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질기고 모진 코로나 사태에다 일찍이 유례없는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수해를 두고 책임 공방이 뉴스를 장식하고 오직 원망과 바람의 말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상이 된다. 코로나건 장마건 기후 위기 때문이며 그 원인의 근저에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면서도 서로 용인하고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미안하고, 5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가 나고, 주택이 떠내려가고 매몰되며 가재도구가 침수되고 소등 가축과 애써 가꾼 농산물이 폐사되고 쓰레기로 변하니 수재민과 농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서울의 자식들 및 친척들과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기껏해야 재난지침에 따르며 드라마와 야구중계 시청과 독서로 소일하는 집콕의 처지지만 미안함과 측은함으로 마음이 무겁다.

오늘날의 상황이 불가항력(不可抗力)처럼 육중함을 느끼면서도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위로받는 방법은 없을까? 소통전문가 김정탁은 『장자내편』에서 소중한 화두를 끄집어낸다.

서양 중심 소통이론은 “정확한 개념, 올바른 문법, 선명한 논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언제나 세상을 옳고 그름과 승자와 패자로 나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장자는 차이와 자기주장을 강조하는 작은말(小言) 대신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큰말(大言)의 차이와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오랜 연구 끝에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2015년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암과 동아시아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서 암 환자들이 주로 소언을 즐긴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이론에는 소소한 일상의 쌓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내재하여있다.사람들 중에는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말로 주위를 밝고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어투로 주위를 무겁게 하고,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정희진은 인간의 생활 태도는 슈퍼에서 생활용품을 사듯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으로 습관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 세상에 그 사유야 많지만 나는 그 차이를 약간의 타고난 기질,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감사하는 마음에 대한 감수성에서 찾아볼까 한다.

레오 보만스가 쓴 『세상의 모든 행복』에는 세계 49개국의 102가지 유형의 구체적인 행복의 기준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미국이 ‘실패에서 배운다.’ 등 16가지, 영국이 ‘행복의 근육을 단련하다.’ 등 10가지로 많은 편이고 아시아권에선 중국이 ‘관계의 중요성’ 등 4가지가 소개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한 가지만이 소개되며 행복 인식의 척박함을 보여준다. 20년 이상을 행복연구에 종사한 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한국인의 행복의 핵심은 타고난 기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낙관적이고 명랑한 기질은 행복의 가장 강력한 요소다.”라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크게 자랑할 것 없이 보여도 일상이 즐겁다는듯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좋은 쪽으로 보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타고난 축복인가 보다.

나이가 들며 어느 날부터인가 삶의 불편함과 몸의 통증이 생겨나면서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
던 나의 몸이 아프고 힘들고 피곤하다며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누군가는 암에 걸리고, 언제나 청춘인 줄 알았는데 소위 대사 중후 군에 따라 한두 가지 조제약 복용은 일상이 되고, 이곳저곳에서 뇌나 심장과 혈류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인들의 소식이 전해진다.

25년을 장수 연구에 정진한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도 질병이라 일갈하며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은 노화는 살상에 가까우며 다른 종으로의 전환과 같이 급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65세까지 심각하지 않았던 노화의 증상들이 70부터 뚜렷하게, 80부터는 극명하게 논리적 예측을 초월하여 닥쳐온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부족함에 길들여진 인체는 폭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명의 연장됨에도 조응하지 못하며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을 만들어가고 있다.

건강 수준의 전반적인 저하는 평온과 여유로움의 위로를 향유하지 못하고 짜증과 화를 앞세우는 대화 자세를 보여준다. 나의 대화방식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건강 문제임을 한 번쯤 반성해 보면 어떨까.

행복의 수준은 감사하는 마음에 비례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주위 분들을 눈여겨 보면 표정과 일상이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무엇엔가 감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생명의 싱그러움 속에 묻혀 사는 농민들이 손님의 세상 이야기를 경청하며 미소로 화답하는 이·미용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뜻밖에 생각이 반듯하고 불평이란 없음에 신비감을 느낄때 가 있다. 세상이치에 귀 기울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려가 일상이 된 분들에게 누군가 축복을 준다면 그건 감사하는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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