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가족 모임 자제, 명절 준비 줄어

한파로 농수산물 가격 올라 소비 둔화 더해져

“자식이 셋인데 모두 객지에 살아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어. 가족 모임으로 확진된 경우가 종종 있어서 혹시라도 왔다가 확진이라도 되면 자식들 직장 잃을까 봐 겁나서. 그래도 명절인데 아무것도 안 하긴 서운해 나물이랑 생선만 조금 할 생각이야. 작년에 비하면 음식 장만 거의 안 한다고 봐야지”

옥곡 5일장에서 만난 이숙자 씨(58 세)의 말이다.
명절을 앞두고 북적여야 할 전통시장에 사람들 발길이 끊기며 상인들 시름이 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가족 모임 자제 분위기로 명절 음식준비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준비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도 줄어든 것이다.

지난 4일 대목을 앞두고 옥곡5일장이 섰다. 예년 같으면 양손 가득 채소와 생선 등을 가득 담은 장바구니를 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지만, 올해 장날 풍경은 달랐다. 예년의 활기차던 대목장과는 다르게 평일 장날 분위기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오갈 뿐이었다. 몰려든 인파로 시장 앞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봉사단체나 상인회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매출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차례상에 주로 오르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30%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긴 한파로 인한 채소나 국산 수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지갑이 닫혀버린 것이다.

옥곡장에서 채소를 파는 정영자(79) 씨는 “이상 한파로 채소값이 많이 오르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어 걱정이다”며 “우리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다들 자식들이 안 오니 음식 장만을 적게 하거나 안 하는 분위기라 대목장이지만 매출은 형편없다”며 애꿎은 시금치만 매 만졌다.

민어, 조기, 오징어 등 수산물을 파는 우영선(60) 씨는 연신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외치며 흥정을 하지만 가격을 묻는 손님과 거래 성사가 쉽지 않았다. 생물을 취급하는 수산물 특성상 마진을 줄여서라도 재고를 없애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들릴 뿐이다.

박수병 옥곡시장 상인회장은 "야채와 고기류 등 1차 식품은 위축된 명절 분위기라도 고정 수요가 있어 조금이라도 찾는 고객이 있지만, 매출 감소는 피부로 느낄 정도다"며 "의류 등을 포함해 공산품은 사실상 명절 특수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명절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씨 영향으로 상품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데 판매를 늘리자고 상인들에게 무조건 싸게 팔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대형마트로 편리하게 장을 보려는 수요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전통시장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시는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시장 상인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민생현장 소통 행보에 나섰다. 정현복 시장은 1일 광양 5일시장, 4일 옥곡시장, 5일 광영 상설시장, 9일 중마시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광양제철소, 광양상공회의소, 광양제철소협력사협회, 광양 산단협의회, 신금산단협의회, 광양경제 활성화본부 등이 동참해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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