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직접 꾸려가는 마을공동체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나눔의 대상에서 주체로, 장애인 사회참여 확대에 모델 되길”

행복나눔공동체는 중마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 중인 마을공동체다.

김현숙(47) 회장을 비롯한 발달장애 4명과 발달장애인들의 활동지원사, 성한결 사회복지사 등 6명으로 구성된 행복나눔공동체는 장애인들이 주도적으로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고 기획해 2021년 전라남도 광양시 마을공동체 씨앗단계에 선정됐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직접 공예작품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는 프로그램인 ‘마당발(마음으로 모아 당신과 함께 발전해보아요)’라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직업 훈련. 커피숍 등 마을 기업 창업 등 다양한 장애인 자립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거의 짜여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나눔 활동에 나선 것은 흔치 않은 대단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마을공동체 프로그램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차례 마을공동체 의식 향상 교육이 진행됐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줌’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했음에도 구성원들은 열정적인 청강 태도를 보이고 질문을 쏟아내는 등 뜨거운 참여도를 보여줬다.

이러한 교육이 가능했었던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되면서 복지관 이용이 어려워진 장애인들을 위해 중마장애인복지관에서 유튜브 채널 ‘중마장복TV'를 개설하고 이를 활용해 ‘줌 활용법 교육’등을 사전에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또 중마장애인복지관은 ‘자조모임’이라는 복지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직접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고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회의를 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무지개 공방’ 프로그램을 통해 캘리그라피로 아크릴액자를 만들고 꽃장식을 단 장식품을 만들어 장애인들에게 나눠주는 시간을 가졌다.

김효정(32) 회원은 “좋은 글귀를 쓰면서 나도 힐링됐고 예쁜 장식품을 나누면서 다른 분들이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뿌듯했다”며 “7월에는 머그컵을 만들어 중마시장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나눠드릴 계획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봉사나 나눔의 수혜자로만 여겨지던 장애인들이 직접 나눔을 행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더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는 그첫걸음을 장애인들 스스로 힘차게 내딛고 있는 것이다.

김현숙(47) 회장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며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게 실제로 이뤄지고. 또 내가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경험들을 해보며 정말 행복하고 재밌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내년에는 야외에서 장애인들이 김밥을 만들어 서로 나눠먹고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는 행사같은 걸 해봐도 좋을것 같다”는 포부도 얘기했다.

이들은 올해 첫 도전을 기반으로, 규모와 다양성을 확대해 열매단계까지 도전해 볼 계획이다.
성한결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마을공동체를 이끌어가기까지 광양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며 “용기를 내서 도전해준 구성원들과 회장직을 자처한 김현숙 회장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복나눔공동체가 모범적인 운영사례가 되어 많은 장애인들이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각종 사회 참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용기를 내어 도전하다보면 활동영역이 확대되어 장애인들도 한명의 주민,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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