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화재 진화 돕고 받은 장비 대여료에
사비 더해 취약계층 화재경보기 직접 설치

오길석 금실농원 대표가 농가 화재 진화를 돕고 받은 지원금에 자신의 사비까지 더해 취약계층 소방안전장비 지원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했다는 훈훈한 미담이 전해졌다.

이야기는 지난해 10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후 328분경 옥룡면 운평리 한 농가의 볏짚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겨울철 가축사료로 쓰기 위해 50마지기 분량의 볏짚을 창고로 옮기던 중 과열된 차량 배기관과 볏짚이 접촉해 불이 붙은 것이다.

광양소방서가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볏짚 사이에서 계속 연기가 피어올랐다. 더욱이 소방서 장비가 좁은 창고 안으로 진입하지 못해 진화 속도는 점차 더뎌졌다. 한가득 담아온 물탱크의 물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음에도 연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화재 진화는 어느새 3시간 가량 지났다.

오길석 대표는 주말 저녁이라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넘었을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농가에서 불이 났는데 볏짚 사이로 계속 옮겨붙어 진화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창고 입구가 좁아 장비 진입이 어려우니 그가 보유 중인 미니포크레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두꺼운 옷만 걸치고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도착한 화재 현장은 메케한 냄새와 희뿌연 연기, 다급한 사람들의 외침과 지친 몸짓, 불을 끄기 위해 곳곳에서 뿌려지는 물방울로 가득했다. 오 대표는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하며 연기 속에서 쉼 없이 볏짚을 들고 헤집어 날랐다.

뒤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작업에 지치거나, 연기에 숨이 막힐 때마다 창고 밖으로 잠깐 나와서 쉬었다 들어가길 반복했다. 거의 4시간 가까운 작업 끝에 불길이 완전히 잡혔다.

얼마 후, 광양소방서에서 화재 진화에 장비를 지원했으니 대여료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을 때 오 대표는 거절했다. 돈을 받기 위해 진화를 도왔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소방서 관계자의 대여료를 받지 않으면 우리가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어쩔 수 없기 받기로 했다. 평소 소방관의 노고를 안타까워했던 만큼 괜한 피해를 줄 수 없었던 탓이다.

별개의 이야기로 전남소방본부가 장흥군으로 이전 후 지난해 4월 식목 행사를 준비할 때 철쭉 2천주를 후원하기도 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지난달 광양소방서에서 38만원의 장비대여료가 입금됐다. 오 대표는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병원 생활을 하는 소방관에게 기탁을 할까도 생각해 봤다. 그때 누군가가 주변 이웃들이 집 안에 화재경보기가 없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후 옥룡면사무소에 연락해서 취약계층 30가구를 추천받고, 자신의 사비를 더해 구입한 화재경보기를 지난달 27일 직접 설치했다.

옥룡면사무소 관계자는 오 대표는 평소에도 봉사를 마다하지 않아 주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며 취약계층 환경정비 등 장비가 필요하면 언제든 돕고 후원도 꾸준해 항상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힘들게 화재 진화를 돕고 나온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화재경보기를 설치하면서 돈이 유익하게 쓰인 것 같아 보람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혹시 어디선가 화재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울 것이라며 누구나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는 그런 지역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길석 금실농원 대표는 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양시협의회 부회장, 바르게살기 전남협의회 부회장, 청소년육성회 광양지구 감사, 광양 문화원 이사, 국제와이즈멘 광양클럽 증경회장, 한국새농민회 회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해마다 꾸준하게 지역 내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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