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입주한 와우지구 LH 행복주택 70%가 빈집
시, 광양읍 칠성행복주택 건립 추진…반면교사 삼아야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와 같은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되는 행복주택이 광양 와우지구에 지어져 지난달 26일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70%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와우지구 LH 행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사업을 맡아 진행함에 따라 우리 지역 청년들의 수요와 상황, 특색 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지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 속에 광양시가 광양읍 칠성리에 이와 비슷한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시비가 대거 투입되는 만큼 지어 놓고 외면받는 텅 빈 건축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많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모집공고에도 30% 계약률도 못 채워

LH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와우지구에 지하1, 지상 8-255개동, 830세대 규모로 지어지는 LH공공임대아파트 가운데 430세대에 해당하는 행복주택 계약률은 지난달 말 기준 27%에 불과했다.

LH201912월부터 1차 모집공고를 낸 후 18%의 계약자를 모집했고, 생각보다 저조한 계약율에 소득기준과 혼인 기간 등 조건을 완화해 20209102차 모집공고를 냈지만 9% 계약률에 그쳤다.

이처럼 와우지구 LH행복주택이 4집 중 3집이 비어있게 된 이유는 지역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대도시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와우지구 LH 행복주택
와우지구 LH 행복주택

좁은 평수와 낮은 가격 경쟁률이 요인

와우지구 LH행복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19(5.75), 26(7.87), 36(10.9) 3가지 모델로 공급됐다. 고시원보다 조금 큰 원룸 수준으로, 투룸도 다소 작게 빠졌다.

와우지구는 인근에 대학이 없는데다 중마동 권역에 원룸과 투룸, 작은 평수의 아파트들이 많이 있고, 기업들이 기숙사 등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 굳이 작은 평수의 행복주택에 입주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행복주택이지만, 우리 지역은 구축이나 원룸, 투룸 등이 적정한 가격선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아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와우지구 LH행복주택은 19기준 가장 저렴한 가격이 임대보증금 1173만원에 월 68420원을 내야한다. 비슷한 수준의 원룸이 보증금 200만원에 30만원 정도로, 이 금액에는 수도세, 전기세, 통신비 등이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이 관리비도 별도로 내야 하는 행복주택에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원·투룸의 경우 세탁기, 냉장고, TV,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다 갖춰져 있지만 행복주택은 거의 별도로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선택에 제한 요소다.

여기에 복잡한 서류 제출과 자유롭게 거주기간을 조절하기 힘들다는 점도 악조건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경우 주거 비용이 높고 공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행복주택에 입주를 원하지만, 우리 지역은 대학도 없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 수준에 공급이 충분해 행복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와우지구 LH행복주택 임대료
와우지구 LH행복주택 임대료

광양시 자체 주거지원사업과 상충

이와 함께 광양시에서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각종 사업과 행복주택 사업이 상충되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광양시는 현재 만 19세이상 만 39세 이하인 청년들 가운데 전·월세 주택에 거주하고 일정 소득 이하인 청년의 주거비를 최대 12개월간 월 1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 취업자 주거비 지원 사업과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하는 경우 이자를 지원해주는 청년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사업’, 무주택 신혼부부와 다자녀가정이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이자를 최장 3년간 월 5~15만원을 지원해주는 신혼부부·다자녀가정 보금자리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 사업 대상자들은 제외된다.

광양에 새 일자리를 얻어 타 지역에서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A씨는 광양에 집을 알아보던 중 행복주택이 있어 조건을 봤는데 서류도 복잡하고, 조건도 까다로운데 집은 좁고 가격도 싸지 않아 인근 원룸을 알아보고 바로 계약했다원룸에서 조금 지내며 주소를 광양시로 이전해 조건을 갖춰 광양시에서 지원하는 청년주거정책사업을 통해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H 측은 와우지구 행복주택 공가 해소를 위해 조건을 더욱 완화해 지속적으로 계약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공공임대 규정에 입주조건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칠성행복주택 추진세금 낭비 안하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양시가 광양읍 칠성리 174-11번지외 22필지에 224억원(국비 52억원, 기금 69억원, 시비 103억원)을 들여 150세대의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현재는 토지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까지 국비 10억원, 시비 40억원을 투입된다.

행복주택이기 때문에 면적, 가격, 조건, 거주 기간 등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른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시가 직영하는 사업인 만큼 최대한 기준을 완화해 18평 정도의 넓은 평수와 가격 경쟁력을 갖춰 공급하겠다는 게 광양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칠성 행복주택을 건립하면서 수요조사와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와우지구 행복주택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면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주거지원사업과 상충된다는 의견도 내부 회의 때 제기되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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