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상 수상한 김제원 광양5일장 상인회장

광양5일장을 가는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다.
어머니의 등 뒤를 졸졸 따르던 코흘리개 시절엔 봉지에 담긴 대파 한 다발 들어준 대가로 얻어먹던 팥죽이나 잔치국수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고 가을 수확을 끝내고 농협에서 수매대금이 들어온 날처럼 어쩌다 집안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던 날이면 뜨겁게 열이 오른 기름에 쏴르르르 거품을 내며 한 마리 통째 튀겨지던 통닭을 누런 봉지에 담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뿌듯하지 않을 재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광양장은 어린 마음에 늘 주전부리할 게 많은 뷔페나 다름없었다. 뿐인가. 어디선가 뻥뻥뻥 흰 연기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터지던 던 뻥튀기 기계는 다시 봐도 신기했고 간혹 손에 들려진 새 옷에는 치자꽃 냄새마저 풍기는 듯했다.

그리고 코흘리개 아이도 이제 나이가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광양장을 찾는다. 이젠 그저 사람 냄새가 좋아서다. 대형마트와는 달리 날 것의 생들이 모여서 삶이 파닥거리는 느낌이 아니 좋을 수 없다.

푼돈이 오가면서도 흥정은 이루어지고 사뭇 치열한 눈치작전이 주고받는 중에도 후한 인심은 언제나 ‘덤’이라는 이름으로 얹어지는 그런 삶들이 모여 흥청거리는 장 풍경에는 추억을 불러오는 묘한 재미까지 더해져 어느 사이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매달리는 것이다.

16일 오후에 찾은 광양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서둘러 오전에 다녀간 이들이 많아 그렇기도 하거니와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즐겨 광양장을 찾았던 이들의 발길이 잔뜩 움츠러든 까닭이다.

그렇게 아쉽게도 좀은 한산한 장터를 거닐어 싱싱함이 살아있는 생선과 각종 계절 야채가 쏟아져 나온 노점을 곡예 넘듯 지나치면 새단장 한 얼굴과는 달리 만만찮은 역사를 담고 있는 야채가게 ‘정일상회’가 웃음 가득한 얼굴을 사람을 반기는데 바로 김제원 광양5일장 상인회장이 25년째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 광양장엔 상설영업점포 91곳과 유개장옥 89곳 등 총 180곳이 운영 중이며 여기에다 장이 서는 날이면 만날 수 있는 노점 330곳에 이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점포는 물론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상인회 가입율 100%에다 회비납부율까지 100%일 만큼 단합과 연대가 끈끈하다는 점이다.

올해 2월부터 광양시로부터 노점운영관리를 위탁받아 상인회의 독립적인 운영 관리에 땀을 쏟은 결과다. 거기에다 꾸준한 선진시장 벤치마킹과 상인대학과 상인전문교육 등을 통해 상인조직역량을 강화시키면서 공동체라는 의식이 저변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게 이 같은 연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 김제원 광양5일장 상인회장

지난 2014년 상인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이 지난 6년 동안 힘쓴 것 역시 시장경쟁력 강화다. 무엇보다 점포는 물론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친철을 앞세우고 상인의 마인드를 제고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활성화와 홍보를 통해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이 97%에 이른다.

또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특징을 고려해 광양소방서와의 협조를 통해 합동소방훈련을 진행해 현재 점포별 화재공제에 가입률이 크게 향상됐다.

소통과 화합은 결국 광양장 활성화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2억2800만원이던 장날 시장 전체 하루 매출액이 2017년 2억3900만원, 2018년 2억5300만원 등 매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용카드 가맹률 60%, 원산지 및 가격표시율 85%, 제로페이 가맹율 35% 등 결제 편의 제고를 위해 땀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광양상인연합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역기업과 전통시장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2014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함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쳐 온 인연을 통해 포스코 광양제철

소는 물론 광양항만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이라는 성과도 내놨다.

김 회장이 운영 중인 ‘정일상회’는 사실 3대를 이어오고 있는 야채가게다. 할머니의 쌀전을 거쳐 온 어머니의 야채가게를 그가 이어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광양장터는 어릴 적 뛰어놀던 곳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3대에 걸쳐 가게를 운영하면서 전통시장의 흐름을 지켜봤다. 침체기에 들어간 전통시장의 변화와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고 상인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양지역 최대 5일장이라는 광양장의 명성을 회복하고 싶었다.

취임 후 그는 택배업체와 협약해 택배 서비스를 진행, 고객 만족도를 증대시키고 토요야시장, 기운찬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청년상인 육성하는 한편 지난 2018년 12월엔 기운찬시장협동조합 온라인 시장을 개설, 지역상품 판매를 시도했다. 이는 결국 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더구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문화관광형 시장사업을 통해 유개장옥 매대 설치, 토요장터, 고유브랜드인 <해누리>를 출범시키는 등 다양한 단위사업을 진행해 시장 환경 개선과 고객 유치에 힘을 쏟았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상인회의 협조로 과분한 상을 수상하게 됐다”며 입을 연 김 회장은 “전통시장은 지역주민 소통의 장이기도 하고 지역경제의 흐름을 판단하는 가늠자이기도 하다”며 “비록 마트와의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긴 하지만 전통시장의 정감을 살리되 소비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인 시설현대화와 친절을 통해 전투력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 중 해마다 30~40개 시장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통시장도 결국은 살아남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긴 하나 광양장 점포들을 먹거리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파는 노점 역시 최대한 많이 들어와 계절별 상품을 내놓는 등 시대변화에 발맞춘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경쟁력과 전투력을 갖춘 청년들이 시장운영에 들어와야 한다. 그러면 청년들이 찾아오는 전통시장으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e-스포츠와 놀이터 등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 쇼핑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남을 꾀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