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에서 시집 온 구잘의 한국정복기

▲ 우즈벡에서 시집 온 구잘씨
“시청근처에 금정이라는 불고기 집 있는데 아시나요? 그 건물 2층에 저희 사무실이 있거든요. 한 시 반에 거기서 만나요”
기자의 경우 외국어를 할 때 언제가 가장 답답했냐면 바로 전화통화를 할 때다.

외국인과 직접 대면해서 말할 땐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나 또 몸짓을 이용해서 의미전달에 서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됐지만 전화통화상에서는 순수하게 목소리로만 의미를 전달해야하고 알아들어야해 항상 초긴장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구잘 씨와 통화할 때마다 ‘이야 이분 정말 한국말 잘하는구먼’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난달에 열렸던 꽃 축제장에서 처음 만난 구잘 씨(26).
예쁜 얼굴과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구잘 씨는 축제장 한편에서 인기를 끌던 지구촌 푸드관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말 공부했냐구요? 아니요. 주변 이웃 분들이랑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었어요. 물론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하기엔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구잘 씨는 우리나이로 스무 살이 되던 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왔다. 어느새 6년의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남편과 아들 현우(6)군, 딸 소연(3)양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우즈벡에서 살던 당시 공부한 러시아어에 모국어인 우즈벡어 그리고 제2의 모국어가 된 한국어까지 여느 전문통역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구잘 씨는 현재 지역 내 유명한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활발한 성격과 확실한 자기관리로 광양은 물론이고 순천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

수년째 해오고 있는 지구촌 통번역 자원봉사단과 또 10개월째 접어든 화장품 카운슬러에다 지난해 9월부터는 아라방송 ‘남도GO’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지역의 숨겨진 비경과 풍물거리를 알리는 일도 시작했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처럼 살고 있는 구잘 씨.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 구잘 씨는 어느새 한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꿈을 실현해가는 멋진 모습이 되어있었다.
구잘 씨는 “가만히 있으면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나요. 한 것만큼 얻는 거고. 열심히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한다.

구잘 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듣는 한국 사람에게 한편으론 감탄을 또 한편으론 반성을 하게했다. 구잘 씨는 앞으로도 방송과 카운슬러로서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기회가 되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해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를 원했다.

“우리 애들 모두 잘 크고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좋아하는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야죠. 친정과 멀리 떨어져 친정식구들 보고 싶은 게 가장 힘들지만 제가 열심히 살면서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꿈을 향해 노력하고, 행복을 곁에서 찾으며 늘 감사하는 마음을 품은 삶.
구잘 씨는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문화가 다른 나라란 걸 명심하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한국말부터 잘 배우고 저처럼 모두들 행복하게 사세요”
구잘 씨의 따뜻한 미소아래 꽃샘추위가 어느새 저 만치 물러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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