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밴드 개설해 이벤트 및 판촉행사
기획입점업체간 샵인샵 순환 홍보 시스템 구축
싸고 질 좋은 제품, 가치소비로 ‘느룽지’ 팬덤

‘느루’는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이다. ‘느루’는 탄생 한 지 1년 된 광양지역 소상공인 공동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느루’는 코로나19로 인해 겪어본 적 없는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자생 및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시작한 온라인 마케팅 공유의 장으로, 30여 곳의 협업업체와 가입자 1000여명이 함께 소통하고 있다. 소상공인 공동체 ‘느루’는 아동복 전문점 콩콩을 운영하고 있는 조연옥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10년 전 광양으로 이사 온 조연옥 대표(39)는 2017년 아동복 및 신발 가게를 오픈했다. 대학생 때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고 결혼 전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조 대표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다보니 자꾸 치수가 맞지 않아 실패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역에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입혀보고 살 수 있는 매장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단골을 확보하고 사업이 자리 잡아 나갈 쯤 코로나19라는 경험하지 못한 악재를 만났다. 오가는 사람은 없었고 매출도 뚝 떨어졌다. 뭘 해야 할까 막막한 상황 속에 고 민을 거듭한 조 대표는 온라인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근처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 중인 친구와 온라인에서 콜라보 세일을 진행했다. 조 대표는 “중마동은 상권이 메인 스트리트가 없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보다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 며 “소상공인 몇몇과 교류해봤더니 고객층이 60% 이상 겹치더라, 여기 매장 갔다 저기 들리고 하는 구조였다.

고객층이 겹치는 것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이 모여 사업장을 연결해 보자는 합의점이 도출됐고 그렇게 느루가 탄생됐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대기업 상권에 밀리지 않기 위해 고객의 흐름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면 집에 있는 고객들도 연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 단했던 점이 주효한 셈이다.

첫 출발은 미미했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 가다보니 입점 업체를 따로 받기도 전에 500명 의 회원이 모였다. 입소문을 타다보니 현재는 입점 문의도 늘어 협업하는 소상공인들이 30 곳 이상에 이르렀고 1000명의 회원이 모였다. 모두가 힘을 합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 동체이기 때문에 입점업체라해도 수수료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다만 고객 니즈를 충족시 키고 지속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진행하는 월간 이벤트에 돌아가며 상품을 지원하면 된다.

조 대표는 “서로 도움이 되려고 시작한 곳 이기 때문에 이익성을 추구하기보다 홍보의 장을 공유하는 정도의 기능에 만족한다”며 “경쟁구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업종 간 중복을 최소화하고 대표 품목으로 주부를 나 눠 조율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모여 단체를 이루다 보니 언택트 에서 어느덧 온택트로 나아가고 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혼자 운영하기 힘들어 마음이 맞 는 대표 10명이 함께 기획 회의를 하고 사무 를 도와가며 운영하고 있다. 매월 콘셉트를 잡 아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후기, 댓글 및 사은 행사를 통해 또 업체를 홍보하고 고객들은 사 은품을 받고 재구매를 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부터는 ‘카페 안의 상점’이라는 기획을 통해 입점업체인 배달전문 커피숍 ‘청솔로’의 공간에 무인상점을 차려, 매월 입점업체를 바꿔 홍보하고 판매하는 샵인샵을 운영중 이다.

운영진들이 번갈아 무인상점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다보니 기다리는 사람도 생기고, 코로나19로 잠깐 쉬어가면 서운 해하는 팬덤도 생겼다. 느루 운영진들은 고객 들의 호응에 감사의 표현으로 ‘느룽지’라는 애 칭과 함께 텀블러를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유투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퀴즈를 맞 추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펼친다. 선호 주기 가 짧은 MZ세대를 고객으로 붙들고 있기 위 해서는 재미와 감동, 가치가 함께 따르는 마케 팅은 필수다.


‘새글 알림’이라는 기능을 활용해 고객층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재밌고 기분좋은 일들을 자꾸 만들어내면 고객도 피드백을 바로 바로 해주니까 후기를 보며 힘을 낸다는 느루 운영진들. 이들은 ‘나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다 같이 한발씩만 내딛어도 엄청난 행보가 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이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 대표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고객에게도 소소한 기쁨을 주고, 소상공인간, 소상공인-고객, 고객 간 서로서로의 필요가 맞으면서 도움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며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느루의 뜻처럼 길게 가면 모두에게 도움되는 매개체로서 소상공인 공동체 ‘느루’가 지역에 서 자리매김하고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새롭게 자영업에 도전하신 분들이 많아 최근 홍보 컨설팅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데 처음엔 내가 컨설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지나온 길 에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고, 활동하며 개선책을 찾아가면 좋겠다 싶어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고, 다 같이 호흡하며 힘을 북돋아 주고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나누면 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것도 외롭고 막막하지만은 않기에 모두들 힘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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