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에 서는 날까지 더 많은 땀 마다하지 않을 것”

전국체육대회가 경북 구미시에서 지난 8일 개막해 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4일 마무리 됐다. 이번 대회에서 전남은 금 21개, 은 15개, 동 23개로 총 59개의 메달을 획득, 당초 목표 달성을 초과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손에 쥐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남 육상을 대표해 출전했던 전남체육고등학교 3학년 이경민(이기욱 한농연 광양시지회장의 자) 군이다.

지난 10일 멀리뛰기에서 6m61cm이라는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를 순조롭게 출발한 경민 군은 지난 12일 자신의 주종목인 세단뛰기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육상의 대들보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경민군은 지난 10일 멀리뛰기 은메달, 지난 12일 세단뛰기 금메달을 목에걸며 한국육상의 대들보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경민군은 지난 10일 멀리뛰기 은메달, 지난 12일 세단뛰기 금메달을 목에걸며 한국육상의 대들보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민 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록 향상과 컨디션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최선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열정적인 모습으로 훈련을 지도해 준 감독님과 코치님에게감사를 전해드린다”며 “누구보다 잦은 부상 등으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깨를 다독이며 힘을 북돋아 주셨던 부모님과 할머니에게도 이 기회를 빌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는 경민 군이 맞는 사실상 고교 마지막 대회다. 그만큼 훈련과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았다. 마지막 대회인 만큼 정상에올라서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고 대회 3주전부터 진행된 강도 높은 합숙 훈련을 견딜 수 있었다.

새벽 6시부터 진행되는 새벽훈련과 수업 후 진행되는 오후 훈련, 야간훈련 등 체전을 앞둔 훈련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으나 꿈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진행된 고된 훈련 끝에 대회 전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주변에서조차 기대가 컸고 결국 경민 군은 꿈에 그리던 정상에 올라섰다.

사실 이번 대회 전까지 경민 군과 전국체전의 인연은 악연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육장배 육상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가 덜컥 1등을 차지하면서 육상을 시작했던 경민 군. 이후 당시 경민 군의 경기를 지켜본 광양시체육회 김유미 체육지도자에게 권유로 본격적인 육상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경민 군은 다른 대회에선 수많은 메달을 목에 걸면서 주변의 기대룰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 때 2학년 처음으로 전국체전의 소녀부 잔치인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전남대표로 선발, 출전자격을 얻었으나 발목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해야 하는 시련을 겪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3 시절 역시 전남대표로 선발됐으나 손목 부상으로 출전을 접어야 했다.

여기에 더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하던 도중 또다시 손목 부상을 입으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고 2학년이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까닭에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 전남 대표로 선발됐으나 6년 동안 단 한 번도 경기에 뛰지 못하는 지독한 악연의 연속이었다.

경민 군은 “매번 뜻하지 않은 부상 등으로 대회 출전이 좌절되면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전국을 무대로 경재자이자 동료인 선수들과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응원과 격려가 힘이 됐다. 항상 다칠 때마다 멘탈이 무너졌으나 내년이 있다는 생각과 격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이번 전국체전 금메달은 값지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뛰기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사실 아쉬움보다는 다치지 않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즐기려고 했고 그게 집중력에 도움이 됐다”며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부모님과 감독 선생님을 보면서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 이기욱 씨는 “사실 경민이가 전국대회를 앞두고 매번 부상 때문에 출전을 못하다 보니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아 솔직히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으나 겉으로는 ‘잘하고 있다,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는 게 부모의 입장 아니겠냐”며 “끝낼 때 끝내더라도 한 번이라도 정상을 밟아보고 끝내고 싶다는 아들의 의지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부모로서 대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거들었다.

국가대표 육상 상비군인 경민 군은 이제 곧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대학진학보다 더 간절한 게 있다. 더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가 자신의 한계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경민 군은 “내년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하고 있지만 2026년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준비해 나갈 생각”이라며 “멀리뛰기와 세단뛰기가 기록경기인 만큼 멀리뛰기는 8m, 세단뛰기는 17m를 넘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을 노릴 수 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며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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