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광양시지회 문학동아리 ‘시집(詩集)가는날’
전남 최초, 작가 6인 17 작품 점자판 수록…출판 기념회도 성황

“시각장애로 인해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나의 이야기를 시로 써봄으로써 움츠려 있던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었고 도전해 볼 수 있었던 ‘시인’이라는 꿈에 다가가면 서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다시 사회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시집’이라는 매개체가 사람과 사회와의 소 통할 수 있는 길이 되었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임여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광양시지 회장 ‘흰 지팡이의 꿈’ 인사말 중에서

지난달 29일 새마을금고 3층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광양시지회 문학동아리 ‘시집(詩集)가는날’ 소속 작가 6인의 작품 17편이 실린 시집 ‘흰 지팡이의 꿈’ 출판기 념회가 열렸다.

 

시집 ‘흰 지팡이의 꿈’은 광양시 문인협회 박한송 작가의 제안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 합회 광양시지회에서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문학동아리 사업의 결실이다.

박한송 작가는 “순천에 70대 할머니들께서 책을 내신 것을 보고, 코로나19 상황에 활동량이 줄어든 시각장애인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문학동아리 사업을 하는 것도 괜 찮겠다는 생각에 제안했다”면서 “처음에는 일반인도 어려운 시집 편찬을 장애인이 가 능할까 주저하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 도전 하고 끈기와 열정으로 참여해 작품을 발표 한 작가 여러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전남 최초의 시각장애인 문학동아리 ‘시집(詩集)가는날’은 시를 통해 잃어버렸던 나의 색깔을 찾는다는 의미로 ‘무지개 지팡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빨강 빛깔 임여울 시인(사과), 주황 빛깔 김현순 시인(오렌지), 노랑 빛깔 김수민 시인(바나나), 초록 빛깔 김진섭 시인(수박), 파랑 빛깔 박정열 시인(블루베리), 남색 빛깔 곽만섭 시인(포도) 등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6인이 모여 ‘흰 지팡이의 꿈’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6개월간 시각장애인들을 매주 1번씩 만나 소통하고 지도한 광양시문인협회 방승희 작가와 시각장애인연합회 직원 등 비장애 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방승희 작가는 “시각장애인들이 쓴 작품 들은 수사로 꾸며진 가식이 아니라 진실한 인생의 고백이기에 눈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며 “주제를 드리고 글을 쓰 라는 숙제를 내면 한 문장 한 문장 생각했 던 것을 센터 직원들에게 전화로 불러주고, 다시 옮겨 쓰고, 팩스로 보내고 점자로 출력 하고, 수정할 부분이 생기면 또다시 반복되 는 작업을 거쳐 어렵게 어렵게 한 줄 한 줄을 완성했기에 이번 시집은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더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어려워했었지만, 함께 문학 작품을 공부하고 문학기행도 다니면서 하나둘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방 작가는 “매주 2시간씩 수업을 하려고 했지만, 열정이 넘치고 이야기가 끊이질 않 아 매번 시간이 연장됐다”면서 “안 보면 보고 싶고, 그립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이라 고 덧붙였다. 

‘저녁 식사 한 시간 전’, ‘그리움 하나’, ‘소낙비’의 작품을 쓴 김진섭 시인은 “7년 전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 라디오를 친구 삼아 지냈는데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책을 냈다는 소식에 용기를 냈다”며 “시를 쓴 이후 친구도 생기고 세상이 달라졌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생각’, ‘벚꽃잎 흩날린다’, ‘특별한 초대’라는 작품을 쓴 박정열 시인은 “중고생 이후로 시를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학동 아리를 통해 생각을 떠올리니까 과거 추억, 풍경, 느낌, 그리움이 많이 떠올랐다”며 “세상에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나 싶을 정 도로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할머니의 손’, ‘그리운 아버지’, ‘동네 스피커’라는 작품을 발표한 김현순 시인은 “어릴 적 내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시를 쓸 수 있어 행복했다”며 행복함을 가득 실은 노래 한 소절을 뽐냈다.

‘별을 보았네’, ‘선구자’, ‘나는 꽃이 아니고 싶습니다’를 쓴 곽만섭 시인은 “나같은 사람이 쓸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재밌어졌다”며 “끝나고 나니 뿌 듯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참여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비오는 날’, ‘엄마 없는 날’, ‘명상’을 쓴 김수민 시인은 “1년동안 행복한 시간이었다” 면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어머니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고 말해 눈물샘을 적 시기도 했다.

 

‘무지개 색 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을 쓴 임여울 시인은 “30-40년전으로 돌아 가 파스텔로 문집 만들고 시 쓰고 교회에서 문학의 밤 준비하던 시절이 기억 속에 아련 하다”며 “시각장애인은 중도 장애인이 많고 다른 장애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좌절감이 큰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을 회원들과 함께 이뤄낼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밝혔다.

박한송 작가는 “앞으로도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이룰 수 있 도록 사랑합시다”라면서 “재원상의 한계가 있어 시인 여러분들게 1인당 3권씩 밖에 책을 드릴 수 없어 아쉽지만 나중에라도 추가 인쇄해 많은 분에게 이 특별한 시집을 선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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