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막걸리 전도사들 순천 행복전집에서 모였다

봄 오는 듯하더니 어느새 낮이 길어졌다. 날이 길어지면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여기저기 논에 물을 대고 이양기가 모를 심는 모습이 옛 풍경과는 사뭇 다른 요즘 농촌의 모습이지만 몸이 젖듯 한바탕 농사일에 빠져 땀을 흘리고 나면 생각나는 게 바로 막걸리다. 오죽하면 농주라고 했겠는가. 피곤한 농민의 가슴 속을 달래며 피로를 잊게 해준 것이 바로 막걸리였던 까닭이다.

모처럼 찾아든 광양농협 하나로 마트에도 막걸리를 찾는 손들이 많아졌다. 평소에도 눈에 익은 광양읍 세풍리부녀회 정경애 회장의 장바구니에도 빨간 뚜껑 광양막걸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마련, 뭘 그리 잔뜩 사가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은 이랬다.

바깥양반이 다른 계절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 농사철이면 꼭 술을 찾는 버릇이 있어요. 이마저도 끊었으면 싶은 게 굴뚝같지만 서도 몸이 힘드니 그리 찾는 거니까 말릴 수도 없고...그래도 다른 술보다야 막걸리가 몸이 덜 상하니까 막걸리를 사갖고 안가요. 오죽하면 농주라고 했겠어요?”

두말하면 무엇하랴. 새벽에 나가 해질무렵 터벅터벅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농사일이고 보면 간장이나 위장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막걸리가 단연 으뜸이다. 한잔 걸치고 나면 어느새 노곤해지는 몸, 피곤이 찾아오면 쥐도 새도 모르게 혼곤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막걸리에는 지금도 유전돼 오고 있는 법이다.

이번엔 그 많은 막걸리 중에 왜 빨간 뚜껑 광양막걸리냐고 물었다. 답은 또 금세 돌아왔다.

술도 못 마시는 사람한테 물을 말은 아닌데, 바깥양반이 꼭 광양막걸리만 찾으니 안 그렇소. 이상하게 다른 막걸리는 안 찾고 이(광양막걸리) 막걸리만 찾으니 한 번 바깥에 나오면 이렇게 열 댓 병씩 한꺼번에 사들고 가지요

그 양반 말이 이 막걸리가 텁텁하지 않고 개운하다는 건데 건 뭔 맛인 줄도 모르는 나는 잘 모르겠고. 바쁜 농사철인데 매번 나올 수도 없어서 한 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자시도록 하는 게지요. 그래도 사흘을 못 버티요

정 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땡기는 막걸리는 어쩔 수 없다. 많이 마시진 못하고 주당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지만 나름 나만의 술의 역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참을 일이다. 아니 참을 수 있다. 오늘 저녁 광양막걸리 김종현 대표를 비롯해 스스로들 광양막걸리 매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과 불콰한 저녁 약속이 있지 않은가.

오늘은 전집으로 유명한 행복전집 순천시 금당공원점에 빨간 뚜껑 광양막걸리 전도사들과 함께다. 행복전집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 구석 테이블에 김종현 대표와 이선아 회장을 비롯한 112자전거봉사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뚜껑 광양막걸리의 순천 진출을 기념해서다.

저녁 7시가 약속인데 퇴근길 교통체증으로 좀 늦어 들어갔더니 타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안주가 나오기도 전인데 이미 한 순배가 돌았는지 기운이 제법 탁자 위에 낭자하다.

빨간 뚜껑 광양주조공사와 112자전거 봉사대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초부터다. 김종현 대표가 112자전거봉사대에 후원하면서 맺어진 인연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와 만나는 자리는 광양막걸리 외에 다른 주종을 선택할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룰이 존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양막걸리 매니아가 됐다.

이선아 112자전거봉사대 회장은 모임을 하다보면 이제 광양막걸리를 마시는 게 당연해졌다면서 지역아동센터 등등에 후원에 힘써 주고 있는 김종현 대표와 함께 하는 자리가 매번 즐거우니, 오늘 참석하진 못했지만 우리 사무국장님은 이제 무조건 광양막걸리만 찾는다며 환히 웃었다.

맥주파였다가 막걸리로 주종을 바꿨다는 또 다른 회원은 맛있으니 먹는 거다고 답했다. 워낙 단호한 답변이어서 왜 광양막걸리냐는 물음이 뻘쭘해질 만큼이다.

바투 안주가 들어왔다. 막걸리와 찰떡궁합인 홍어삼합이다. 푸짐하기가 이를 데 없다. 홍어 삭힌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입에선 어느새 침이 고인다. 당연 건배 제의가 들어오고 모두들 서둘러 막걸리 한 잔. 뒤이어 들어온 행복전집 명품 모듬전이다. 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제정신에 귀가가 어려울 듯하다.
 

또다시 광양막걸리 예찬이 이어진다. 다른 회원은 원래 여수막걸리를 먹었으나 광양막걸리로 갈아탔다. 광양사람이 이렇게 좋은 동네막걸리가 있는데 굳이 다른 지역 막걸리를 찾을 이유가 있느냐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여자분이나 젊은 세대들의 광양막걸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전해줬다.

이 회장은 예전에 여수막걸리나 순천막걸리에 밀려 광양막걸리를 찾을 수 없었는데 광양주조공사의 노력으로 광양막걸리가 우리지역을 넘어 이렇게 인근지역에서도 찾을 수 있게 돼 참 기분 좋다면서 결코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만큼 빠르게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현 대표는 이제 막 순천에 진출해서 현재 100여 군데 배급되고 있다. 옆 손님들도 광양막걸리를 찾았다. 아직 첫걸음을 뗀 것이지만 차차 광양막걸리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막걸리다. 그래서 막걸리 심부름은 사라고 하지 않고 받아 오라고 하는 것이다. 막걸리에는 쌀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지역마다 막걸리가 있지만 맛이 조금씩은 다르다. 알코올 도수 6도 제한도 풀려 14도 이상까지 다양해졌다.

막걸리는 통풍치료와 예방, 지방간 제거, 혈관 청소와 요산 수치 저하, 암세포 억제, 만성피로 회복 등 만병통치 식품이라고도 한다. 발효 과정을 거치는 까닭이리라. 하루 2잔 정도를 흔들어서 마시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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