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국 자가격리시설 백운산수련관 운영에 구슬땀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국가적 재난사태 동참 보람”

지난 2019년 겨울 코로나19 감염증이 처음 보고된 이후 우리의 일상은 큰 변화를 맞았다. 수 세기 동안 일상이라고 불렸던 인류의 삶과 궤적 곳곳에서 이탈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고통은 아직 여전하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서서히 휴전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완전하지 않으나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면서 불완전한 일상의 회복이 진행 중인 탓이다.

그리고 이제 영원히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꿈꿔야 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일상회복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던 주역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비롯해 불편과 고통을 인내하며 우리는 모두 바이러스와 치르는 전장을 함께 지킨 전우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특히 백신 접종이 현실로 드러나 희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될 때까지 생존의 최전선에서 방어 벽을 쌓고 여전히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지휘에 맞춰 묵묵히 희생을 감내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간호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의료진과 시군구 보건소 관계자들, 방역업체들, 자원봉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바이러스와 싸워온 이들도 존재한다. 희생에 따른 격려와 응원의 무대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 여론과 시선에서 멀어져 있으면서도 바이러스 지역확산을 막기 위해 여전히 새벽을 깨우고 누군가를 챙기며 땀을 쏟고 있는 사람들, 해외입국자 격리수용시설 종사자들 역시 그들 중 한 명이다.

▲ 해외입국 자가격리시설인 백운산수련관

포스웰(대표이사 이재열) 직원들도 그 일선에 있다. 포스코 백운산수련관을 위탁 운영 중인 포스웰은 지난해 2월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운영을 잠정 중단한 뒤 3월 백운산수련관을 포스코 직원 가족을 위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시설로 전환해 1년 3개월여를 코로나19 감염증 차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 광양제철소와 협력사 임직원이나 가족이 코로나19에 노출될 경우 국가산단의 정상 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안정적인 조업환경의 최전방을 지켜내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여전히 새벽 이슬을 밟는다. 포스코 가족은 물론 광양시민의 대표적인 휴게시설이던 백운산수련관이 감염병 차단의 첨병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해외입국 자가격리시설인 백운산 제2수련관은 숙소 29실 규모다. 포스웰은 백운산수련관을 찾은 자가격리자에게 1인 1실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무료로 세끼 식사는 물론 다과, 컵라면 등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등 편의제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이 모두 해외에서 귀국한 점을 고려해 한국식 치킨과 햄버거 등 특식을 주 2회 제공 하는 등 고향에 돌아온 이들의 입맛을 살피는 세심함도 잊지 않고 있다. 생활 상담 역시 직원들의 몫이다. 식사에서부터 청소, 방역, 관리, 불편사항 접수 및 처리 등을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스 웰 직원 13명이 도맡고 있다.

현재까지 500여명이 넘는 해외입국자가 백운 산수련관에서 2주간 격리 기간을 거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물론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전파력이 상상을 초월한 데다 변이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인해 격리 중 확진자 발생이 우려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상당했다. 더구나 백운산수련관 자가격리 시설 사용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찾아오는 주민들도 있었다.

오경택 지배인은 “백운산수련관이 해외입국자 격리시설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두려움도 컸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혹시라도 격리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족들마저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특히 “처음 격리시설을 운영할 때는 체계가 잡히지 않아 힘들었다”며 “이제는 일상처럼 돼버렸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우려와 두려움 속에서도 이를 감당해주고 있는 직원들의 최선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수련관 인근 주변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거부감이 없지 않겠냐”며 “그러나 철저한 격리 원칙과 전면 비대면 운영 등 운영규칙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 자리를 빌어 이해와 동의를 해주신 지역 주민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곳 직원들의 생활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광양제철소 내에 있는 복지센터에서 아침 7시경 도시락을 찾아와야 하는 까닭이다. 복지센터에서 준비한 격리자용 도시락을 찾아오는 것인데 포스웰은 여기에다 격리자를 배려해 따스한 밥과 국물은 수련관 내 식당을 이용해 제공했다. 반찬은 그렇다 치더라도 차갑게 식은 밥과 국을 내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새벽 다섯시 반에 잠을 툴툴 털어내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장권진 부지배인은 “별도의 지침은 없었으나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들 하는데 차갑게 식은 밥과 국으로 식사를 하게 할 순 없어서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밥과 국을 끓이기로 했다”며 “다들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한 결정이었다며 직원들도 흐뭇해한다”고 했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무엇보다 격리자 가족들의 면회 요청은 안타깝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거의 읍소에 가깝게 간청을 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그러나 방역지침상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경택 지배인은 “다들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오래 보지 못한 가족을 보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을 모를 수 있었겠나. 얼굴 한 번 보고 가겠다는 그 심정이 절절하게 이해됐지만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갖은 만류에도 어떤 가족은 격리자 숙소가 잘 보이는 산으로 올라가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고 안타까움 섞인 웃음을 매달았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무엇보다 격리가 해제돼 밖으로 나온 이들이 전하는 손편지는 차가운 겨울 화롯불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따스했다.

장권진 부지배인은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 하는 건 직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무사히 격리생활을 끝내고 이곳을 나서는 이용자들이 객실에 손편지를 써놓고 간 편지를 직원들과 함께 읽거나 나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제 백신이 빠르게 공급 중인 만큼 하루 빨리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아 다시금 백운산수련관이 시민여러분의 행복한 휴게시설로 되돌아 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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