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금호도에 남아 있는 옛 흔적과 이주민들의 현재

2. 금호도 이주민 현재의 삶과 바람
1) 90% 이상의 이주민이 광영동에 모여 살다

금호도 이주민들은 광양제철소가 건설되던 1983년 초가을을 시점으로 광양시 광영동 이주단지로 집단이주하였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지만 90% 이상의 이주민 1세대들이 광영으로 이사하여 살아왔다.

2) 상가와 일반주택은 심지 뽑기로 분양 받다

이주단지는 상설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가 건물과 일반주택으로 조성되었다. 상가와 주택지는 심지 뽑기를 하여 당첨된 택지를 부여받아 국민주택융자금을 받거나 일부는 자비를 충당하여 건축되었다. 상가와 일반주택을 정하여 입주하게 되면서 경제적인 수입 창출이 현격하게 달라졌다. 추첨을 잘 하여 상가 건물을 짓게 된 가정은 지금까지도 상가 임대료를 받거나 직접 상업 활동을 통하여 경제적인 수입을 창출해오고 있다. 반대로 일반주택을 분양 받게 된 가정들은 건물로 인하여 수입이 발생되지는 않지만 대부분 이주단지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일반주택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 1세대 중에는 직장생활을 하거나 난전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오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이주민 1세대들은 이미 작고하였거나 연로하여 자식들의 봉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금호도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광영동 이주단지 전경
금호도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광영동 이주단지 전경

3) 금호도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광영동 상설시장

상설시장은 이주민 1세대 어르신들이 추첨을 통하여 분양 받게 되었다. 분양 받은 개별 점포의 평수가 한 평 남짓이었으므로 좁아서 아무 장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가들은 네 가정의 몫을 한 사람이 매입하여 각종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외지인들에게 점포를 팔아버린 경우도 많다. 이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는 광영상설시장은 식당, 건어물 가게, 고추 방앗간, 부식 가게, 분식점, 식육점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상가를 추첨하지 못한 이주민 1세대 중 소수의 어른들이 지금도 난전에서 무리지어 굴, 바지락, 홍합 등을 팔거나 각종 어초·어물·곡물 등을 팔고 있다. 때문에 광영상설시장은 금호도 이주민 가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옛 금호도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호도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광영동 상설시장
금호도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광영동 상설시장

내년이면 건축한 지 40년째인 이주민 주택단지

이주민 주택은 골목별로 한 회사가 맡아서 일괄적으로 건축하였기 때문에 집 구조나 평수가 비슷하다. 금호도 사람살이와 크게 달라진 점은 네 개 마을 사람들이 섞여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도촌, 내동, 대동, 양도 등 네 마을 사람들이 심지를 뽑아서 지번을 분양 받아 건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새로운 이웃들이 만나 40여 년째 오순도순 살고 있다. 처음 이웃이 되었을 때는 같은 섬에서 살았어도 마을별로 떨어져 살았던 터라 거리감이 있었지만 이젠 서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눠 먹기도 하고 대소사를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 이주민 주택단지는 건축한지 오래되어 보기 흉할 정도로 낡은 집이 태반이다. 이주민 2세대들은 주택단지에서 성장하여 어느덧 중장년이 되어 묵은 집을 리모델링하여 살거나 이웃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지만 낙후된 이주단지의 현재 모습은 흉측하기 짝이 없다.

개량하지 않은 금호도 이주단지 주택들
개량하지 않은 금호도 이주단지 주택들

4) 금호도 이주민이 꿈꾸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한 이주단지 리모델링!

주택단지가 조성된 지 어언 40여 년이 지난 요즘 이주민들은 리모델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재건축이면 더 좋겠지만 리모델링이라도 하여 쾌적한 공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주민 가정들은 드문드문 새로 집을 리모델링하여 살아가고 있는 가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광양시 보조사업으로 외벽에 벽화를 그렸거나 스스로 페인트칠을 하는 수준이다.

최근 이주민들은 생활하기 안전하고 쾌적한 재건축을 원하는 추세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연구 결과물을 접하는 광양시 관계자나 광양제철소 관계자들이 광영동 이주단지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광양제철소는 지역민을 위한 선도적 기업으로, 광양시는 낙후된 지역 없이 민생 잘 꾸리는 지자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금호도 옛 정취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5) 광양의 보물섬 금호도! 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광양시와 포스코의 역할

이주민들의 소망은 작고 소박하다. 이주하고 난 뒤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금호도를 그리워한다. 간혹 백운아트홀에 트롯 가수의 공연이나 마당놀이 공연이 있을 때 관람을 목적으로 들어가는 것 외엔 고향인 금호도에 들어가 꼼꼼하게 변화된 풍경을 살펴볼 기회가 미미하다. 아주 소수의 이주민 중에는 아직도 배를 가지고 있어서 고기잡이를 한다. 때문에 옛 섬 주변을 자주 왕래할 수 있다. 그런 계기가 없는 이주민들의 경우에는 옛 고향땅을 밟아볼 기회가 드물다.

이제 이주민 2세대들이 1세대들 못지않게 원하는 것은 첫째, 금호도 이주민 기념관을 지어 역사를 재구성하고 관광지로 활성화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주단지와 금호동을 잇는 다리가 건설되어야 한다. 금호동 학교 단지와 이주단지 입구로 다리를 건설하고 그곳에 광양의 어업을 책임졌던 이주민역사박물관을 세우는 것이다. ‘매부 좋고 누이 좋다는 옛 말을 떠올려보자. 광양제철소나 광양시가 문화콘텐츠 활성화에 앞장서서 손해볼 일이 있는가? 인근 지역인 곡성이나 장성은 존재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홍길동마을이나 심청마을도 만들어서 관광 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주민역사박물관건립은 두고두고 광양제철소나 광양시에서 우려먹을 수 있는 훌륭한 수익사업이 아닌가?

둘째, 금호도 문화시설들이나 공간들을 주민들과 함께 이용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점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금호도 이주민과 현지인들의 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미래도 없다는 단순한 원리를 생각하며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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