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진 사단법인 한국향토사연구전국연합회 전남동부향토문화연구원장

▲ 양향진 사단법인 한국향토사연구전국연합회 전남동부향토문화연구원장

혹 설을 아직도 구정이라고 부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이번 설에는 모이지도 만나지도 못하며 맥 빠지게 넘겨야 할 듯하다.

역병(염병)이 헝덕꿀레 씨단이 방골레 맹키로 오만천지로 칠렐레 팔렐레 험시로 갓통을 허고 댕기는 때문이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였다. 작년 이맘때부터 코로나19로 시작해 해를 넘겼고 지금도 여전한 기세이다. 코로나19는 팬더믹 상황으로 세상을 한바탕 뒤집었다.

코로나19는 국내 문화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우리민족의 근간이 되는 문화예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방송매체를 통한 획일화된 문화양상들이 약진하고 있다.

필자의 지인 김태균 문화재전문위원은 팬데믹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문화예술 실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하나, 그동안 선진문화예술인양 그리고 고급예술로 치장된 구미예술 수입이 중단되며 우리가 얼마만큼 문화식민주의적 양상에 눌려 있는지를 실감한다. 둘, 극장과 프로시니엄 무대에 길들여진 공연예술 활동의 한계를 절감했다. 셋, 비대면 문화로 전환되며 레슨 및 대회로 연명하던 일부 예술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넷, 이런 상황을 보면 마당과 자연과 더불어 향상돼 온 우리 문화예술의 특징이 새로운 주체로 형성될 수 있는 기반도 열릴 것이다. 고급과 선진, 최신 예술로 치장된 수입과 모방의 판박이 예술에서 자주적 민족문화예술 창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고 했다.

때문에 전통문화예술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 또한 아주 별일 없이 잘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여전한 기세로 몰아치고 있는 트로트 펜데믹을 보며 또 다른 양상의 문화제국주의 음모를 본다. 우리는 신명을 가진 민족이지만 식민지근성을 주입한 외세에 의해 한의 민족으로 왜곡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한을 삼키고 달래기만 해야 하는 민족이라고 스스로도 믿고 있는 그 오류에서 비롯된다.

문화제국주의의 침략과 함께 민족허무주의 양산은 바로 제국주의 침략의 방편이다. 코로나19가 사회를 전면 통제한 가운데, 트로트의 확산을 보면서 이제 일본 제국주의 문화침략의 마각을 본다. TV조선 발 트로트 몰이는 코로나19로 융탄폭격을 맞은 문화예술계와 방송에서 소위 K-pop 위주의 상업방송 문화를 깨며 가요 판도를 뒤집고 있다. 최근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에 이어 “미스트롯이 간다”, “미스터 트롯의 맛” “트롯 왕중왕전” “내일은 미스터트롯” “트로트의 민족” “사랑의 콜 센타” 등 수도 없이 줄줄이 사탕격으로 비스므레한 프로그램이 여전히 방송을 타고 있다. 정작 주 수요층 이었던 노장년층보다 누나 언니 층을 대상으로 하여 인기몰이를 하고 트롯맨들을 연예계의 스타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트로트가수의 꿈을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는 트로트의 영역으로 모든 가요를 몰아대며 “한국 대중음악은 트로트이고, 트롯이야말로 한국의 대중 음악이다”라는 의식을 주입 시키며 이제 전국을 무대로 바람이 펼쳐지고 있다. 소위 경연대회라는 가장 화끈한 방식으로 그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성과를 급반전시키고 있다.

우리 음악의 장단은 삼소박(삼분박)이 근간을 이룬다. 즉, 한 박자를 셋으로 나누는(쪼개는) 호흡이 보편적인 기본을 이룬다. 다른 나라들 대부분이 한 박자를 둘로 나누는 이분박을 그 기본으로 한다. 물론 우리 음악의 장단에도 이분박 사분박처럼 짝수로 박을 쪼개기도 하고, 음.양 혼합박이라 하여 홀. 짝을 결합한 장단이 있다.

문제는 우리 음악의 그런 다양한 장단들보다는 강제로 주입한 획일화된 이분박인, 뽕짝이라는 식민지의 리듬을 마치 우리의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문화정책과, 시청률을 높이고 상업주의적으로만 변질되어 가는 조류에 너 나 없이 현혹되고 있다는 점이고, 결국 지금도 문화식민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필자는 성인들의 대중음악을 싸잡아서 비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굳이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현상에는 요즘 트로트와 트로트가 아닌 성인가요들을 모두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구분할 수 없게 뒤섞어 버린 오류에도 있다. 아마도 트로트가 일본가요라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그렇게 이것저것 뒤섞어 버리는 위장막을 친듯도 하다. 트로트를 부르지도 듣지도 말자는 주장이 아니고, 트로트는 일본가요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서 부르고 듣는다면 트로트 아닌 성인 대중가요들과도 구분될 것이고, 더욱 우리 음악과도 혼돈치 않게 될 것이다.

필자 또한 한때는 밤무대에서 취객들의 노래에 반주를 해 주는 밴드마스타라는 직업을 가진적도 있었다. 그때는 트로트가 일본가요 인줄은 알았었지만 요즘처럼 이리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트로트의 리듬도 그렇거니와 선율에 관한 내용은 더욱 짚고 넘어갈 내용이 많지만, 이번의 짧은 기고에서는 참아보고 혹, 다음 기회가 있다면 꺼내 보고자 한다.

사실 십팔번이라는 그 용어도 일본의 것이다. 그 십팔번에 관한 내용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꺼내 볼 심산이다.

지역의 향토문화 근간도 그렇고, 더 크게 보아서 민족의 근간이 되는 문화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대접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생활 전반에 걸쳐서 이루어야 할 일이다.

우리의 명절인 설을 잘 부르고 제대로 된 대접을 해야 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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