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과 고로쇠 채취 편리 위해 개설

시민단체 “해도 너무했다. 서울대·광양시 책임져야”
서울대 “옹벽녹화 진행하면 절사토면 보이지 않을 것”

“백운산 형제봉에 무슨 공사를 진행하는지 멀리서 봐도 산허리를 잘라낸 듯보기 흉하다. 봉우리 중간 자락 깊은 산속을 왜 파헤치는지 알 수 없다”

봉강면 백운산자락 아래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의 말이다.

이런 의문은 비단 A 씨만 가진 것이 아니다. 봉강면사무소를 지나 하조마을로 향하다 보면 정면에 보이는 백운산 형제봉의 허리를 자른 듯 길게 파헤쳐진 모습은 의문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많은 시민의 의문을 자아내는 이 모습은 봉강면 하조마을에서 시작해 성불사 월출재까지를 잇는 임도(林道)다.

5년 전 봉강면 하조마을을 비롯한 주변지역 주민들이 서울대학교 학술림과 광양시에 건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당시 임도 개설을 추진했던 하조마을 한 주민은 “울창한 백운산을 끼고 있는 봉강면은 그만큼 산불 위험에 대한 초기 대응과 고로쇠 채취 농가들의 고충이 많아 여러 차례 서울대 학술림과 광양시에 건의했다”며 “다른 면들은 이미 임도가 설치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봉강면만 임도가 없어 주민의 불편이 많았다”고 말했다.

백운산 아래 위치한 봉강면은 산불 위험 취약지역이나 인근 옥룡이나 진상면과는 달리 임도가 없어 산불이 나면 조기 화재 진압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게 임도 개설을 요구한 이유다.

또 고로쇠 채취 농민들의 고령화도 임도 설치 요구의 이유로 작용했다. 고로쇠는 5년마다 관을 교체해가며 채취하는데, 고지대에 있는 고로쇠나무까지 고무관을 짊어지고 올라갈 수 없어 고로쇠 채취를 포기한 농가가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해 2017년부터 형제봉 내 임도 개설 공사가 시작됐다. 예산은 매년 국유림 임도 개설을 위해 산림청에서 편성되는 사업비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백운산 형제봉은 교육부 소속 국유지로 서울대학교 학술림이 관리 중이다. 서울대학교 학술림은 학교법인으로 예산집행이 불가능해 임도 개설의 노선 계획, 타당성 조사, 설계심사, 현장 상황 등에 관여하고 있다.

이성재 서울대학교 학술림 농학박사는 “하조마을부터 성불사 월출재를 잇는 5~6km 임도 개설사업은 지역민들의 요구와 타당성조사, 활용도, 환경적 요소 등을 충분히 고려해 진행됐다”며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인위적인 건축물을 배제하고, 개설 후 지역민의 편리성 외에도 둘레길이나 레포츠 등 자연과 함께하는 휴양의 용도 활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라 멀리서 봤을 때 눈에 띄는 절토사면은 3월 옹벽녹화공법으로 종자뿜어붙이기를 하면 5월이면 녹화(綠化)가 되면서 지금처럼 눈에 띄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절토사면 녹지화(綠地化)를 통해 임도의 안정화와 환경적 측면을 고루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양시는 산림청 예산을 받아 시행사 선정, 예산집행 등 행정 역할을 담당하고, 시행사는 광양시산림조합에서 맡았다.

박상필 광양시산림조합 과장은 “현재 임도 작업은 90% 완공한 상태다. 작업 중 나온 자연 부산물 정리작업만 남았다”며 “개설 작업 중 나온 돌을 이용해 옹벽을 쌓는 등 자연물을 최대한 이용해 공사 진행 중이다. 경사면이 급격해 안전성 우려 지역 외 노면포장은 배제했다”고 전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계절상 녹음(綠陰)이 없는 시기라 시민의 눈에 다소 거슬릴 것으로 판단되나, 봄이 오면 임도가 자리를 잡고 본연의 목적을 다하며 여러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며 “산림 보호와 편리성 충족을 위해 관련 기관들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마무리 작업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운산 형제봉의 허리를 자르듯 진행되고 있는 임도공사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백운산지키기협의회 관계자는 “아무리 산불을 예방하고 고로쇠 채취를 위해 임도를 개설한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며 “한번 훼손된 자연이 다시 복원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백운산이 자꾸만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학술림과 광양시는 백운산을 훼손한 데 따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백운산이 더는 훼손되지 않고 시민과 함께하는 명산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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