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대책위 “암 발병 등 피해 막심한데 한전은 외면”

“한전, 주민들 고통에 책임지는 자세 보여줘야 할 것”

지난 1987년 변전소가 자리 잡은 뒤 암 발병과 재산 피해 등을 호소해왔던 광양읍 사곡리 억만마을 등 3개 마을주민들이 변전소 이설과 전자파 등에 따른 주민건강 영향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변전소 건립 이후 30여년 동안 주변발전소 건립으로 추가 증설 등을 통해 154kv 2개 노선, 345kv 4개 노선 등 모두 6개 노선, 40여 개의 송전탑이 마을을 포위하는 형국에 이르렀으나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행정과 정치권의 외면으로 주민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호소다.

사곡리 억만마을 등 변전소 인근 3개마을 주민들이 모여 만든 광양변전소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사곡변전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3개마을은 주민 500여명이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산촌 지역이었으나 30여년 전부터 변전소가 운영되면서 점차 황폐화 돼가고 있다”며 “그러함에도 정치권이나 행정 등의 외면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변전소가 들어서면서 우리 마을은 47개의 고압철탑(송전탑)이 병풍을 두르듯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답과 임야를 생업으로 삼았던 주민들은 항공방제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폐농 지경에 이르렀고 땅조차 매매할 수 없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수십 년째 보고 있다”며 묵은 넋두리를 쏟아냈다.

주민들은 특히 “변전소 전력 송출로 인해 3개 마을 곳곳에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장기간 전자파 노출로 인한 발병 원인으로 의심되는 암 환자들이 발생했다”며 “변전소 가동 후 30여년이 지난 현재 마을 주민 60여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투병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변전소 운영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한전은 무책임한 처사로 일관하고 있고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등 지역정치권마저 외면하면서 주민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청와대와 국회 앞, 그리고 한전 본사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압철탑(송전탑) 지중화 △전자계 자기장 주민건강 영향조사 △재산권 피해 실상조사 및 공개 △(불수용 전제)변전소 이설 △광양시와 광양시의회의 주민피해대책 협의 △모든 조사 시 주민추천 조사위원 참여보장 등을 요구했다.

실제 사곡리 주변은 사곡변전소가 들어선 이후 광양제철소 k파워발전소 345kv 노선 등 각종 시설용량 증설 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철탑 수 기준 단일지역 전국 최고의 밀집도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세풍산단 등 신규 산단 건립에 따라 추가 전력공급까지 이루어질 상황이어서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악화될 예정이지만 한전은 관계 법령과 학계 논문 등을 내세워 주민 요구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대책위 관계자는 “변전소 건립 이후 위암, 폐암, 췌장암, 혈액암 등으로 이미 마을 주민 수십여명이 죽고 십여명 투병 중이지만 한전은 송전탑 전자계 자기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학계 논문을 내세워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3개 마을이 있는 지역은 농사를 많이 짓는데 특히 광양밤 생산량 많았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폐농 상태”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확장에 따라 지가가최소 20만원 가까이 상승한 인근 농촌지역과는 달리 수십 년째 시세변동이 없는 맹지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 평균 지가는 평당 3만원 수준이나 이마저도 아예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광양읍 세풍리 등 속속 발전되는 지역과는 달리 마을이 오지로 전락했다. 변전소 기지가 돼버렸다. 광양읍 죽림리, 사곡리가 아니라 철탑리가 돼버렸다”며 “이제 정치와 행정에서도 나서지 않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마을을 둘러보면 주민들이 세상이 떠나면서 폐가도 흔하다. 이대로 가다간 3개 마을은 분명 폐촌이 된 것”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다면 최소한 지중화만이라도 이행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주민을 억누른 채 일방 건립된 변전소 가동으로 발전해 온 한전은 더 이상 주민피해로 이익을 얻거나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변전소 주변 마을 주민들의 고통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한전 측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전국 변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공동투쟁에 나서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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