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고로쇠 가격을 결정할 만큼 광양 백운산 고로쇠의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고로쇠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농가들이 한 숨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금은 천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이제는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옛 명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많은 고로쇠 농가들이 남아 도는 고로쇠 약수의 판로를 놓고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광양 고로쇠가 옛 명성을 찾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기도 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현장편집국에서는 광양백운산 고로쇠의 역사와 장점,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편집자 주>


고로쇠의 원조, 광양 백운산
고로쇠를 말한 때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도선국사다.
물론 원시부족들이 나무에서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나무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이전부터 고로쇠 수액을 채취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도선국사가 수행 중 고로쇠 수액을 발견했으며, 그곳이 바로 백운산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전설에 따르면 우리나라 풍수지리사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도선국사가 광양 옥룡면에 소재하고 있는 옥룡사에서 가부좌를 틀고 수행을 한다. 오랜 시간 수행을 마치고 득도를 해 일어서려 했지만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을 수행하다 보니 무릎이 펴지질 않았다. 이에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가지가 부러지면서 나무에서 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도선국사는 갈증을 해소하려 이 물을 마시자 무릎이 펴지고 원기가 회복됐다고 한다.

이에 이 물을 ‘뼈에 이로운 물’이라고 하여 골리수(骨利水)라고 명명했고, 이렇게 전해지다 언제부터 나무가 무쇠처럼 단단하다고 해 ‘고로쇠’로 불려졌다.
이렇듯 고로쇠하면 백운산을 품고 있는 광양을 빼놓을 수 없어 최근까지 백운산 고로쇠의 명성은 원조이자 전국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었다.

뛰어난 효능 가진 백운산 고로쇠
이런 배경은 갖고 있는 광양백운산 고로쇠는 효능면에서도 다른 지역의 그것과 비교해 탁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해 동안 전남 주요명산에서 채취되는 고로쇠를 연구 분석한 결과, 게르마늄과 셀레늄, 칼슘 등의 성분이 다량 함유돼 성인병 예방과 항암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남도내 백운산, 지리산, 추월산, 백암산, 모후산 등 6개소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다.
성분별로는 골다공증, 위장병, 신경통, 건위, 이뇨, 체력증진, 혈당조절에 의한 피로회복 등 성인에게 유익한 칼슘이 96.0~62.4㎎/ℓ 함유돼 있는 것을 비롯해 칼륨 114.2~63.6㎎/ℓ, 마그네슘 11.3~5.0㎎/ℓ 범위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암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르마늄은 0.092~0.003㎍/ℓ로 이 가운데 백운산이 0.092ug/ℓ로 가장 높았다. 피부 노화방지효과가 있는 셀레늄은 2.354~0.134㎍/ℓ 범위로 구례군 지리산이 2.354ug/ℓ로 나타났고 담양 추월산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이 각각 96.0, 114.2, 11.3mg/ℓ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고로쇠와 비교우위에 있고 특히 항암효과에 탁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어려움 겪는 채취 농가
하지만 문제는 고로쇠 군락이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풍나무과의 이 수목을 대부분 지역에서 알지 못했지만 고로쇠가 유명세를 사기 지역에서 고로쇠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광양백운산과 인근에서만 채취하던 고로쇠가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고로쇠는 경남 함양, 경남 하동, 경북 울릉도, 강원도 인제, 경기도 양평, 전북 덕유산, 경남 거제 등에서도 생산ㆍ판매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백운산고로쇠의 가격이 5만5천원인데 비해,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5천원~1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가장 빨리 고로쇠를 생산하다보니 가격설정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지역의 경우 광양에서 고로쇠 가격을 설정하고 나면 대부분 이보다 낮은 금액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백운산 고로쇠를 둘러싼 소문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백운산 고로쇠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소비자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백운산 고로쇠가 정말 백운산에서 채취했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이 같은 소문은 한 때는 사실이기도 했다는 채취농가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고로쇠를 들여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채취농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로쇠 채취 관계자는 “광양 고로쇠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시절 실제로 인근 지리산이나 거제도에서 고로쇠를 들여오기도 했다”며 “문제는 산지를 백운산이라고 밝힌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고로쇠 채취량이 남아돌아 굳이 다른 지역에서 가져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고로쇠가 남아도는 현상은 비단 올해만이 아니라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어 그런 소문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채취 물량이 남아 마지막에 생산한 고로쇠를 이듬해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고로쇠의 경우 일반 생수와 달라 아무리 잘 보관한다고 해도 석 달을 넘기기 어렵다”며 “다만 냉동보관을 할 경우 이듬해까지 보관도 가능하지만 냉동을 할 경우 고로쇠의 색상이나 맛이 변해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취가 끝난 뒤 남은 고로쇠에 대한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이런 소문들이 다시 소문을 낳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운산 고로쇠에 대한 신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매부진의 진짜 원인은 ‘이것’
이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과 다른 지역보다 비싼 가격도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고 있는 소비자의 기호에 백운산 고로쇠의 생산방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로쇠 약수협회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18ℓ 판매량이 눈에 띠게 줄고 대신 가정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소포장 판매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회 내부적으로도 가정에서 마시기 편한 1.5ℓ나 4.5ℓ 포장 용기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약수협회 관계자는 “택배를 이용해 가정에 직접 배송하는 경우도 전체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포장을 당연히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가격인하에 대해서는 “백운산 고로쇠의 가격결정이 전국 고로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가격을 내리게 되면 다른 지역의 가격도 내리게 되고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채취 농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세태를 반영해 포장 방식의 현대화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약수협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위생처리를 마친 후 소포장 용기에 담는 공정을 마련하고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생산을 하고 있다”며 “백운산 고로쇠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런 공정을 각 지역마다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약수제 모습

특산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광양 매실과 백운산 고로쇠를 비교한다면 대부분 아쉬움을 토로한다.
광양 매실의 경우 지역 특산품으로써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물량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반해 백운산 고로쇠의 경우 원조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후반부에 채취한 고로쇠의 경우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위생적인 생산라인과 비교우위의 효능을 광양시 차원에서 널리 홍보해 고급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분명 성분에 있어 다른 지역의 고로쇠에 비해 나은 점이 있고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광양 매실과 같은 명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채취부터 판매까지 위생적인 면을 보다 철저히 점검해야 하고, 대규모 생산농가의 경우 브랜드화를 통한 판로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판매되고 남은 고로쇠를 이용한 제품에 대한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노력 역시 광양시에서 용역을 한 바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용기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제품의 다변화도 필요한 대목이다.

다행이 고로쇠 채취 농가에서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일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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