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음식 품앗이 ‘모두의 밥상’ 공동체 운영
전통 음식 문화 계승 위해 시니어들이 강사로 나서
젊은 요린이들에게 식재료 활용법과 조리법 안내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 요린이 - 요리와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로 요리 초보자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장기화하면서 ‘집밥’이 대세가 된 지금,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세대를 잇는 음식 품앗이를 공동체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0 전남 마을공동체 씨앗단계에 선정된 ‘행복한작당’은 광양아이쿱생협 내 시니어 동아리가 주축이 된 마을공동체로, 매월 1번씩 젊은 요린이들을 위한 요리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윤용자 행복한 작당 대표는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요즘 젊은 친구들이 몸에 해로운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반조리 식품을 즐겨 먹는것이 안타까웠다”며 “식재료의 특징, 보관법, 활용법 등 가정식 요리에 대한 정보를 주고 건강한 식문화를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밥 전문가인 시니어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고추장, 마트에서 사먹는 걸로만 알았다고요?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어요. 합성첨가물 없이 건강한 고추장 만들어 가족들의 건강 챙겨봅시다.”

지난 4월 둘째 주 수요일 중마동 자연드림 체험장 내에서 열린 첫 요리 수업은 간편 고추장 만들기 시간이었다.

갱년기 여성으로 구성된 행작 회원 10명은 지역에 거주중인 기혼 여성 15명에게 본인들의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 같은 열정이 전달됐는지 수강생들은 평소 아무 고민없이 마트에서 구매한 고추장 속에도 합성첨가물이 들어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으며 식재료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또 기름의 종류에 따라 샐러드용, 튀김용, 부침용 다 다르다는 점과 기름 온도에 따른 맛의 변화, 식재료 종류에 따라 튀김시 발생하는 화학 작용 등 전문적인 요리 강습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특히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딸기잼을 활용한 매쉬포테이토, 김밥과 어묵탕, 카레, 피클, 돈가스 등 매회 새로운 요리법과 재료를 통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수강생들은 “냉장고에 방치된 식재료를 활용해 멋진 한상을 차려내는 스킬을 전수받아 생활비도 절약됐다”며 기뻐했다.

행작 회원들은 “점점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는 가정들이 늘면서 음식 조리법의 세대 간 전수 문화가 단절될까봐 걱정됐었는데, 반찬 품앗이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특히 시니어들도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집밥을 해 먹는 일이 줄어들었는데 딸 같은 친구들과 함께 집밥을 해 먹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참 보람차다”고 강조했다.

행복한 작당의 활동이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반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 간의 융합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또 건강하고 안전한 식자재로 만든 반찬을 통해 참여한 구성원 가족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며 윤리적인 소지를 이끌어내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기 위해 다음달 요리 대회를 계획중이다.

박지현 행복한 작당 실무자는 “코로나19로 인해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항상 열정을 다해 준비한 시니어들과 젊은 엄마들의 기대와 만족감이 높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지속적으로 ‘반찬 품앗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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