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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통문’ 대한민국 인권선언문의 의미이경자 전남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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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6  2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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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자 전남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제정된 여성주간은 1996년부터 시행되었고, 2015년 7월 1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 되면서 ‘양성평등 주간으로 개칭되었다. 양성평등 주간을 실행하는 목적은 기존의 여성정책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여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올해부터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7월 첫주에 실행하던 양성평등 주간을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여권 통문의 날’을 포함하여 9월 첫주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평소 여성가족부의 다양한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당연히 여성의 인권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 ‘여권 통문’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22년 전(1898년 9월 1일) 한양 북촌에서 양현당 김소사와 양성당 이소사(소사는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300명의 여성들이 ‘여학교 설시 통문’을 발표하였다. 여권 통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는 온전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여성도 남성이 벌어다 주는 것에만 의지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만 평등한 인간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의식을 깨우치고 사회 진출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여성의 평등한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때문에 한국의 여성운동은 여권통문이 발표되던 그 시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양성평등 주간을 9월 첫주로 변경하면서까지 122년 전, 억압의 사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함께 기억하고 싶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 선언문인 ‘여권통문’은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궐기로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보다 10년이나 앞선 것이며, 1912년에 일어난 영국의 서프러 제트(여성 참정권 운동)보다 14년 앞선 것이라는 우월감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3월 8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빨간 장미를 선물하며 그 의미를 되새겨 왔다.

어디 그 뿐인가? 여성학 공부를 뒤늦게 시작한 나는 프랑스의 시민운동가인 올랭프 드 구즈(1748~1793)라는 여성을 무척 존경했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분야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는 외침을 항상 되새김질 하며 여성이 왜 정치적 분야에 진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기회로 삼았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으니 ‘여권통문’을 알게 된 이 시점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를 것이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올해 양성평등 주간 행사는 전국적으로 취소되거나 온라인 강연회 및 간단한 전시회 등으로 대체 되었다. 광양시에서도 양성평등 주간에 대한 별다른 기념행사가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쉬움은 있으나 무엇보다도 코로나 19의 종식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년을 위한 양성평등 행사 아이템을 한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그동안 광양의 양성평등 주간의 행사는 대부분 기념식과 유공자 표창 후 화합의 한마당으로 끝나는 행사를 가져왔다. 물론 양성평등 주간을 기념하고 여성들의 재능을 표면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양시 양성평등 주간을 검색하면 대표적으로 검색되는 내용에 차별화가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성평등 도서관을 제안하여 ‘젠더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거나 텔레그렘 N번방 사건이 이슈화 되었을 때 디지털 성폭력 방지와 같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아니면 서울시처럼 성평등 언어를 제안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사업을 통해 여성단체의 활동이 중심화되고 이슈화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곧 122년 전, 세계보다 앞선 인권선언문을 발표한 우리나라 여성운동가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응답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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