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장애인들, 이용 시설 운영 재개‘ 화색’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장애인식 개선 활동 박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이후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이웃 중 장애인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인 배려, 이웃의 관심이 필요한 이들은 그동안 더 갈 곳이 없었고, 더 할 일이 없던 날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날부터 지역 장애인 이용시설의 운영이 재개됐다. 앞서 장애인복지관 등 이용시설은 감염 취약시설의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7일부터 수개월째 임시휴관 중이었다.

중마장애인복지관,‘ 쓰담 걷기’
신체활동 증진과 환경정화 효과

장애인복지관이 운영을 재개하기 며칠 전부터 중마장애인복지관은 ‘쓰담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올해 새롭게 시작된 ‘쓰담 걷기’는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변형해,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도록 했다. 주 1회 10여명의 장애인들이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으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장애인들은 지난 12일 중동 23호 미관광장에 모여 간단한 이론교육 후 산책과 환경정화 활동을 시작으로 19일에는 마동저수지생태공원에서 페트병, 스티로폼, 담배꽁초 등 생활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오는 26일은 중동근린공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쓰담 걷기’ 활동을 마친 후 활짝 웃고 있는 중마장애인복지관 회원들.
쓰담 걷기’ 활동을 마친 후 활짝 웃고 있는 중마장애인복지관 회원들.

‘쓰담 걷기’ 프로그램은 지난해 중마장애인복지관이 진행했던 ‘건강 걷기’ 활동을 하던 중 길가에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를 보면 구상됐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의 신체활동 증진 및 환경정화 효과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득호 사회복지사는 “환경정화 활동은 장애인들이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가장 많이 접해 친숙한 활동으로 이를 프로그램과 접목해 ‘쓰담 걷기’를 진행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일회용품 쓰레기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 데 환경을 지킬 수 있는 활동을 복지관에서 진행하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이다 보니 재밌어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로 답답했을 복지관 식구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해줘 감사하다”며 “곧 더워질 날씨가 걱정이지만, 연말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쓰담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정주 씨는 “평소 주위에서 깔끔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치우는 건 자신 있다”며 “쓰레기를 주워 깨끗해진 공원을 보니 기분 좋고 ‘내가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엽 씨 또한 “그동안 못 만났던 복지관 식구들 얼굴도 보고, 함께 쓰레기를 주으며 걸으니 너무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환경 보존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양장애인복지관, 장애인식개선 공모전
지역 곳곳 온·오프라인서 수상작 전시

광양장애인복지관은 지난 20일부터 제13회 장애인식개선 공모전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공모전은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해마다 추진되고 있다.

‘품:다 동네, 품:다 무장애’라는 부제로 이어진 이번 공모전은 지난달 14일부터 4월 8일까지 작품을 접수 받았다. 연령 제한 없이 광양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해 △문학 △미술 △영상·사진 △프로포절 등 4개 분야에 총 121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는 외부 전문가 및 내부 심사를 거쳐 꼼꼼하게 진행됐다.

제13회 장애인식개선 공모전 수상작품이 광양읍 서천변에 전시돼 있다.
제13회 장애인식개선 공모전 수상작품이 광양읍 서천변에 전시돼 있다.

 

문학 분야는 △광양시장상 강철호 △광양교육지원청 교육장상 마은혜 △국회의원상 조정혜 △광양시의회 의장상 이가온 △여수광양항만공사장상 이종임 씨가, 미술 분야는 △광양시장상 최예림 △광양교육지원청 교육장상 박재민 △국회의원상 오경진 △광양시의장상 김미영 △여수광양항만공사장상 조현서 씨가, 프로포절 분야는 전남사회복지사협회장상에 차유경 씨, 특별상은 한국예술총연합회 광양지회장상에 안예은 씨가 각각 수상했다. 아울러 김지우·박은세·신미선·양승한·조사랑·김지유·송영진·이지혜·이채은·임유진 씨가 장려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광양장애인복지관 1층 강당에서 진행 예정이다.

특히 문학 분야 광양시장상 수상작인 ‘가시’는 실제 글쓴이가 장애를 갖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다양한 면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구조와 부모가 된 뒤 애틋한 삶의 과정이 녹아 있다.

글의 내용 중 ‘나는 자연스럽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하루의 절반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절반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시각장애인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미술 분야 광양시장상 수상작인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 체육대회(최예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지 않고 차별 없는 공동체로서 체육대회를 여는 모습을 바라며 색연필과 물감으로 색을 입혔다.

광양시의장상 수상작인 ‘동행(김미영)’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동행’이라는 글자로 표현했다. 이처럼 작품마다 담아낸 의미를 듣고 난 뒤 다시 보면 의미는 더 깊게 전달된다.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광양읍 서천변 산책로를 따라 전시된 작품들은 사회복지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다음날인 21일, 비가 왔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시민들을 반겼다.

VR전시실을 통해서도 수상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VR전시실을 통해서도 수상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공모전 수상작 작품 전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역 곳곳에서 이어진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는 광양읍 서천변 시계탑 근처에서 전시됐다. 25일부터 28일까지는 광양희망도서관 3층, 4월 30일은 중동 시티프라자 광장, 5월 2일부터 6일까지는 광양읍사무소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VR전시실(bit.ly/3vw6NWP)이 마련돼 오프라인 기간이 지났어도 언제든 볼 수 있게 했다.
이영재 광양장애인복지관 관장은 “학생들과 시민, 장애인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사실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공모전을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차별없는 일상생활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올바르게 만들어가는 과정에 다양한 작품으로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수혜나 특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알려지고, 더이상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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