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전업주부들 모여 다양한 공예품 제작 활동
코로나19로 지친 엄마들에게 치유의 시간 제공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YOLO모여라~!!(욜로 모여라)’
금호동 엄마들이 만든 마을공동체 ‘위드(함께)’가 2020년 전라남도 마을공동체 활동 사업으로 진행하는 사업명이다. 이는 소리나는 대로 ‘여기로 모여라’를 의미하기도, you only live once의 두문자어, YOLO(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박상희 위드(함께) 대표는 “광양제철소 사택은 아름다운 풍경과 복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차가 없는 전업주부들의 경우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남편의 퇴근이나 쉬는 날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별다른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들의 경우 생활이 단조로워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열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엄마들 5명은 직접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함께 이야기하고 몰입할 취미생활을 공유할 판을 짜보기로 하고, 전남도 공모사업에 도전해 선정됐다.

이들은 학교, 어린이집, 주택가 등 금호동 곳곳을 돌아다니며 ‘1달에 두 번, 격주 수요일마다 만나서 수다 떨고 공예 작업을 함께 해보자’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렸다. SNS 홍보도 열심히 했다. 그러자 20여명의 신청자들이 함께 하겠다고 모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이를 돌보는 엄마들도 두려움에 외출을 꺼렸다. 대부분 아이들이 어린 젊은 엄마들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박상희 대표는 “초반에는 모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분들이 있었지만, 적은 인원이라도 모여 방역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쓴 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자는 의견들이 있어서 시작했다”며 “프로그램 시간을 단축하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율해가면서 벌써 반년째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사업이 거의 끝나가는 요즘은 오히려 엄마들이 ‘숨 좀 쉬자’며 이 시간만 기다린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단지 단조로운 생활에 우울했다면, 올해는 더욱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매끼를 챙기고,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고, 공부도 봐주고, 모든 게 엄마 몫이 되면서 이들의 스트레스는 폭발 직전의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더욱 이런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박 대표는 “이번 주는 스텐실 기법으로 각자의 이름을 넣은 손가방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특별한 나만의 가방을 나를 위한 선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특히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주는 모습들이 많아 마을공동체 활동이 엄마들의 치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드는 공예품은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명절 맞이 용돈 봉투, 천연오일을 활용한 비염스프레이, 악세사리, 방향제 등 실용적인 물품이다. 이들은 마을공동체 사업계획에는 없지만, 반년 동안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열정을 다해 만든 결과물을 전시하고 판매해보자는 더 큰 포부가 생겨 프리마켓도 준비중이다.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마을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물론, 이를 발전시켜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관광두레활동 등으로 키워가며 전업주부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사회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더 큰 바탕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동은 ‘집’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던 전업주부들의 사회활동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던 열정을 깨운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가족만 알았던 주부들이 이웃과 우리라는 공감대를 만들고, 마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더 많은 재밌는 일들을 찾고 있는 중이기에 엄마들의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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