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志剌發光> 이야기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중략>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고 배제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소위 캐주얼 차림으로써, 2003년 4.24 재보선에 경기도 고양 갑 지역에서 당선됐던 유시민의원이,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을 때“ 탁구 치러 왔나.”“ 국회가 운동장이냐.”“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 지킬건 지켜야지.” 식으로 비난하며, 급기야 여야 의원 30여 명이 퇴장 한 다음 날, 유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내용이다.

YS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여름 전기 수요가 폭증하여 절전 운동 차원에서 청와대 구성원들도 참여를 하였던 바, 양복을 벗고 Y셔츠 차림 등의 시원한 옷을 입게 하였다. 이에 보도된 사진을 보니, 아~뿔~사! 회의 장면의 사진 속에는 반팔 셔츠를 입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얀색 일색이었음에‘ 저것도 사전에 모두가 맞추기로약속을 했나?’ 하는 의구심을 충동하였다.

옛날 언제 전교조 문제가 초창기 핫-이슈로 떠오를 때, 마침 그 소속 어떤 선생님이 잠바 차림으로 학교에 출근을 하였다. 이에 해당 교장 선생님께서“ 아니, 선생이 잠바가 뭡니까? 잠바가... 정장을 입고 와야지!” 라고 힐난함에“ 아니 제가 벗고 학교를 온 것도 아니고... 저는 이것을 깨끗이 세탁해 편하게 입고 온 것입니다. 그리고 꼭 양복을 입고 와야 하는 법이 있나요?”라는 자기 설명을 하면서, 양자 간에 대립했다는 신문 기사를 정확히 기억한다.

들쥐의 일종인 <레밍(lemming)>은 몸길이가 3.5cm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귀여운 동물로, 주로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산악지역에 서식한다. 레밍이 유명해진 이유는 번식력이나 집단이주 때문이 아니라‘ 집단자살’ 때문이다. 대장 레밍을 따라 목숨을 버리는 이러한 습성 때문에 ‘레밍효과’라는 말이 생겼다.‘ 레밍효과’란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하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쏠림현상’이라고 표현하고, 비슷한 뜻으로는‘ 스탬피드 현상)’이 있다‘. 스탬피드 현상’은 가축들이 놀라 우르르 내달리는 것처럼 대중들이 남들이 하니까 쫓아 하는 것을 말한다. 레밍 현상과 스탬피드 현상 모두, 집단의 무리에서 도태되면 죽게 되는 약한 동물들의 본능이다. 하지만 레밍효과의 결론은 바다로 뛰어들어 목숨을 잃는 것이다.

1980년 8월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은, 전두환이 곧 한국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마치 들쥐(레밍) 떼처럼 그의 뒤에 줄을 서고 그를 추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위컴의 발언은“ 한국민의 국민성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그 지도자를 따라갈 것이며, 한국민에게는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재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 지식인들이 위컴의 발언은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그의 진단에 타당한 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옛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되거나 강직한 사람이 남의 공박을 받는다는 것이며, 말과 행동에 모가 나면 미움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러니 비슷하다 못해 같은 무리에 획일적으로 속한 상태에서, 앞서지도 두드러지지도 않는 생존 및 성공 방식이 제일이라는 고금의 원리가 작동한다.

한편 누군가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ㆍ강조 하는 바작금 우리는 개혁, 개성, 창의 및 무한 변신을 또 다른 <지나침>으로 강요하는 정점에 있다. 이 숨 막히는 시대적 역학에서 돌파구나 퇴로 등이 쉽게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개인차의 개성적 다름이 레밍 식의 집단적 획일성에 치이고 제거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당통이 강조한 ‘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라는 그 현장에서, 창의적 개성과 다양한 능력의 발휘가 핵심일 텐데“, 한국에서는 창의성도 학교에서 가르친다더라!” 라고 일갈한 동료 일본 학생의 면박 성 지적을 받은 미국 유학의 한국 어느 대학원생 개탄에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모난 돌이 되자!>” 라는 내 외침을 각혈로 더 한다.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한국남성학연구회장, 교육학박사, 진상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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