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둔 스물다섯 살 청년 정옥수 씨
“미래세대를 위한 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기부는 곧 베풂이다. 기부, 봉사, 재능기부 모두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국가 복지가 살피지 못한 곳, 숨어 있는 곳을 향해 흘러가는 물줄기와 같다. 물줄기는 촘촘하게 흘러 갈라진 틈새를 메우거나 심한 갈증을 해갈한다. 기부는 내게 넘치는 것들을 나누는 게 아니다. 적더라도 내가 가진 것들 쪼개 나누는 것이다.

지난 19일 사회복무요원으로 21개월의 군 생활을 마친 한 젊은이가 그간 군 월급을 모아 광양시어린이보육재단에 후원금을 기탁해 주변에 훈훈함을 전했다.

진월면사무소에서 복무하다 20일 소집 해제된 정옥수(25)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9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시작한 정 씨는 월급 받아 꾸준히 모은 300만원을 이날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대의원인 서호성 씨 등 7명과 함께 아낌없이 보육재단에 선뜻 내놓았다.

이 후원금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지급되는 기본급과 식비, 교통비를 모아 살뜰하게 모은 돈이다. 300만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액수지만 사실 일반인도 선뜻 내놓기 힘든 액수다.

그것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고향인 진상과 근무지인 진월면사무소를 오가던 스물다섯 살 청춘이 21개월 동안 한푼 한푼 소중하게 모은 돈이니 쉽사리 기부를 결정하기 힘든 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현역이든 전역한 예비군이든 군 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알 테지만 군인에게 월급은 일반 직장인 월급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되돌아온 답은 달랐다. 우문에 현답이랄까.

정 씨는 먼저 어떻게 군 생활을 이어 여기(소집해제)까지 왔는지 가물가물하다. 여하튼 사회를 배우고 봉사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웃음을 매단 뒤 소집 기간 끝나기 두 달여 전 사실 군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생각이 깊었다. 이를테면 유종의 미를 생각했다그런데 진월면 사회단체들이 산사태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고향 진상면 탄치마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후원하는 것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를 결정한 이후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광양시가 미래세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보육재단에 군 생활 동안 모아둔 월급을 기부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이 정리된 뒤론 별다른 망설임은 없었다. 부모님도 대견하게 생각하시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제 후원금이 자라나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이렇게 기부를 하고 나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박종태 진월면장은 옥수는 면사무소를 찾아온 어르신들의 민원 안내 등 친절하기로 소문난 청년이다. 지난달엔 광양시장 표창도 받는 등 진짜 놓치고 싶지 않은 친구라며 사회복무기간 중에도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직접 배달까지 하고 출근한다는 말을 듣고 참 놀랐다. 매우 훌륭한 인재라고 엄지를 척 꺼내 들었다.

박 면장은 옥수는 운전면허증은 물론 지게차, 굴삭기 등 많은 자격증을 따기도 한 성실한 친구다. 뭐가 되도 될 친구라며 진월면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봉사해준 노력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이제 사회로 나가서 자신의 희망을 찾아 뜻을 펼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가업을 이어가는 게 꿈이라는 정 씨는 사회복무기간 동안 배운 친절과 봉사를 잊지 않겠다앞으로도 기부는 제 삶의 일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모두들 힘내시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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