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가구당 10만원 광양사랑상품권 배부

“마을공동체 회복과 화합 다지는 계기 됐으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단위를 넘어 제주시 성산읍 등 일부에서는 마을 단위 재난지원금이 등장해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우리 광양지역에서도 세풍발전협의회가 가장 먼저 마을 단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세풍발전협의회는 지난달 운영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기업과 주민 기부 등으로 조성된 마을발전기금을 활용해 마을주민에게 설 명절 전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재난지원금 규모는 10만원으로 광양사랑상품권을 활용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세풍리 7개 마을주민 400여가구에 지급됐다.

대상은 1년 이상 세풍리에 주소를 둔 전 세대로 하되 직계 가족이 세풍지역 내에 여러 세대를 이루고 사는 경우 현재 마을발전기금 조성 규모를 고려해 부모세대에 우선 지급하는 방식이다.

어르신 세대가 대부분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세풍 7개 마을에 마을발전협의회가 마을 단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마을 방송을 통해 전해지자 잔잔히 가라앉았던 마을에 급하게 피가 돌 듯 활기가 찼다.

마을당 지급 소요시간을 3시간으로 정했으나 막상 실내를 피해 마을회관 앞에 판을 펼치니 지팡이나 유모차에 기댄 채 현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마을 대부분 1시간여만에 지급이 끝났다. 현장에선 지원금 지급을 위해 시간을 낸 세풍발전협의회원들 면 전엔 “참 좋은 일 했다”는 칭찬이 한 움큼 쏟아졌다.

뜻밖의 재난지원금을 받아든 한 어르신은 “지난번 광양시가 준 재난지원금도 참 요긴하게 잘 썼는데 이번엔 마을발전협의회에서 모아둔 기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하다니 어찌 반갑지 않겠느냐”며 “어려운 형편에 나들이가 쉽지 않았는데 이 재난지원금으로 읍내 나가서 장도 보고 맛난 것도 사서 먹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다른 곳에선 시청이나 군청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시골 마을인 우리 세풍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니 고마움도 고마움이지만 큰 자부심도 느낀다”며 “원래 세풍 인심이 이렇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마을 단위 재난지원금 지급을 하는 데 있어 세풍발전협의회만큼이나 정성을 쏟은 이들이 다름 아닌 각 마을 이장들이다.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자칫 원성을 살 수도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간만에 마을주민들의 웃음을 보니 그만큼 보람도 크다.

김영호 해창마을은 “발전협의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할 때 이장들 모두 찬성했다. 조금이나마 주민들에게 보탬이 될 일이니 자그마한 수고는 오히려 보람된 일”이라며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경로위안잔치도 마을잔치도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주민들을 위로할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사람 좋게 웃었다.

세풍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마을발전기금은 주로 세풍연합청녀회가 주관하는 주민체육대회 등 마을행사를 지원하는 데 주로 사용해 왔으나 지난해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적립된 기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려운 시기에 어르신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요긴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술 세풍발전협의장은 “지역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어서 조금이나마 주민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고자 긴급히 마을 재난지원금을 드리게 됐다”며 “설 명절이 다가오는 만큼 이번 재난지원금으로 설음식도 장만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기금의 규모보다 마을 재난지원금을 통해서 서로 돕는 데 뜻이 있는 게 아니겠냐”며 “이제 잘 사는 세풍, 화합하는 동네, 또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풍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마을재난지원금 지급이 세풍이 같은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뉴스를 보면 백신도 개발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니까 불편하지만 조금 더 참고 좋은 날이 오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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