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백운산초피연구회’ 24일 창립총회 개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고소득 작목
농가들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자리매김 기대

최근 초피(젠피·제피) 가격이 고공행진 하며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광양지역 초피 재배 농가들이 ‘초피연구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다압지역 초피 재배 농가들은 오는 24일 광양지역 초피 재배 농가들과 함께 ‘광양시 백운산초피연구회’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농가들은 연구회 결성을 통해 선진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병해충 등 어려움에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초피나무는 3~7m 높이로 자라는 떨기나무로 늦봄에 연노란색 꽃이 모여서 피며, 잎은 가장자리가 오돌오돌하다. 열매는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잘 익으면 벌어지면서 씨는 검은색, 씨를 둘러싸던 부분은 짙은 밤색으로 변한다. 열매껍질에는 약 4%의 정유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유효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강한 매운맛을 내는 산솔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강력한 국소마취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추어탕 등을 먹을 때 너무 많이 넣으면 혀의 감각이 둔해지고 얼얼한 느낌이 오래간다. 그러나 적당량 넣으면 생선·육류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입맛을 돋워준다.

또 소화를 도우며 어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열매가 익을수록 매운맛과 국소마비 작용이 강해지는데, 이 매운맛은 살충작용도 강하다. 초피 열매껍질을 민간에서는 구충제 및 방향성 건위약이나 염증약으로 많이 쓴다. 

김치를 담글 때 초피 열매껍질을 넣으면 감칠맛을 더해주면서도 잘 쉬지 않으며, 초피나무 잎은 향이 매우 독특하고 강해 옛날에는 모기향 대용으로도 이용했다. 

이처럼 초피나무는 역사적으로 잎, 열매를 약용 및 향신료로 사용해 왔으며, 소염진통 및 항산화 작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안전성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피는 외국 향신료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향이 좋아 일본인들이 수매해 갈 정도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초피를 재배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초피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지리산과 백운산 부근에서 나는 초피가 향기가 제일 강하고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고 있다.

비교적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는 초피나무는 눈이 많이 오는 곳이나 찬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수확이 적어진다. 뿌리가 땅속에 얕게 내리므로 적당히 물기가 있는 땅이 좋으며 심은 지 3년째부터 열매를 딸 수 있다.

또한 햇빛을 바로 보는 곳보다는 나무 사이사이 틈새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다른 나무와 혼식을 해도 좋다. 

그동안 초피는 나무 특성상 가시가 있어 수확이 어려워서 농업인들의 관심이 멀어졌으나, 접목묘으로 가시가 없는 민초피나무가 보급되면서 재배와 수확이 한결 수월해졌다. 

김충현 다압농협 조합장
김철수 광양시 백운산초피연구회장(좌)과 김충현 다압농협 조합장

현재 다압면 내 민초피 재배농가는 10~12ha의 재배 면적에서 8톤 가량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양·구례·하동 등이 주 생산지지만 그중에서도 광양이, 광양에서도 다압면이 생산량의 60%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다압면에는 각지에서 초피 구입을 위해 찾는 장사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초피가 올해 가뭄과 복숭아씨살이좀벌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매실 대체 작목으로 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확 기간이 길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약이나 거름을 안 해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수요대비 공급이 안 돼 가격이 1Kg에 5만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김철수 광양시 백운산초피연구회장은 “초피는 5월 매실 딸 때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수확한다. 매실처럼 전정을 안 해도 되고 농약이나 거름도 안 해도 된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농사로 농촌에 소득이 없을 시기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매실이 중요한 소득작물이었으나 이제는 대체 작물을 찾아야 할 때다. 초피 재배는 우리가 계속해왔던 것이고 잘 할 수 있는 농사”라며 “현재는 1Kg에 5만원대 가격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런 가격은 우리가 원하는 가격 아니다. Kg에 2만원 이상만 형성돼도 좋다. 연구회를 통해 초피 재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충현 다압농협 조합장은 “40여년 전에도 초피를 염장해 일본에 수출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3년 전부터 일본에서 수출 요구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생식했을 때 유해균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초피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때 많은 농가가 초피를 재배하다 포기를 했으나 여전히 상당수의 농가가 초피를 재배하고 있어 다행이다. 초피연구회 출범을 계기로 초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초피와 산초는 비슷하지만 이용면에서 차이가 있어서, 초피는 추어탕을 민물고기 요리에 향신료로 많이 쓰이고 산초는 주로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쓴다.

초피는 잎이나 열매를 씹어보면 잠시 후에 톡 쏘는 맛과 매운맛, 아린맛과 입안이 환한맛이 있는데, 이런 특징으로 향신료로 쓰기에 좋고 산초는 잎과 열매를 씹어보면 향만 있고 툭 쓰며 매운 자극적인 맛은 없다.

초피는 향이 강하고 끝맛이 상쾌하고 환한맛으로 시원한 느낌이 있고, 산초는 초피에 비해 향

과 맛이 다소 약하고 끝만에 약간의 역겨움이 느껴진다. 그러므로 산초는 맛이 순해서 장아찌등의 반찬을 만들어 먹기에 적격이다.

초피는 살균작용이 강해 음식물의 산패방지에 효과적이라 김치 담글때 적당히 넣으면 빨리 시어지는 것을 막아주어 신선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고추가 수입되기 전에는 초피가루가 고춧가루를 대신 했다고도 한다.

산초도 씨앗을 빻아서 민물고기 매운탕 등에 향신료로 쓰기도 하고 몸의 어린잎을 국에 넣어 먹기도 하는데, 가을이라도 산초의 새순을 따서 삼겹살등 육류를 먹을때 쌈에 곁들이면 대단한풍미가 있다.

향신료로 쓸때는 파란열매를 쓰기도 하지만 약용으로 쓰고자 한다면 열매가 완숙되어 갈라터질 무렵에 채취하여 쓰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