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필리핀 등 다문화가정 15가구로 구성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것 목표
공동체라는 울타리에서 만들어 가는 또 다른 가족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엄마와 아이들로 이뤄진 공동체,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그들의 동행이 특별한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다문화가정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린 여성들이 자식과 함께 제2의 고향인 광양에 대해 알아가며 서로간 의지와 보탬이 되고 있는 ‘무지개다문화’ 공동체를 만났다.

“우리는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걸음을 걷고 있어요. 이주 후 외롭던 삶에 따스함을 전해준 광양을 깊게 알고 더 나아가 모두와 함께 다정한 소통을 나누고 싶어요” 차여정(51) 무지개다문화 공동체 대표와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말이다.

차 대표는 이주 16년 차로 광양에서 15년 동안 중국어 강사로 활동한 재원이다.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오던 차 대표는 코로나19가 찾아오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본인처럼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이 활기를 되찾고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마을공동체’ 사업을 발견했고 주위의 다문화가정 15가구를 모았다며 탄생 배경을 들려줬다.

지난 3월 설립된 무지개다문화 공동체는 공동체로 화합의 장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를 서로 공감하고 공존, 소통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목적으로 올해 ‘다정다감 다문화 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다정다감이라는 사업명에 대해 차 대표는 “한국이 원래 정이 많지 않냐. 참 따듯하고 정 있는 나라라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도 한국인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동행하자는 의미에서 정한 이름”이 라고 말하며 밝게 웃어 보였다.

다정다감 사업은 △마을공동체 및 주민자치 역량강화교육 △우리 고장 역사 문화탐방 △외국어 교육 △다문화가정 동아리 활동 등으로 계획돼 첫 프로그램으로 푸릇한 봄을 맞아 아이들과 묘목을 심었고 광양 특산품인 ‘매실’이 들어간 매실쿠키를 만들며 지역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아이들이 나고 자라는 지역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역사문화관에서 문화해설사에게 중흥사와 쌍사자 석등에 대해 배우고 직접 중흥사를 탐방해 현장체험을 하는 열 정도 잊지 않았다. 

지난 6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용강도서관에서 일본어와 중국어 회화 등 외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엄마 나라 음식 만들기, 백운산 가을 숲 체험, 김장김치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정다감 사업의 모든 프로그램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청귤청 만들기, 향초 만들기 등을 진행했고 오랜만에 육 아에서 해방돼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은 엄마들에게 폭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차 대표는 “15명의 엄마들은 모두 이주 10년 이상으로 서로 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아이들 대부분 용강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 더욱 잘 어울리고 재밌게 활동했던 것 같다”며 “공동체 활동을 하며 힘든 게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 같겠지만, 활동 장소를 구하는 것 말고는 정말 힘든 점이 없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무지개다문화 공동체는 육아에 대한 정보공유는 물론 다양한 활동을 함께 체험하고, 쉽게 할 수 없는 속 이야기들을 나누는 등 누구보다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오며 공동체라는 울타리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고 있다.

 

차여정 대표는 “한해 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더니 모두 한국의 정서를 알아가는 게 흥미로웠는지 회원들의 요구가 많아졌다”며 “오는 2022년에는 아이들의 문화교육뿐만 아니라 꽃차 만들기, 장담그기, 도자기 등 엄마의 힐링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고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어 힘든 아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선물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이어 “그간의 활동이 서로에게 힘이 됐던 것 같다. 서류작성이라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들이 잘 참석해주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와 행복한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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