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김’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모인 궁기마을 출신
체험활동과 홍보영상제작 등으로 알려온 태인동 ‘김’ 문화
지난 2019년 ‘마을기업 해우’ 설립하며 본격적 활동 시작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 본다.    <편집자주>
 

1.‘ 마을기업 해우’의 후원으로 김부각 제조체험을 진행 중인‘ 궁기회’
1.‘ 마을기업 해우’의 후원으로 김부각 제조체험을 진행 중인‘ 궁기회’


예로부터 광양의 대표 먹거리는 바로 ‘김’이었다.
인조 18년인 1640년 김여익 공이 광양현 인호도, 지금의 태인동에서 김 양식법을 고안한 덕분에 우리는 현재 까지도 김을 식용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사실은 1714년 광양 현감 허심이 쓴 김여익의 묘표에 기록돼 있고 ‘김’이 라는 명칭도 김여익 공의 성씨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져 온다.

섬진강의 민물과 광양만의 바닷물이 합쳐지는 섬진강 하구 지점에서 인공 포자를 사용하지 않고 밤나무가지를 꽂는 방식으로 양식된 광양 김은 그 향과 맛이 뛰어나 태인도 주민 대부분이 김을 팔아 먹고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듯 긴 세월 광양 사람들의 풍족한 밥벌이가 돼주던 김 양식은 인근에 광양 제철소가 들어오며 아쉽게도 생산이 중단됐다. 김 생산이 중단되면서 김은 자연스레 광양과 멀어져갔고, 오늘날 몇몇 어른들에게 옛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향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광양과 김의 깊은 유대관계가 그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웠던 태인동 궁기마을 주민 일부는 한때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김 역사를 되찾고 마을 활기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모 았고, 처음에는 새마을협의회와 부녀회, 마을 주민 몇몇이 주축이 돼 김시식지 주변을 정리하고 김 양식 모습을 벽화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다 지난 2019년 태인동사무소의 제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하며 현재의 ‘궁기회’가 탄생했다.
 

김재봉(54) 궁기회 대표는 “궁기회 회원의 대부분이 궁기마을에 적을 뒀던 이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하루의 절반을 김 양식에 손을 보태며 자라왔다. 김을 뜯고 말리며 포장하는 등 동네 의 모든 경제활동 중심은 김”이었다며 “하지만 어느 해부터 우리가 김을 양식 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더라. 이게 우리가 나고 자란 마을의 문화인데 잊어선 안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2. 김재봉 궁기회 공동체 대표
2. 김재봉 궁기회 공동체 대표


2019년 씨앗단계로 시작한 궁기회는 김부각 제조체험을 진행하며 ‘전통방식을 이어가되 위생적인 부분을 보완해 직접 김부각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같은 해 5월 지역 사투리로 김을 해우라 부르던 것을 회사명으로 따 마을기업 ‘해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김부각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새싹단계로 성장해 ‘‘세계 최고의 김’ 명성을 되찾아 온다’ 사업을 펼치며 △김부각 제조체험 △홍보영상 제작 △온라인 홍보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 9월, 10월 사전준비 모임을 각각 2회씩 갖고 김부각 제조체험 행사를 실시했으며, 우수한 맛과 품질의 김부각을 알리고 김부각 마을의 브랜드화 사업 취지 및 배경에 대한 홍보 또한 잊지 않았다.
특히 제조체험에는 다문화 이주가정이 참석해 김부각 제조 활동을 체험하며 전통방식을 알려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3.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전통방식을 따라 수제로 김부각을 만들고 있다.
3.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전통방식을 따라 수제로 김부각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으로 계획에서 벗어난 일들이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분들이 김부각 제조체험을 경험하고 그로인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무엇보다 이주 가족이 참석해 자녀와 함께 김부각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전통이 잊히 지 않겠구나 싶어 뜻깊기도 했다”고 전했다.

태인동의 ‘김’ 명성을 되찾기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궁기회는 올해 마을공 동체 새싹단계 도전을 한번 더 계획하고 있다.

김재봉 대표는 “김에 대한 일련의 활 동들이 결과로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고 아직은 부족함이 크다고 느낀다”며 “김 생산을 직접적으로 하지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에 대한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생산은 하지 못하더라고 김 가공사업에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전국적으로 김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기계로 생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조금 힘들더라고 수제방식을 고집하고 알리기 위해 제조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광양의 김 문화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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