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지구대 야간순찰 동행취재
‘32명 경찰관’ 4개팀, 4조2교대로 근무
낮과 밤의 이면…또 다른 광양의 모습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치열하다’

광양시 인구 15만1796명 그중 중마동은 지난달 22일 기준 인구 5만6570명으로 광양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그 때문일까, 광양경찰서 소속 중마지구대의 하루는 쉴 틈 없이 흘러간다. 전남에서 3번째로 치안 수요가 많은 곳인 중마지구대에는 관리자 포함 34명의 경찰관이 8명씩 4개 팀을 이뤄 4조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보통 하루에 약 50건 정도의 민원이 접수되며 특히 야간 사건 신고율이 높아 늦은 밤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따스한 햇볕에 반짝이는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인 중마동의 밤 현장을 중마지구대 야간순찰에 동행해 살펴보며 동시에 경찰관들의 애환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중마지구대의 불빛은 환하다.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중마지구대의 불빛은 환하다.

지난달 17일 시계가 밤 9시를 가리키던 무렵, 중마지구대는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후끈했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도움을 청한 30대 남성 때문이었다. 길 따라 정처 없이 다니다 보니 광양에 도착했다는 남성은 끊이질 않는 우울감에 다른 기관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불친절한 대응으로 마음이 닫혀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장에 나갔던 중마지구대 경찰관의 긴 설득 끝에 마음의 문을 열어 함께 지구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구대로 돌아온 경찰관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져 한쪽에서는 차분히 남성의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광양에 연고가 없는 남성이 쉴 곳을 알아보느라 분주했다.

21시 04분‘ 야간순찰 시작’
중마지구대에는 31호‧32호‧33호 총 3대의 순찰차가 있다. 그중 제일 신고가 많은 구간 순찰을 담당하는 31호 차에 서현식 경사‧손수원 순경과 함께 탑승해 야간순찰을 시작했다. 중마지구대의 야간순찰은 구역별로 조를 나눠 이뤄지며, 그중 31호 차는 사랑병원 부근 순찰을 담당한다. ‘순찰차’는 일반 승용차와는 다르게 운전석과 뒷자리가 플라스틱 칸막이로 분리돼 있고 시트 위로 비닐이 씌워있었다. 또 뒷좌석에서는 창문과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서현식 경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칸막이로 구분해뒀다. 시트의 비닐 커버는 흉기로 시트를 훼손하거나 간혹 주취자들이 실수하는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 일반 승용차와는 다르게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21시 07분“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순찰을 시작하자마자 들어온 신고에 31호 차는 빠르게 사랑병원 맞은편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장소에는 앳돼 보이는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버스정류장 뒤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에게 ‘여기서 담배피면 안된다. 벌금이 있다’고 말하니 돌아온 것은 욕설과 침이었다”며 “오히려 그쪽에서 경찰에 신고하라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도망갔다”고 말했다.

서 경사는 신고자를 진정시키며 “침을 뱉은 것은 현실적으로 경범죄 처벌밖에 되지않는다”며 “일단 순찰하며 찾아볼 거다. 못 찾을 수 있겠지만, 찾게 되면 담배를 뺏고 처리하겠다. 혹시 또 보게 되면 다시 신고를 해달라”고 일렀다.

밀려 들어오는 야간 신고로 쉴 틈 없이 근무 중인 중마지구대 경찰관들.
밀려 들어오는 야간 신고로 쉴 틈 없이 근무 중인 중마지구대 경찰관들.

21시 23분‘ 자영업자의 애환’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 취식금지 시간인데 손님이 이를 지키지 않아 편의점주와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지난달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밤 9시부터는 편의점 실내‧외 취식이 금지인 상황이었다. 신고장소에 도착해보니 손님들은 이미 자리를 떠난 상태였고 편의점주만 허탈한 표정으로 앞에 나와 있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하길래 9시 이후로는 실내외에서 먹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알았다’더니 야외에 있는 테이블에 서서 술을 먹더라. 한 번 더 ‘9시 이후로는 실내외 테이블에서 먹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자기는 벌금 10만원만 내면 되고, 나는 150만원 벌금 내니까 자기가 신고하겠다고 말했다”며 “이게 협박이지 뭐냐. 너무 모멸감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은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손님과 업주의 갈등 신고도 많았다.
지난달은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손님과 업주의 갈등 신고도 많았다.

이어 도착한 32호 순찰차에 탑승했던 한 경찰관은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 제한이 생기고부턴 술 마실 장소가 없으니 이런 신고가 꽤 많이 들어온다. 사회 현상에 따라 신고의 종류도 달라진다”고 전했다.
덧붙여 편의점주에게는 “계속 말하고 언성이 높아지다 보면 큰 싸움이 날 수도 있으니 다음부터는 이런 일에 상대하지 말고 바로 지구대로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21시 33분 “아저씨가 길에 누워있어요”
‘술에 취한 성인 남성이 길가에 누워 자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전한 위치인 중동 올리브영 앞으로 재빨리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지난달 17일은 기온이 계속 영하로 떨어진 ‘최강한파’였기에 주취자가 이대로 야외에서 취침할 경우,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손 순경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위치를 확인했고, 서 경사는 주위를 살피며 주취자를 찾았다. 그때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분이 “술 취한 아저씨 찾아요? 저쪽으로 갔어요. 가방을 크게 휘두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알렸고, 서 경사와 손 순경은 주취자를 찾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찾은 주취자는 다행히 인사불성 상태까지는 아니라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

술 취한 사람을 사고 없이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야간순찰을 하는 경찰관들의 주 업무
술 취한 사람을 사고 없이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야간순찰을 하는 경찰관들의 주 업무

21시 57분 ‘주차 뺑소니 신고’
신고 처리를 마치고 돌아온 31호 차, 또 한 건의 신고가 접수돼있다. 이번에는 아파트 ‘주차차량 뺑소니’였다. A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뺑소니 사건처리 중인 32호 차 동원을 위해 현장으로 방문했다. 주차 뺑소니 같은 경우, CCTV나 블랙박스에 찍히지 않으면 가해자를 찾기 어려우나, 다행히 신속한 32호 차 탑승 경찰관들의 대처로 뺑소니 가해자를 찾을 수 있었다.

22시 15분 ‘긴급신고 전화 확인’
주로 24시 영업을 하는 편의점에는 야간에 홀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긴급신고 전화’가 설치돼있다. ‘긴급신고 전화’는 가까운 지구대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긴급전화로 특정 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지정된 번호로 발신되는 시스템이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긴급신고 전화기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마지구대 경찰관들의 몫, 순찰 중 잠깐의 여유가 되면 편의점의 긴급신고 전화도 점검한다.

중동의 한 편의점에 방문한 서 경사와 손 순경은 ‘긴급신고 전화’를 직접 사용해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편의점주에게 “긴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긴급신고 전화를 사용하시고, 취식금지 시간 이후로 편의점 내외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대응하지 말고 바로 신고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밤 10시 반 ‘23호 미관광장’
밤 10시 반 ‘23호 미관광장’

22시 21분 ‘23호 광장 순찰’
빗발 치던 신고접수가 잠시 멈춘 시간이었지만, 중마지구대의 야간순찰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쉴 법도 한데 31호 차는 쉬지 않고 순찰에 나섰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23호 광장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있었고, 욕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떠들거나 벤치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서 경사는 “단순히 모여있다고 집에 가라고 강요하기도 어렵고, 담배 피우는 이들에게 다짜고짜 신분증 검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며 “아무래도 중마동에는 많은 학교가 있어서인지 학생들의 탈선 신고도 자주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마지구대의 주요 순찰 구역인 ‘23호 미관광장’은 특히 학생들의 탈선행위가 자주 이뤄지는 곳으로 시설물 파손, 화장실 몰카 등의 신고접수가 잦은 구간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귀가 조치가 어려운 것이 현실, 경찰관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순찰하며 지켜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22시 47분 ‘치매 어르신 가출소동’
순찰을 돌던 31호 차가 빠르게 어디론가 이동한다. 한 가정집 앞에 방문한 경찰관들은 익숙하다는 듯 신고자에게 말을 걸었다. “할머니 돈, 아무도 안 가져갔어요. 통장에 그대로 있으니 안심하고 집에 계세요”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할머니를 안심키는 경찰관들.

무슨 일인가 하니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자신의 돈이 없어졌다며 찾으러 나가겠다고 하는 중이었다. 깜깜한 밤인데다가 치매까지 앓고 있어 돈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가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관들은 한마음으로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처리해 나갔다.

23시 ‘층간소음 중재에 나서다’
“층간소음으로 윗집에 올라갔는데,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신고자의 매우 급한 목소리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재빨리 출동한 현장에서 만난 신고자는 생각보다 차분한 얼굴로, 경찰관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몇 번을 참았지만, 층간소음의 정도가 심해 윗집에 올라갔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며 다툼이 일어난 것.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층간소음’ 관련 신고율도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층간소음’ 관련 신고율도 높아졌다.

서 경사는 윗집을, 손 순경은 아랫집인 신고자와 이야기하며 이들의 상황을 중재시켰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시민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신고 사례도 이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다양한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들의 업무는 순찰이 끝이 아니다. 지구대로 복귀해 사건처리 서류를 작성하고,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현장으로 나선다.

직접 들여다본 중마지구대 경찰관들은 치안 수요에 비해 적은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지역민들의 범죄예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매일 밤, 낮 없이 일어나는 사건으로 쉴 틈 없을뿐더러, 다양한 사람을 응대해 감정노동 또한 커 보였다.

야간신고가 잠시 멈춘 시간을 틈타 사건처리 서류를 작성하러 지구대로 돌아온 서현식 경사.
야간신고가 잠시 멈춘 시간을 틈타 사건처리 서류를 작성하러 지구대로 돌아온 서현식 경사.

동행 내내 바라본 중마지구대 경찰관들은 다양한 사건‧사고로 지치고 짜증 날 법도 한데, 찡그린 표정 하나 없이 시종일관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다짜고짜 욕을 하는 주취자에게도 “술 드셔서 그런 건데 이해하죠”하고 웃는 모습에 괜스레 미안함이 올라온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밤은 많은 경찰관의 치열한 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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