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아파트단지 내 폐식용유 수거함 설치 후 관리감독 안 해

“넘치고 썩고, 비 오면 주변 기름띠, 차라리 폐기하자” 민원
시 “아파트 협의회에서 수거 업체 지정해 자체 관리해야”

광양시에서 십수 년 전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한 폐식용유 수거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 자원순환과에서는 “오래전에 설치만 했을 뿐, 관리감독의 주체는 아파트 입주민들에 있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에는 최근 “‘광양시’ 이름이 박힌 폐식용유 수거함이 넘쳐 비오는 날 주변에 기름이 흥건하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등 생활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해당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 측은 수거함을 설치한 광양시 자원순환과에 폐식용유 수거를 요청했다.

그러자 시 관계자는 “십수 년 전 시에서 폐식용유 수거함을 설치한 것은 맞으나, 수거 업무는 시에서 업체를 지정해서 한 게 아니고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토록 한 것”이라며 “알아서 관리하라”고 답변을 했다.

민원인은 “시에서 수거함을 설치했으면, 수거 행위까지 마무리해야 맞는 거 아니냐”면서 “어떻게 관리하라는 지침도 없이 수거함만 딸랑 설치해놓고, 수질 및 토양 오염의 주범인 폐식용유 수거 문제를 입주민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양시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너무 오래전 설치한 것이라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관련 현황 자료도 없고, 업무가 인수인계되면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힘들다”며 사실상 폐식용유 수거함에 대해 손 놓고 있음을 인정했다.

당장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던 해당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는 수거 업체 몇 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폐식용유를 수거해서 재가공하는 비용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최근 수거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부산의 한 업체를 찾은 이들은 광양시에서 설치한 수거함을 자체 폐기하고 부산 업체 측에서 무상으로 폐식용유 수거함을 신규 설치해 6개월에 한 번 수거해 가기로 계약을 맺었다.

부산의 폐식용유 수거 업체 측은 “최근 2~3년간 광양 지역 15군데 아파트에서 연락이 와 기존 수거함을 폐기하고 우리가 수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서 “먼저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락을 닿은 아파트들은 이렇게 진행하고 있지만 모르는 곳은 방치하고 있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수거한 폐식용유를 정제공장에 납품해 천연바이오디젤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이에 민원인은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관에서 책임자도 없고, 나 몰라라 하면 입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관리가 안 돼 지저분한 폐식용유 수거함을 아파트 자체적으로 폐기해버리면, 시민들은 폐식용유를 그럼 어디다 버려야 할지, 이에 대한 관계 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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