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들 대상 냅킨아트‧한지공예
친밀감‧성취감 높여 코로나 블루 극복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용이 승천하는 지형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옥룡면 흥룡마을은 현재 41세대 89명의 주민이 거주중이다.

예부터 이 고장에 인물이 많이 배출되기로 유명한 흥룡마을은 올해 처음 전라남도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예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민 대다수가 노인 세대인 흥룡마을이 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직장 생활로 인해 도심권에서 활동하던 서대석 이장이 본가로 이주한 후 이장을 맡으면서다.

서대석 이장은 “지난해 마을공동체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초청받아 갔더니 여러 마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며 “우리 마을도 공동체 사업을 통해 주민들간 친목을 도모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모아’라는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이장은 여성 노인 비중이 높은 주민들의 특성을 고려해 아내인 김지연 총무에게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김지연 총무는 어르신들의 치매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해 소근육 활동을 늘리고 성취감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결과물을 창조할 수 있는 냅킨아트와 한지공예 사업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수업은 마을회관에서 주 1회, 14주에 거쳐 진행됐다. 반제품 상태인 나무를 조립하고 페인트 칠하고 말려 사포질하고, 또 채색하고 무늬를 입히는 냅킨아트를 하면서 어르신들은 당신들의 작은 손놀림에 어엿한 작품이 탄생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며 한껏 들뜬 반응이었다.

김지연 총무는 “어르신들이 예쁜 색, 무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은근히 경쟁하고 잘하는 사람 부러워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시기도 했다”며 “아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하시고 소리내어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또 한지공예를 진행할 때는 문풍지 바르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서로간의 노하우를 대방출하며 젊은 시절의 모습들을 추억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이 폐쇄됐을 때는 잠깐 프로그램 운영을 멈췄다.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언제 또 만들기 하냐, 빨리 완성하고 싶다”며 열정을 비추셨고, 다소 상황이 잠잠해진 시기에 맞춰 감염 예방을 위해 야외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어르신은 “코로나19 때문에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밖에서라도 이렇게 하니 페인트 냄새도 안 나고 더 잘 말라서 좋은 것 같다”며 “매일 누워서 TV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는 노인들한테 새로운 일도 만들어주고, 작품 전시회도 하니 자식, 손주들한테 자랑할 일도 생겨 더없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르신들 모두 처음 공예 프로그램을 접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이라 강사 1명이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김지연 총무는 바쁜 일상에서도 강의 때마다 짬을 내 준비부터 진행까지 보조 업무를 자처했고, 3-4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르신들의 작품 활동을 도왔다.

김 총무는 “자원봉사자님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보답해드릴게 없어 고민하다 1365에 직접 연락해 봉사시간을 올려드렸다”면서 “매번 회관 청소까지 도맡아 해주시고 정말 자원봉사자분들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서대석 이장은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의 건강이 염려되고 행여나 큰 일이 날까봐 조마조마했었는데, 그래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시는 어르신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진행했다”며 “덥거나 추워도 날씨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신 주민들과 강사님, 자원봉사자 여러분들 덕분에 무탈하게 사업이 종료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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