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조차 없었는데” 광양우리병원 직원들 잇딴 퇴사

광양우리병원이 최근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전격 지정됐다. 갑작스러운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 소식에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운영인력 상당수가 퇴사하는 등 운영에 차질이 예상됐으나 전남도와 병원 측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 충원이 마무리됐다며 정상 운영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와의 협의 등 소통과정을 생략한 채 지정이 이루어지면서 당혹한 지역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분위기여서 상당한 진통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도와 광양시보건소 등에 따라면 광양우리병원은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신청에 전남도 내 민간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응모해 지정됐다. 하루 뒤인 5일 전남도로부터 감염병 전담 관리기간으로 지정돼 18일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요양병원 67곳에서 18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산차단을 위해 즉각적인 확진자 분리 입원과 함께 밀집도를 낮춰야 하지만 병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환자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의료서비스와 돌봄 서비스가 동시에 가능한 의료기관이 사실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감염병 의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수습대책본부로부터 광양우리병원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받아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라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광양우리병원에 대해 읍압시설 등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추가 도입하는 한편 CCTV 등 시설 설치와 함께 돌봄 인력을 추가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는 순천의료원과 강진의료원, 목포의료원 등 기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3개 의료원 병상에 여유가 있는 만큼 요양병원 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광양우리병원에 우선 입원 조치하고 자가격리가 필요한 접촉자 위주로 14일간 돌볼 계획이다.

▲ 광양우리병원

하지만 뒤늦게 감염병전담요양병원 지정 소식이 알려지자 광양우리병원 내부에선 당혹감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신청이 내부 협의 없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재 병원 의료인력 중 상당수가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일반 행정직과 병원식당 종사자 상당수도 퇴사를 결심하는 등 전담요양병원 지정에 따른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전남도와 광양우리병원 경영진이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신청에 들어가면서 해당 지자체인 광양시와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다가 보건복지부의 지정이 이루어지자 관련 사실을 일방 통보하면서 지역 내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준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주민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담 요양병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남도와 경영난을 겪고 있던 광양우리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졸속 추진됐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광양시의회 박노신 의원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병상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줄 알고 있으나 해당 지자체와 협의조차 없이 전남도가 일방 행보를 보인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이번에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전국 대부분의 병원이 기존에도 요양병원을 운영 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병원인 광양우리병원의 전담 요양병원 지정은 졸속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담 요양병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3곳을 포함해 전국 7곳 가운데 요양병원이 아닌 곳은 광양우리병원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전문적인 요양병원에서도 감염병 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 준비해야 할 것이 상당한데 일반병원의 경우엔 의료시설과 전문 의료진 등 추가대책이 불가피함에도 일반병원을 서둘러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부득이한 경우라 하더라도 지정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지역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먼저 철저한 준비를 해놓고 운영에 들어가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광양시 관계자는 “전남도와 중수본의 지정통보를 받은 상황이나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순천이나 강진 등의 사례를 볼 때 운영상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방역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

전남도 역시 “각 병실에 음압시설 등을 설치하고 병원 근무 의료진의 방호복 착탈훈련 및 기존 전담병원 현장실습도 이어가는 등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이 운영되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신속한 병상확보를 위해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대해 1개월에 해당하는 운영비와 소개 병상당 500만원에 이르는 시설·장비비 그리고 3개월에 해당하는 인건비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 개원한 광양우리병원은 지난해 8월에는 호흡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으나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환자 급감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 요양병원 운영에 들어가면 201개 병상 가운데 101개 병상이 전담 요양병원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외래진료와 호흡기 클리닉 분야는 야간진료실을 통해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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