔서 주민들과 나눠보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가 다들 컴퓨터 같은 것을 잘 못해서 서류 쓰고 이런 걸 잘 못해요. 좀 도와주십쇼”라며 올해 초불쑥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60대 노장의 패기에 감복한 정회기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을 비롯한 마을활동가들은 조옥순 이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행복이 넘치는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올해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다.

맞벌이로 인해 주인들이 돌볼 수 없었던 농토 500평을 무상으로 임대해 비트, 오이, 호박 등 농작물을 심었다.

마을 공동 텃밭을 가꾼다는 소문에 십여 명의 주민들이 일손을 보탰다. 이들은 더운 여름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틈틈이 짬을 내 이장님과 함께 마치 자신의 밭처럼 공동텃밭을 일구기 위해 땀방울을 흘렸다. 유튜브에 올라온 최신식 작황법과 주민들의 노하우를 접목해 연구해가며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지었다.

특히 귀촌했지만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두 젊은 주민은 공동텃밭을 가꾸며 직접 땅을 마련해 텃밭을 일굴 정도로 처음 하는 농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했다.

수확한 오이와 비트로 주민들과 함께 피클을 담아 모든 주민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공동텃밭에서 수확한 단호박으로 죽을 쒀 마을 어르신들의 생일상도 차려드렸다. 수박 농사도 작황이 좋아 주민들과 함께 나눠먹고도 한참이 남았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고구마순과 서리태 콩, 파란콩을 심었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에도 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작황이 정말 좋다며 조옥순 이장님은 흐뭇해했다.

“야외에서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보니 마을 사람들끼리 마스크 쓰고 작업복 입고 일한 후 황급히 해산하고, 비대면으로 농작물을 나누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게 조 이장의 설명이다.

조옥순 이장은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농촌마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닥뜨리니 정말 많은 주민들과 어르신들이 우울함과 불안감을 호소했는데, 마을공동텃밭을 가꾸면서 야외에서라도 한번씩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들 살 것 같다며 좋아한다”며 “제 손으로 공동텃밭을 일궈 모두 함께 나눠먹으니 기쁨도 만족감도 훨씬 배가 돼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조옥순 이장과 장재마을 주민들은 자색고구마를 수확하면 썰어서 말려 분말로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나눠먹고 남은 것은 시범적으로 한번 상품을 만들어 판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런 공동체 경험을 토대로 마을기업까지 만들고 싶다는 장재마을주민들과 조옥순 이장. 이들의 도전이 장재마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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