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진 킹스크리스찬스쿨 고교2

▲ 송영진 킹스크리스찬스쿨 고교2

‘아~ 밖에 나가고 싶다!’, ‘옛날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요즘 머릿속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면서 외부적인 일상생활은 불가능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내부에서만 하루하루 영위하는 삶으로 생활양식이 단조로워졌다.

외부와 내부의 세상을 갈랐던 벽이 무용지물이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넘사벽이 된 바깥세상의 활동은 그리움이다. 불가능한 현실이라 그런지 편의점에 마음 편하게 한 번 다녀오는 일은 들끓는 충동이자 내 행복의 기준점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사태 이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인데 지금은 너무나 간절히 이루고 싶은 행복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COVID-19 이전으로 되돌아갈 기미가 옅어질수록 소박한 내 행복에 대한 기대는 증폭해져 간다.

편의점에 들르는 일이 최고의 행복이 된 나처럼 각자가 원하는 행복은 수없이 여러 갈래이며 다양하다. 입고 싶은 옷을 구입해 입는다든가, 하고 싶은 게임을 방해받지 않고 하루 종일 한다든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든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일 등 자신이 원하는 요소들을 이룰 때 여유로운 기분을 느끼며 행복하다고 여긴다. 셀 수 없이 많은 일이 각자의 행복을 얻을 조건이 되지만 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은 각자의 목표가 어떠한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진건 작품인 ‘빈처’에서 말하는 행복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때이다. 주인공 부부는 참으로 빈곤하다. 생산적인 일로 생계를 이어가기 보다는 아내가 시집올 때 해 온 여러 가재도구며 옷가지들을 팔아 끼니를 이어갈 정도로 대책 없이 한계가 보이는 나날이다. 삐져나온 속내에서 알 수 있는 갈구는 자잘한 물질이 가져올 풍요라는 걸 봐도 궁색한 정도를 알 수 있다.

옷이나 멋진 신발, 돈, 악세사리 등 흔하게 널린 물질적인 요인들로 사람들이 소확행을 즐기는 것처럼 소박하고 소심한 아내도 아닌 체 하지만 방심한 사이 부러움과 한숨을 쉰다. 자기 걸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착용하고 관찰하고 만져보고 마음껏 사용하면서 희열을 느껴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 남들처럼 좀 갖추며 살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가난한 부부에게 열등감을 갖게 한 부유한 언니 내외의 속사정을 알고 난 뒤, 행복은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면이 우선이며 그게 바로 진정한 행복이라며 급조한 마무리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천장이 있는 정신적인 풍요보다는 물질적인 풍요가 실은 생활의 기반을 갖추게 하며 정신적인 풍요를 지향하도록 이끌어준다는 사실을 빈처의 주인공은 외면하며 자신들의 행복과 조우한다. 사회 시간에 유명한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행복의 의미에 대해 배우며 한참을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여러 주장 중에서 물질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 뒤따라야지 정신적인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말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돈, 집, 그 외의 물질적 요소들이 다소 충족되지 않으면 정신적인 행복은 언젠가 부딪치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한계라고 생각했다.

COVID-19 사태로 바깥으로의 자유가 제한되고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편의점 가는 일이 소망이 되어 버린 지금 내게 행복의 규모는 너무나 왜소하게 변했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기에는 이성이 앞서기에 그저 축에도 끼지 못했던 일들을 행복의 기준에 포함시켰고 빈처의 부부처럼 정신적인 풍요가 삶의 질을 더 좌우한다며 강제된 결론에 순응해 가고 있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하여금 상대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일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축복인지도 모른다. 보지도 못했고 갖지도 못했던 작은 일들이 행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참 말이 안 된다 싶은데 말이 되는 일이 행복의 기준이 되었다. 그대로 여전히 천장이 있는 정신적인 풍요보다 소박하고 소심한 물질적 풍요를 하루라도 빨리 누리고 싶다.

‘아~ 밖에 나가고 싶다!’, ‘옛날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