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광양제철소 주택단지와 포스코 교육재단
4) 아파트 단지

맨 처음 건설된 동백아파트

동백아파트
동백아파트

동백아파트는 옛 양도마을 터에 1983년 착공하여 1988년 준공하였다. 145층 높이에 18 평형 380 세대가 살고 있다. 단지 내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이고 대부분 남향에다가 복지회관에서 가까워 초창기 인기가 좋았다. 35년이 지났지만, 새로 칠한 페인트 덕분인지 새 아파트처럼 보였다.

동사무소를 통해 동백아파트 통장과 어렵게 전화 인터뷰를 하였다. 부끄럽다며 익명을 요구하였다. 1987년 결혼하고 포항 2년 살다가 신랑을 따라 1988년에 광양으로 왔으나 단지 안에 주택이 부족하여 중마동에서 얼마간 거주하였다. 드디어 1995년 제철단지로 이사해 왔다. 아파트 구조가 편리하고 금당동에 걸어가기도 가깝고 경관도 좋고 옆 야산을 산책하기도 좋다. 자녀들도 여기서 살면서 제철학교를 마치고 독립하였다. 남편은 내년 퇴직이나 아직 특별한 이사 계획은 없단다. 그녀는 주택단지 생활을 매우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다. 9월부터 3년 임기의 통장을 맡았단다. 주로 하는 일은 동사무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노인들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돌보는 일도 한다. 특유의 긍정적이고 쾌활함이 만만치 않은 통장 선거에서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았다. 동백아파트만의 매력을 묻자 다 좋다고 한마디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나서 서운했는지 동백아파트 가까이에 햇빛마을장애센터가 있다고 자랑한다. 동백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해 물으니 딱 두 동(5,6)만 리모델링하여 제철 간부들이 살다가 나중에 분양했단다. 큰 욕심 없이 제철의 장점을 바라보고 사는 그녀의 삶이 전하는 의미를 음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고층빌딩의 뷰view가 있는 사랑아파트

20층 높이 사랑아파트
20층 높이 사랑아파트

사랑아파트는 옛 비운도 옆에 1989년 착공하여 1992년 준공하였다. 1220층 높이에 21-24 평형 902 세대가 살고 있다. 1, 1 두 자녀를 둔 한 분(42)을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녀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도서관 봉사활동을 하였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집 밖에서 자라는 아이들 모습 보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의 독서 습관과 친구끼리 하는 말을 통해 자녀들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단다.

2002년부터 사랑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유치원은 밖으로 보냈다가 자녀들은 광양제철남초등학교로 보냈단다. 엄마들은 광양제철유치원은 인성과 놀이 중심이라 한글이나 산수를 안 한다, 광양제철남초등학교는 기초를 잘 잡아준다 등등 나름의 입소문에 따라 움직인단다. 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은 뜨겁고도 민감하다. 단지 안에 살면서 좋은 점은 유해업소가 없고 안전하단다.

공기 오염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겨 신경이 쓰이면서도 자녀교육을 위해 당분간 단지 안에 살 계획이다. 그녀에게 사랑아파트의 의미는 오직 자녀교육이었다.

이곳에 사는 김숙 씨는 신혼부부 시절부터 주택단지에 살았다. 1988년 백합아파트에서 시작해서 1992년 사랑아파트에 정착하였다. 그녀는 오빠가 사는 미국 시애틀에 매년 다녀오는데 그곳의 조경보다 이곳이 오히려 더 낫다고 한다. 그녀는 사랑아파트의 매력으로 단지 안에서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점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view’를 들었다. 여수쪽 바다와 중마동 가야산, 무지개다리 건너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 정도이란다. 아이들 어렸던 여름방학 때는 주말마다 타 지역의 조카들이 놀러왔다. 제철소 구경도 하고 가까이 지리산, 섬진강 등으로 안내하면 그렇게 부러워하였다고 한다. 평소에는 잘 모르지만 멀리 외출 갔다가 돌아오면 공해가 느껴진단다. 그녀 또한 초장기의 질서에 대한 향수가 있었지만, 장차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미래계획도시가 될 듯하다고 기대 섞인 소망을 내비추었다.

마당이 있는 장미연립

장미연립은 옛 대동마을 터에 1985년 착공하여 1986년 준공하였다. 145층 높이에 24 평형 172 세대가 살고 있다. 주변에 비해 약간 높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야트막한 산으로 에워싸고 있어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다. 장미연립 뒤편 반달 모양의 도로는 조깅이나 자전거 코스로 일품이다. 주택단지 내에서 뒷배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일부 단층주택은 단지 내에서 유일하게 마당이 있으며 시세는 억대가 넘는다. 어느날 직장 동료의 집들이 초대를 받아 처음 장미연립 주택을 방문하였다. 영화에서나 보는 잔디 위에 야외테이블을 놓고 한쪽에는 숯불 바비큐를 굽고 와인잔으로 건배 장면을 연출하였다. 아파트와 연립이 대부분인 제철 안에서 1층 주택을 생각했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주택공간에 다양성을 넣고자 하는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옛 금도초등학교 자리는 제철소 최고위 간부 사택이 있고, 아직도 몇 그루 큰 소나무와 느티나무들이 옛날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는 듯하다. 그린랜드, 골프장, 백운대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 안내판이 있어 이곳이 옛 금도초등학교 자리임을 알리고 있다.

학교단지와 가까운 목련빌라

목련빌라는 옛 내동마을 터에 1986년 착공하여 1988년 준공하였다. 394층 높이에 18-24 평형 567 세대가 살고 있다. 금호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우측으로 목련빌라가 시작된다. 이곳은 백운아트홀이 가까이 있어 음악이나 연극, 영화 등 문화생활에 최적지이다. 대신 큰 행사나 공연이 있는 경우 주택단지 내에 주차장이 붐비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적색 벽돌 연립주택 목련빌라
적색 벽돌 연립주택 목련빌라

목련빌라 3년 차 통장 이승대 씨와 인터뷰를 하였다. 그는 포스코 퇴직 11년 차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목련빌라에 살고 있다. 품질기술부에 근무하면서 철광석이나 석회석 같은 원료의 품질 분석을 맡았다고 한다. 그는 포스코를 퇴직하고도 자회사에서 7년이나 근무하였다. 지금은 오비(OB)모임이 3개월에 한 번씩 15명 정도 모여 가까운 곳을 여행한다. 포스코에서 소액이나마 지원이 있어 옛 동료를 만나는 것이 기다려진단다. 이곳은 두 사람이 살기 적당하고 주차장도 넓어 밖으로 이사갈 계획은 전혀 없단다. 초창기에는 전부 포스코 직원이라 단합이 잘 되어 통로별로 매달 단합대회도 하고 청소도 잘 되었는데 지금은 외지인이 많이 들어왔단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하단다. 18평형 1층은 고령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리고 학교가 가까워 제철고에 입학한 외부학생들이나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다. 요즘은 회사보다 광양시에서 관심을 두고 불편사항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또 한 분의 이곳 주민 이미수 씨를 만났다. 그는 포스코 학교법인에 행정직으로 1991년 입사하여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처음에는 고향인 순천에서 출퇴근하다가 2001년에 이사를 왔다. 법인 소유 주택과 시설 관리 업무를 맡아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비상 근무가 많아 장거리 출퇴근이 힘들었단다. 그는 목련빌라의 생활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외부보다 공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겨울철 난방도 잘 되고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라서 좋다고 한다. 1995년 결혼할 때만 해도 순천 24평 아파트와 단지 내 18평 값이 비슷하였다고 기억한다. 아내가 중마동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가끔 주택단지 밖으로 이사갈까 생각한다, 더 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벚꽃터널이 아름다운 장미아파트

이곳은 옛 대동마을 터에 1984년 착공하여 1986년 준공하였다. 265층 높이에 18-24 평형 661 세대가 살고 있다. 단지 안의 두 번째 주택이 장미아파트인지 장미연립인지는 좀 애매하다. 엄밀히 말하면 착공은 장미아파트가 먼저 했으나 법적인 준공일자는 19861014일로 같다. 거의 같은 시기에 공사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뷰에 응한 한 50대 중반 남성은 1999년 이곳 장미아파트에 입주하여 혼자 살고 있다. 직업상 이곳 금호동을 베이스로 삼아 일터를 따라 여러 곳을 다닌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줄어 집에 머물 시간이 많아졌다. 단지 생활의 좋은 점은 서로 사생활 침해 없이 불필요한 접촉을 피할 수 있고 가까운 거리에 웬만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살기에는 편하다고 한다. 초창기 인근 지역에 비해 쾌적하고 우월했던 시설과 생활환경이 이제는 뒤처지고 아파트 노후화로 인해 상수도 배관에 문제가 생기고 방음도 잘 안 된다고 한다. 그래도 무성한 나무들을 보면 위로가 되고 아무 때라도 안전하게 산책을 할 수 있고 특히 봄날 저녁 백운대로 가는 벚꽃 터널은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된단다. 그는 당분간 이사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김장하다 전화를 받은 최정희 통장은 1991년에 결혼 때부터 30년째 산다. 남편은 퇴직하고 단지 밖에서 4년 차 광고사를 운영한다. 목련빌라에 1년 전세를 살다가 그 이후 계속 장미아파트 18평에 산다. 앞집을 사서 시어머니를 모시려 했으나 매입이 지지부진하다. 좀 더 넓은 초원아파트로 이사할 생각도 했었지만, 주차장이 넓고 편리한 이곳에 계속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자녀 결혼을 앞두고 남편이 화장실이 둘 있는 중마동 넓은 곳으로 나가자고 해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손님들이 많이 와서 같이 요리를 하면서 왁자하니 좋았는데 지금은 집이 좁으니 그러기가 어렵단다. 그래도 늙은 부부 둘이서 살기에는 딱 좋단다. 평소에도 노인 목욕봉사나 다문화 가정 방문교육 등 봉사활동을 좋아해서 통장 역할은 힘들지 않다고 한다. 가끔 위아래 층간 소음이나 누수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힘들단다, 통장님, 힘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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