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본고장 광양’…전어 활어 개발한 망덕포구
추석 전후, 살·기름기 풍부해‘ 가장 맛있는 시기’
된장빵·묵은지·마른김 곁들이면 풍미 더해져 일품

바야흐로 먹거리의 계절 가을이 왔다. 살랑이는 가을바람에 불현듯 입가에 맴도는 고소한 맛 하나가 있다. 바로 가을 전어다.

모진 시집살이에 집 나간 며느리도 시어머니가 굽는 가을 전어 냄새에 다시 돌아온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로 기름기가 꽉 찬 가을 전어의 고소함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는 지역 곳곳에 전어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전어가 유명한 지역 중에서도 특히 망덕포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어를 활어로 개발한 곳으로 가을 전어의 본고장 되시겠다. 망덕포구의 전어는 여름 산란기를 마치고 7월 중순이면 작업이 시작돼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기가 쫙 차올라 뼈마저도 부드러우며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전어의 본고장에 거주하며 어찌 가을 전어를 맛보지 않고 지나가겠는가.

추석 전·후에 방문하면 가장 맛있는 전어 코스를 맛볼 수 있다. 광주횟집 상차림 모습.
추석 전·후에 방문하면 가장 맛있는 전어 코스를 맛볼 수 있다. 광주횟집 상차림 모습.

광양 구석구석 전어로드

광양에서 전어하면 역시 진월면 망덕포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해안 길 따라 늘어선 수많은 횟집 모두 제일 잘 나가는 메뉴로 전어를 꼽았다. 망덕포구의 횟집에서는 전어 단품 메뉴와 전어 풀코스(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다. 단품을 찾는 손님도 있지만 전어회 전어 무침 전어구이 세 가지 메뉴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세트메뉴가 단연 인기다.

이 시기의 전어는 지방질이 가장 많고 아직은 뼈가 부드러워 회로 먹을 때는 주로 뼈꼬시로 먹는다. 된장 푹 찍어 뼈째 오독오독 씹을수록 고소함과 담백함이 깊어진다. 여기에 소주 한 모금 곁들여주면 천국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사실 전어는 쌈을 싸는 것보다 된장 혹은 와사비 섞은 간장에 살짝 찍어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게 일품이지만, 아직 전어 입문자라면 향긋한 깻잎에 쌈을 싸 먹는 것을 추천한다. 깻잎 한 장 뒤집어 전어회 네다섯 점, 고추, 마늘, 된장 순으로 올린 뒤 제법 두툼해진 깻잎쌈을 입안 가득 욱여넣어 주면 입안에 드넓은 망덕포구가 펼쳐지는 듯하다.

한참을 정신을 잃고 먹다 보니 괜스레 전어회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을까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전어를 손질해 온 망덕포구 한려횟집 사장님에게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슬며시 물었더니 기다렸단 듯이 씻은 묵은지에 전어를 싸 먹으면 또 다른 신세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꿀팁을 전했다.

망덕포구에서 약 15분 정도 차를 타고 달려 나와 광영동에 다다랐다.

광영에서도 망덕포구와 마찬가지로 전어 풀코스가 가장 인기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어떤 전어요리를 마주할지 괜한 기대감이 차오르던 중 그 기대에 부응하듯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야채와 뼈를 발라 포를 떠 썬 전어회를 듬뿍 넣고 새콤하게 무쳐낸 전어 무침이 등장했다. 그 새콤달콤한 향이 코를 찔러 침샘을 자극했는지 저절로 침이 꿀떡 넘어가는 게 이 집의 전어 무침은 뭐가 달라도 좀 다르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와 고소한 전어회 그리고 비법 양념장이 어우러져 식감과 미각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준다. 테이블에 코를 박고 게 눈 감추듯 먹다가 솔솔 퍼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광영동 광주횟집 사장님이 웃으며 그릇 하나를 건네준다.

김 가루에 깨 솔솔 뿌려 참기름 두른 대접을 놓아주며 밥 한 그릇 넣고 전어 무침 넣어 비벼 잡숴보셔. 꼭 마른김에 싸 먹어야 해라는 맛있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야무지게 쓱쓱 비벼낸 전어 무침 비빔밥을 속는 셈 치고 마른김 한창에 올려 먹었더니 과연 그 고소함과 새콤한 맛이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전어회와 전어 무침까지 맛봤으니 이제 가을 전어의 꽃 전어구이를 맛볼 차례.

광영동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중마동이 나온다. 크고 작은 건물이 즐비한 도심에서 이맘때 저녁이면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 솔솔 풍기는 곳이 있다.

신선한 은빛 전어에 칼집 슥 내고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누워낸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전어구이는 뼈째로 씹어먹는 것이 별미다. 전어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고소함에 반해 대가리까지 통으로 먹는다고 한다. 오죽하면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이라고 할까.

잘 구워져 윤기가 좌르르 도는 전어를 간장에 푹 찍어 통째로 입안에 넣어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역시 가을엔 전어네

중마동 참바다수산시장 사장님은 광양의 전어는 매년 716일이면 작업이 시작되지만 가장 맛있는 시기는 추석 전후라며 지금의 전어는 가장 살이 많고 지방질이 풍부해 구이로 먹었을 때 최고라고 말했다.

한편 전어는 뼈째로 먹는 생선이라 칼슘이 풍부해 뼈 건강에 좋다. 우유보다 높은 칼슘을 함유해 보양식으로도 손색없을 정도. 아울러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있어 두뇌발달이나 성인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불포화지방산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을 맑게 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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