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전남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 이경자 전남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

전남여성가족재단의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로 활동한 지 올해로 3년차가 되었다. 전남 여성가족재단은 서부권에 있기에 교육을 이수하러 가는 시간적 투자와 경제적 투자가 병행되는 일이었다.

각 시도별 사업을 평가하는 일이기에 해마다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각 지역마다 대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주류여성을 20명씩 만들어 내는 것이 꿈이라는 재단 원장님의 사적인 목표에 동의하였기에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란 법령, 계획, 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함으로써 정부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의 지위향상에 초점을 두던 시기(WID,1975~1985)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주장하던 시기(GAD, 1985~1995)를 지나 성주류화 시기(GMS, 1995~현재)에 이르렀다.

성주류화는 모든 정책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하는 것으로 기존의 남성이나 여성에게 편중된 혜택을 동등하게 재편하여 성불평등 구조 개선을 통해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성주류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성주류화 도구중에 성인지 통계라는 것이 있는데 성인지 통계구축이 왜 중요한가에 대하여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전남도에서 어업인의 삶의 현장을 찾아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도정 시책을 홍보하는 수산인 소통 간담회를 3년째 운영했다. 그동안 참석자 통계를 보았더니 18년에는 통틀어 100명으로 표기하였으나 19년에는 여성 20명, 남성 80명으로 표기되어 남성 참석자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간담회에서 대부분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남성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 어업인은 손과 팔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절한 어가 장비의 개발이 필요하고 고령 여성 어업인의 빈곤에 대해 말해야 한다. 아울러 수산물 가공품을 포장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어업인 단체의 대표는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고 부부가 같이 어업에 종사 해도 가구주인 남성이 간담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여성의 어려움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별영향평가서에 여성 20명, 남성 80명의 성별격차 원인 분석으로 ‘여성 어업인의 참여 및 대표성과 여성 어업인의 의견 반영률 제고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내년도 사업부터는 간담회나 설명회에 여성 어업인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홍보활동을 강화할 것이고 여성의 발언 기회를 확대하여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성별 통계의 구축은 여러 가지 정책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주류화의 도구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월 3일 발표된 2020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성가구주는 10년 전보다 42% 증가했고 여성 국회의원 및 여성 장관의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성폭력, 가정폭력, 불법촬영은 5년 전보다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통계를 기반으로 폭력에 취약한 여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누군가는 결국 여성만을 위한 통계구축이라며 역차별을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평등을 일상으로 바꾸는 노력인 것이다.

광양시에서도 성별 분리통계 구축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모든 사업에서 사업 참여자의 성별분리통계가 생산돼야 하고 이를 반영해 성인지적 관점에 적극 활용돼야 한다.

이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양시 단체들의 이사진과 운영위원의(결정권자라 할 수 있는) 남성대 여성비율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광양시 몇몇 단체들이 운영위원회를 실시하는 사진을 SNS에서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만 보면 대부분 남성이 20명이라면 여성은 2명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운영위원의 회비가 높게 책정됐거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대표는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특정성별에게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여 모든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성별 분리통계 구축이라는 성평등 도구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시도에 비해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광양시가 되기를 희망하며 양성평등 주간을 기억하고자 신문의 지면을 빌어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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