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홍은옥’ 선생, 지난달 19일 원로예술인 추대
붓글씨만을 향한 열정으로 걸어온 45년 서예인 길
동호회 설립과 후학양성 등 광양 서예발전 큰 공로

옥룡 출신 청원 홍은옥 서예가가 지난달 19일 한국예총 전라남도연합회로부터 원로예술인으로 추대됐다.

홍은옥 서예가는 “붓을 잡은 것은 70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한 것은 45년 정도로 그때만 해도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뜻은 없었다. 그저 글을 쓰는 게 좋아 지금까지 글을 쓰며 보냈을 뿐인데 서예가로 활동한 세월이 길다 보니 감사하게도 그 공을 인정해준 것 같다”며 “고향인 광양에서 서예가로 지내는 동안은 계속해 사람들에게 서예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광양 서예 발전의 살아있는 역사 종손인 홍은옥(82) 서예가는 아버지의 권유로 12살 겨울방학 때 서당에서 한자를 배우며 서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종손 일을 이어받기 위해 배웠던 서예지만, 그 매력에 푹 빠진 탓에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붓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퇴근 후 밤으로 글쓰기를 계속했고 퇴직을 앞두며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시작했다.

3년 정도 밤낮없이 글쓰기에 몰두했던 덕분일까, 1979년 한국서예 천인전 입선을 시작으로 서예에 두각을 보이며 △대한민국 서예후 대회 금상 △한국 미술제전 특선 △한성미술제 동상 △광양 예술인상 △전남 예총 예술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으며 서예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아울러 광양에서 서예원을 운영하던 그는 지역 예술인 간의 소통 필요성을 느껴 1993년 12월에는 직접 서예가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광양 ‘서우회’다.

동호회 설립 이후 더욱 다양한 예술인과 교류하며 광양 서우회전, 광양미술협회 정기전, 한국 미술협회 정기전, 한국 서가협회 정기전, 광양 미협 정기전 등 다양한 정기전 개최 및 후학 양성에 몰두, 지금까지도 광양 서예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는 광양시노인복지관 서예 강사로 서예를 알리고 있는 그는 “내 반대편에 앉아 글씨를 쓰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흐뭇함이 올라온다. 한자나 붓글씨를 한 번도 안 써본 사람들이 글쓰기를 배워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에 내가 함께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보람”이라고 밝혔다.

서예가로서의 그의 행보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수상할 때마다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해 상금 대부분을 기부하기 때문이다. 2009년 광양 서예인상을 수상하며 인근의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처음 성금을 전달했고 그것이 인연이 돼 수상의 기쁨이 있을 때마다 나누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원로예술인 추대 당시에는 상금이 없었음에도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기부금을 전달해 냉장고, 청소기, 의자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그동안 먹고사느라 바빠 내가 일하며 번 것은 주변에 불우한 이웃에게 베풀지 못했다. 하지만 수상을 통해 받은 상금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돈이고 사회에서 나에게 준 것이니 다시 환원하는 게 맞다 생각해 나누고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마지막 날까지 글을 쓰며 서예를 알리고 싶다는 홍 서예가는 “사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도 다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나를 필요하다는 이들에게 물 한 컵 정도의 사람이 되고 싶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서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쭉 함께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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