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 정책실장

▲ 박영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 정책실장

배움은 내가 사는 시·공간, 마을에서 경험되고 실천되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세상이 멈춘 것 같다. 그러나 멈춤이 아니었다. ‘돌아보기’ ‘둘러보기’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마을에 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마을에 산다. 내가 자라는 이 마을로부터 동떨어진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배움은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신들의 삶을 디자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참고서에서 떨어져 나간 답안지처럼, 그리고 아예 읽을 수조차 없는 오래된 고서에서 어디쯤인지 찾을 수 없는 그 막막함과 같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배움은 전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서 경험되고 실천되지 못한다. 이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마을학교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양지회에서 펀펀마을학교를 열었다.

우리 마을 아이들과 우리들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가꾸고 싶어서 시작했다. 무엇을 공부할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뭐든 지속성을 가지려면 교육적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교육적 토대는 무엇일까? 우리 마을 역사이다. 내가 사는 이 공간은 누가? 누구에 의해서 지켜지고 가꾸어지고 있었을까? 내 삶의 터전이 되는 이 공간에 서서 우리 마을을 지탱해온 인물과 문화유산을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이들 스스로 마을을 지탱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질 수 있으며 아이들 자신의 존재감도 높아질 테니까 말이다.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할 때, 내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자신이 마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작했다. 광양을 빛낸 인물과 광양의 빛나는 문화유산, 아이들이 웃었다.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문화적·역사적 공간, 자연생태계, 농장, 시장, 공공기관, 기업 등 많은 기관과 장소들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가 될 수 있다.

우리 역사 속에 위대한 운동, 1919년 3월 1일 ‘삼일독립만세운동’의 유관순이 있다면 광양 삼일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광양 옥룡면 추동마을 정성련이 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추동마을 정성련 3.1만세운동 기념비를 보러간다. 아이들과 마을이 만나는 적극적인 융합수업이다. 그 공간에 직접 가서 그 시대를 느껴보는 것, 이것이 답사의 묘미이며 교과서에서 보고 말았던 ‘3.1독립만세운동’이 어느덧 아이들 삶 가까이에 와 있었다. ‘너무 신기해요. 우리 동네에서, 엄마랑 자주 가는 오일시장 앞에서 그 날의 3.1만세운동이 있었다니’ 아이들이 한 번 더 웃는다.

배워서 남주자. 아이들과 함께 아침부터 줄곧 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문답해가며 매직블럭을 만들어 냈다. 광양의 역사와 인물이 들어있는 매직블럭이다. 광양의 지도를 퍼즐화했다. 퍼즐을 맞추며 이미 그곳에 와있다. 우리 동네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교실이지만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친구들에게 내가 문화해설사가 되어 설명하고 집에 가서 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일가친척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광양의 시민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주안점을 둔 것은 주체적인 마을 사람으로 키우기이다. 이 사람들이 모여 세계시민이 되는 것을 몰랐다. 산업화시대 우리는 세계시민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르쳤다. 대기업에서 일하라고 그리고 서울, 넓은 세계시민이 되라고 가르치고 강요한다. 그런데 막상 우리 아들의 삶은 그것과 동떨어져 있다. 나 자신조차 지금 이 마을에 와 있지 않는가?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배울 때 무력감을 느낀다. 이것은 두려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곳과 배우는 것을 관련지음으로써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앎이 삶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장소와 실물을 접하게 되면 흥미와 호기심이 일어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마을 안전맵핑’ 수업을 디자인하였다. 마을 선생님과 내가 매일 다니는 학교 주변을 한 바뀌 돌아보며 마을을 관찰하고 마을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접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교육과정 안에 있는 내 주변의 안전요소와 불안전 요소를 찾아냈다. 그리고 교실에 와서 3D펜으로 우리 마을을 만들고 SW코딩융합수업을 시도하고 우리마을 문제해결을 위한 UCC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 마을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 자료를 제출하고 발표하는 시간까지, 광양시와 시의회는 가장 주체적인 광양시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긴 시간의 우리마을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마을 수업은 언제든지 가서 조사하고 우리 마을 어른들을 인터뷰할 수 있다. 익숙한 곳에서 지적인 자극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학교마다 다니며 아이들과 전래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훈련하기 좋은 장소 또한 우리마을이다. 이제 교육공동체는 마을 문화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해결하고 노력하는 것을 통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지식만 주지 말자, 삶을 주자 그리고 그 마을 그 공간에서 스스로 삶을 디자인하게 하자. 그럴 때 아이들은 그 삶의 주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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