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나는 신발이 없을 뿐이란다

자연의 창조물인 나는 좋은 습관의 노예가 되리.
그리하여 자기 모습을 지키고 생명이 있는 한 웃으며
미래를 향하여 투쟁하리.
생각하리라, 수 천 톤의 바위를 녹여 한 덩어리의 금을 얻는다는 것을.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찰라에 지나지 않으리니
가치 있는 일을 평화로움이 깃든 바탕 위에서 이루어 나가야만 하리.
먼저 사랑을 베푸는 자만이 오래 산다하였으니,
끈기와 인내가 승리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고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만 나오는
- Garbage in, garbage out- 기계적인 세상에서
홀로도 수 천 톤의 바위를 녹여야만하리.
사랑하리라, 그 누구도 스스럼없이 사랑하리라
신발을 사주면 세 달 못 지나 다 떨어트리고 들어오는
개구장이 아들을 키우는 홀아비 있어
지금으로 말하면 폐지 등 재활용품 수집하여 팔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저문 날 타인의 집 대문 앞에서
이 것 저 것 주워 담다 중년 여인 필요하면 이 것도하며
신발 한 덩치 건네며
자신의 아들은 소아마비여서 신발 한 번 신는 것을 보는 게
꿈이었기 신발가게 지날 때마다 사 모은 신발이었으나
이젠 바람도 기대도 져버리고 아들은 죽어 필요 없게 되었다
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개구장이 아들을 껴안고
아들아 사랑한다!’ 하니 그 아들 그 후론 크게 변화하였다는 TV
어제 들려준 이야기보다 삶이 더 무겁고 힘들다 느껴질 때......
아카바의 선물이란 책 속의 한 이야기 떠올리라.’
나는 우울했다, 신발이 없어서...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나의 슬픔은 사라졌다.’
삶은 다 그런 것, 그래서 힘껏 껴안을밖에......
우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면 오늘도 내일도 기대하지 말자.
인생의 가치는 삶의 끝에 자리하는 법. 웃자.
웃는 자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으니
사람들아, 스스로를 가난하다 힘없다 말하는 자에게는
단지 신발이 없었을 뿐이란다.
이 땅을 먼저 살다 간 임마누엘 칸트는 절름발이였지만
그의 산책을 보고 주변의 사람들은 시계침을 돌리어 맞추었다.
그니의 말처럼 우리의 머리 위로 양심의 별이 뜬다보라,
그 빛의 밝음을.
우리의 영원한 친구는 눈으로 말한다.
사는 곳이 꽃밭은 아닐지라도 우리 서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그 것.
그 하나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라.’
고 또 를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찌 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 그래, ‘'’’ ‘우리
위하여 위를 보고 희망의 별을 향해 뻗어나가라고
! 말만 많은 세상에 사는 사랑하는 이여,
어떤 것에 지나치게 마음을 쏟기 전에
그것을 이미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살펴보라.
그러다 타당한 길이라고 느껴지면 가지 않은
작은 숲 속으로 난 노란 숲 속 길을 생각하지 말고
하던 일을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지속하라, 사는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지난 일을 탓하지 말라!
현재는 어제의 선택이고 미래는 오늘 나의 선택일 뿐이고,
여기 주어진 시간만 유황기 서린 성냥개비마냥 확 확 타고 있을 뿐이니......
!
!
!.

시인 허연

- 1966년 서울 출생

- 1991<현대시세계>로 등단

- 시집 <불온한 검은 피> 외 다수

- 2014년 현대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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