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알기·가꾸기, 주민화합, 한옥 보존 프로그램
광양 대표 관광자원 자리매김 위한 주민들의 노력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백운산을 향해 가다보면 웅장하게 펼쳐진 한옥마을을 만날 수 있다.

8년 전 지역에서 광양과 백운산을 사랑하고, 한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옥마을을 형성하기로 뜻을 모으고 차근차근 준비해 2017년 왕금한옥마을이 완공됐다.

25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왕금한옥마을은 지구단위 개발계획처럼 처음부터 마을의 조화와 통일감 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마을이기에 오랜 기간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부락인 여느 한옥마을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낮은 담장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한옥마을들이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와 대립하며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곳은 오히려 담장을 낮춰 마당이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다.

임종근 왕금한옥마을 대표는 “집집마다의 특색있는 마당 조경과 백운산 등의 정취가 어우러지면서 방문객에게 확 트인 전경과 개방감을 주기 위해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며 “언제든 누구든 들러서 쉬고,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힐링할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을이 조성된 지 4년째, 도심에서 생활하다 이주한 주민들이 대부분이기에 화합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고 마을 가꾸기 등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왕금한옥마을 입주민들은 올해 전라남도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왕금 전통한옥 마을가꾸기’ 라는 프로그램으로 씨앗단계에 선정됐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왕금마을의 유래와 특성 등 마을 자원을 조사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을공동체 교육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발전시키고, 마을을 돌며 자원을 조사하고 인근 마을에 사는 원주민들을 면담해 구술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런 활동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기록하고 유투브에 올려 마을 홍보영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마을의 얼굴인 입구가 깨끗해야 방문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마을 초입에 개나리와 대형 화분도 식재했다. 주민과 방문객이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소공원을 만들어 작은 정원으로 탄생시켰다.

이와함께 주민간 화합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6월12일부터 8월말까지 매주 4회씩 서각을 활용한 전통한옥 명패만들기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서각에 조예가 깊은 임종근 대표님이 주민들에게 서각의 기초를 강의하고, 주민들은 자기집 명패를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의미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새로운 관심사를 제공하고 매일처럼 만나며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임 대표는 “25가구가 모여 살지만 각자 생활이 있기 때문에 서로 얼굴 맞대고 친밀하게 얘기할 시간이 많지 않다”며 “중학교 2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로 하나의 목표를 이뤄나가기 때문에 더욱 친밀해 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서각 교육을 통해 자기 작품을 다양하게 제작해 본 후 내년 쯤에는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왕금한옥마을 일부 주민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의 집을 관광객에게 공유하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 젊었을 때 많이 이용했던 민박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쉐어하우스라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광양은 여수, 순천, 하동, 남해의 중간지점으로 지리산이나 이쪽으로 여행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은퇴 후 경제적으로 보탬도 되고, 방문객들이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면 우리도 기쁘고 보람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8월 성수기 예약이 꽉 차있고 가을 예약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몇몇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윤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올해 9월부터는 일반 예약은 받지 않고 전남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전남유학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남 유학 프로그램’은 도시 아이들이 시골에 와서 6개월간 거주하며 마을의 작은 학교를 통학하며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왕금한옥마을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신청 받아 숙박을 지원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마을이기에 할 일이 많다”며 “가구 수가 작다보니 마을이 아직 분리가 되지 않아서 마을회관 조성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왕금한옥마을이 광양의 대표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이 합심해 명품 한옥마을로 지속적으로 가꾸고 홍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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