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시민신문 이사, 황순원문학제 디카-시 공모전 대상
활짝 핀 버섯보며 시장에서 험난한 생 사신 어머니 기억

강현수 광양시민신문 이사
강현수 광양시민신문 이사

강현수 광양시민신문 이사가 제19회 황순원문학제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 2000년 작고한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황순원문학제 디카-시 부분에서 강 이사는 짙은 녹음에 숨었다가 활짝 몸을 연 버섯의 모습을 디카에 담은 <하지의 기억>이라는 시로 대상을 차지했다. 예선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7편과 경쟁해서다.

나무와 풀 속에 가려 몸을 숨기고 있던 버섯이 활짝 몸을 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뒤 이를 어머니의 양산에 비유한 것인데 하늘길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한 소쿠리에 가득 담겼다. 

본심 심사위원장인 문성해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치열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대상이 된 작품은 <하지의 기억>”이라며 “장맛비에 솟아나온 커다란 버섯을 보며 시장에서 험난한 생을 사신 어머니를 기억하는 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폭염 한 소쿠리’와 ‘하늘길 뒤꿈치’라는 자연의 디테일한 부분을 짚는 세밀한 눈과 버섯을 ‘하얀 양산’으로 변주해내는 감각은 놀랍고 서늘하다”고 극찬했다. 

 

대상을 수상한 강 이사는 “디카-시를 알고부터는 어디를 가든지 사진을 찍는데 이번 대상을 받은 버섯 사진도 하지 무렵 중마동 현충탑 둘레길을 돌다가 우연히 휴대폰 카메라로 찍게 됐다”면서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을 이겨 내기 위해 하얀 양산을 쓰고 다니시던 어머니가 생각났고, 어머니를 화자로 해 쓴 시가 대상이라는 영광을 안겨 줬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시가 그렇겠지만 A를 B로 전환해 생각하면 좋은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곧 버섯을 어머니의 양산으로 바꿔 생각한 것이 이번 시의 모티브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제 작품이 과연 대상을 받을만한 작품일까 생각하면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뿐”이라며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4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한 것은 지난 5년의 시간이었구나 돌아보면서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가슴에 새겨 더 좋은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이사는 시를 언제부터 썼는지를 묻는 광양시민신문의 질문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시는 태어날 때부터 썼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아이와 부모가 공감하는 순간이 오는 데 이 공감이 바로 시”라고 말했다. 

강 이사는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부터다. 디카-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가 있음을 알게 됐고 문학의 미래를 위한 실험적 도전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시적 대상의 모티브를 짧은 언어 표현으로 창작해 내는 새로운 문학 장르인데 사진과 언어, 이 둘의 만남이 이 둘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 세계를 빚어내는데 디카시-의 깊은 매력”이라고 말했다. 

사실 강 이사는 문학소년, 혹은 문학청년이라는 시기를 거쳐 왔다. 몸부림의 시절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밤을 새우며 시를 썼다.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공부를 했거나 도움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시’라는 매력에 이끌렸다. 

하지만 어느 해 중앙일간지인 D신문사 신춘문예의 최종심에 오르고서도 신춘문예라는 높은 벽을 결국 넘지 못해 시 쓰는 작업을 포기한 채 포스코에 입사한 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시에 대한 끌림을 놓지 못했다. 약 5년 전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시, 시조, 디카-시를 함께 쓰고 있다. 

강 이사는 “앞으로 글 쓰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면서 “중마동에 있는 ‘문화공간 이음’에서 내년쯤 디카-시 시화전을 열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디카-시집도 출간하고 못다 이룬 신춘문예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며 “부족함을 알지만 날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놓았던 꿈을 다시 주워 희망의 불씨로 삼고 싶다. 느리기도 하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가슴 뛰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경남 고성에서 출생한 강 이사는 현재 중마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통일문예 공모 장관상 수상, 고성 디카-시 장려상 수상, 시와 편견 디카-시 신인상 수상했다. 현재 지엘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편 dica-poem. 흔히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적 장르다. 디카-시가 명실상부 멀티미디어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장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순간으로 표현되는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감정이 영상과 함께 명징되는 까닭에 단문임에도 불구하고 감성적 질량은 상당한 무게를 가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여 기존의 전통 시 장르에 비해 극순간성, 극현장성, 극사실성, 극서정성을 강렬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는 정당하다.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예술적으로 재구성, 혹은 변용되는 기존 시 장르와는 달리 영상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결합하면서 포착으로부터의 파생되는 것이 바로 디카-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는 시대적 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공감을 끌어내며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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