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우 용강 중학교 3학년

▲ 손권우 용강 중학교 3학년

최근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하여 실업자나 임금 삭감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경제적 불황에서도 공무원이란 직업은 일정한 보수와 해고 걱정이 없다는 시각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책 속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러 부서에 취업을 했지만 외관 때문에 동료에게 조롱을 당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이라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적은 보수로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존중하는 문화 대신 서로가 지닌 견해 차이로 인한 편견은 물질만능주의가 스며든 우리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작품의 배경이 된 러시아의 연평균 기온은 4.9도 이다. 한국의 평균기온은 12.2도인 걸 생각해 본다면 아카키 주변에 항상 도사리던 위험은 생활고 보다 더한 추위였을지 모른다. 러시아가 배경이었던 니콜라이 고골의‘외투’는 하급관리 아카키가 주인공이다. 외투가 닳자 돈을 모아 새 외투를 구입하지만 파티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그 옷을 빼앗긴데서 아카키의 갈등은 고조된다. 외투를 되찾기 위해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고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위계질서를 어겼다며 호통만 듣고 얼이 빠진 채 귀가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온 탓에 열감기에 시달려 아카키는 결국 죽었다. 외투를 억울하게 빼앗긴 주인공은 유령이 되어 밤마다 관리들의 외투를 강탈하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고관의 외투를 빼앗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아카키는 외투가 닳아 구멍이 나면 덧대기 일쑤였고 그마저 한계가 오자 재단사는 새 외투를 장만하길 권했다. 촛불 자주 켜지 않기, 속옷이 빨리 닳는 걸 막기 위해 세탁소에 덜 맡기기, 신발 조심히 신기 등 눈물겨운 노력 끝에 외투를 새로 사게 되었다. 새 외투는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었던 아카키를 동료들로부터 위상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동료의 관심이 커질수록 아카키는 외투를 각별하게 여겼고 차츰 외투에 대한 집착이 생겨 욕망도 커졌다.

책에 나오는 상황은 19세기였지만 21세기인 현재에도 공감이 된다. 물질만능 주의와 외모지상주의, 관료제의 부패는 우리의 삶 속에‘그 자리 그대로’이며 당연시되어 왔다. 고골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 초에 형성된 근대화와 서구화의 상징이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건축형식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료사회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계급적,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였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한 현실적 욕망이 가득한 때였다.

물질만능주의와 관료사회의 부패는 러시아 사회주의 체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 속, 고관의 태도는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낮은 지위의 아카키에게 절차라는 형식적인 틀만 강요하고 친구에게 자신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상대의 처지나 현재의 상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를 안하무인으로 대했다. 인권이나 존엄은 찾아볼 수 없었던 부패한 관료제의 실상을 고골은 아카키를 내세워 비판하였다.

인간은 단지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이다. 사람들은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인권은 태어나면서 갖는 천부인권으로 국가가 보장하기 전부터 지닌 자연권이자 동시에 보편적 권리이다. 누구나 인격을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사는 게 당연하지만 폭력은 이러한 평화를 위협한다. 폭력이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힘을 이용해 다른 이에게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이기에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자유와 평등은 모두를 위해서 쟁취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며 실현되어야 할 명제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으며 사람이기에 사람을 위해 우뚝 서야 할 사상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평등이나 부당한 대우는 계급사회의 폐단이며 사람을 줄 세우는 비열한 처사이다. “내가 누군데!”, “내 아버지가 누군데!” 따위의 고루한 생각을 이제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소각장으로 보내야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핀 적이 없는데 연기가 나듯이 출처 없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비리와 폐단은 자신만 눈 감고 귀를 막아 아무렇지도 않을 뿐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이들은 쑥떡 거린다. 알랑거리며 자신들에게 돌아올 당연한 혜택을 위해 “훌륭합니다!”란 거짓 찬사를 보내는 이들을 곁에 두고서! 실체를 숨긴 불평등한 사회에 과연 정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근저에 깔린 인식이나 부조리는 각자의 꼬깃해진 양심을 펼칠 때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 인식개선을 위한 공공의 활동보다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고골이 작품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오늘날 모두가 느끼고 비판하고 싶은 부분일거라 생각한다. 너무나 오래전부터 존재한 사회문제들이 하나씩 개선돼 티 없이 맑은 사회에서 살아가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