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표단 “용역 기간 최대한 단축해 달라”

주민 참여 배제와 조사 신뢰성을 두고 파국을 맞았던 섬진강 피해조사위가 다시 정상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8월 집중 호우로 섬진강 등 댐하류지역 수해피해조사를 위해 조사위원회가 가동됐으나 조사범위 등을 두고 일부 조사위원이 조사위 참여를 거부하고 구례 등 피해주민들 역시 국무총리 직접 조사를 요구하는 등 파행을 거듭한 끝에 피해 발생 3개월여만에 용역 발주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법제처 회의실에서 열린 첫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에서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정부 부처 중 환경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에서 참석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수해 피해가 컸던 전남도, 전북도, 경남도, 충남도 등에서 참석했다. 여기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천한 전문가 7명과 지방주민대표 7명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용역 발주는 환경부가 주관하고 용역 기간은 6개월로 정해졌다. 또 피해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반영키로 하고 관련 부처와 피해지역 지자체는 조사 용역에 최대한 협조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대표들은 피해 원인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한 용역을 발주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한편 용역 기간도 6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단축해 달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용역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보상 역시 그만큼 늦어질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민대표들은 또 손해사정인, 감정평가사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이에 따를 책임 규명도 함께 요구했다.

한 주민대표는 “수해 발생 100일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피해조사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떤 일도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 피해주민의 아픔이 빠르게 치유되고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의회 내부에서도 관심을 통해 신뢰를 쌓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환경부가 구성한 ‘댐관리 조사위원회’는 최악의 침수를 당한 섬진강댐과 용담댐, 대청댐, 합천댐, 남강댐의 운영관리의 적정성, 하류 홍수상황 등을 조사하는 한편 댐관리 개선방안도 함께 제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3차 회의를 끝으로 민간조사위원 17명 가운데 15명이 줄사퇴하면서 사실상 조사위 활동이 중단됐다.

환경부가 조사위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환경부가 조사위원들에게 준수를 요구한 운영지침 중 조사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것이다.

비공개인 조사위 운영지침엔 댐 운영에 관한 내용만 조사할 것을 명시하고 피해주민이나 이해당사자와의 접촉, 정보공유 금지 등의 내용이 담고 있는 데다 댐관리에 관한 정보 역시 위원장을 통해서만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조사위원들의 반발을 샀고 피해주민들 역시 댐조사위를 신뢰할 수 없다며 국회 등지에서 국무총리실의 직접 조사 등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와 주민대표단과의 극적인 합의에 따라 피해 원인 규명과 범위는 물론 피해보상 문제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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