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원 광양여자 중학교 3학년

▲ 최혜원 광양여자 중학교 3학년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상거래, 교육, 스포츠, 공연 등의 활동이 인터넷 등 매체를 이용한 비대면 활동으로 일상화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문화인 언택트(untact)는 등교하지 않아도 수업을 받을 수 있고 배달앱을 통한 미리 결제 서비스, 음식점의 키오스크 등은 시간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효용의 가치를 맛보게 하였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빠르고 편리한 언택트는 대면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불필요한 부담도 줄여 또 다른 생활의 가치를 이끌어 냈지만 사람들 간의 줄어든 교류로 인한 불소통은 냉담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몫했다. 여전히 꺼지지 않는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이때에 차별 없는 사랑, 겸애를 주장한 묵자의 사상이 떠오른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에는 다양한 학파들이 나타났다. 유가, 묵가, 음양가, 법가 등 10종 이상의 학파들이 존재했다. 그중 묵가를 계승해 겸애를 주장한 묵자는 민중 편에 서서 유가를 비판하고 상현, 비공, 절용 등 다양한 사상을 주장하였다. 묵자는 세상에 혼란이 발생하는 원인을 바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현실에서 찾았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했다면, 결국 공동체의 성원들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할 수만 있다면 혼란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묵가의 모든 사유는 어떻게 하면 공동체 성원들이 상호간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 외에도 묵가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고 재정 지출을 절제하도록 하며, 장례를 간소화하고 음악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묵자는 이렇게 세상을 두루 넓게 사랑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한 사상가였다.

묵가는 다른 학파들과 달리 유가를 특히 비판하였다. 묵가는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으로써 오직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유가의 허례허식을 배격하였다. 묵가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후하게 지내고 상복을 입는 기간도 긴 유가의 예제를 비판하였다.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제사를 지내면 일을 하지 않아 산업이 부진해지고 게을러진다는 거다. 그리고 유가의 악, 즉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도 비판하였다. 악기를 만들고 음악을 연주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들지만 생기는 이익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묵자가 화려한 장례나 음악과 노래, 춤을 반대하는 것은 지배 계층의 특권을 부정한 것이며, 그 까닭은 이런 일들이 모두 피지배 계층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묵자는 철저한 공리주의자였다. 이외에도 묵가는 유가의 운명론 등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하였다. 명나라를 사대했던 조선시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묵가보다는 유가의 사상이 더 짙게 선조들의 생활을 지배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더불어 에이즈처럼 앞으로는 그저 풍토병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아직도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초유의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살아갈 방법을 꾀할 거란 각자도생을 예언했지만 우리 시민의 선택은 “네가 쓰러지면 나도 쓰러진다”는 공동 운명체로서 위기 극복을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천하무인’을 선택하였다. 묵자의 사상은 개인주의, 이기주의 사회가 아닌 함께 배려하고 사랑하며 공존하며 상생하는 겸애하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계급, 부에 따라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별애와 달리 모든 사람을 편견 없이 사랑하는 겸애를 마음에 받아들인다면 이 예민한 시기를 서로 위로하며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제자백가인 묵자는 묵가로 유가, 법가 등과 달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을 강조했다. 묵자는 ‘작은 예수요, 큰 마르크스다’라고 불렸을 만큼 가장 낮은 자, 민중들 편에 서서 거대한 종교, 권력계층에게 대응하다 죽음을 맞이하였다.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세상을 구하는데 투신하였던 묵자는 청소년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자, 맹자를 떠올리며 사회 지배층이 민중을 다스리기 쉽도록 주입시킨 사상만 당연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만민평등, 차별 없는 사랑을 주장한 묵자의 사상에 대해 알아보며 공감할 수 있는 따듯한 마음과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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