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미술관서 처음 열리는 이경모 개인전

대한민국 기록사진계의 거목

이경모의 생애와 작품세계 조망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사진가 이경모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진전으로 이경모의 사진 140여 점과 그의 생애가 담긴 개인적인 자료들이 다수 전시 중이다.

지난 6일부터 열린 이번 전시전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진행된다. 
광양 출신 사진가 이경모(1926~2001)는 호남 신문사(현 광주일보의 전신)의 사진부장으로 재직하며 각종 역사적인 사건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의 현장과 전국 각지의 풍경과 문화재, 그리고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사진은 사건과 풍경의 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단순히 역사적 자료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적·미학적 측면에서의 고유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엔군 휴전협상대표단을 실은 헬리콥터가 회담 장소인 개성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 이경모 1951.7.
유엔군 휴전협상대표단을 실은 헬리콥터가 회담 장소인 개성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 이경모 1951.7.

이번 전시에선 이경모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중 비교적 전시 이력이 없는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며, 그의 사진들이 지닌 기록적 측면뿐만 아니라 예술적 측면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여순사건과 6·25 전쟁을 기록한 사진으로 유명한 이경모는 “여수, 순천에서 숨져간 2천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동족 간의 내전으로 인해 3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은 분명 우리 민족에겐 아직까지도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고 부끄러움으로 존재한다”면서 “그런 역사의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그런 비극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고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기록했다. 

이경모의 말처럼 이번 전시에선 그가 찍은 여순사건 사진들과 전쟁 전후 사진들을 다수 선보이며 사건들의 중요성과 함께 작가의 시선과 성실한 기록의 여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사진가 이경모가 사건만을 담아내는 사진가가 아닌, 사건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피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풍경을 미학적으로 고려해 사진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인 ‘역사가 된 찰나’ 역시 이경모의 작품들이 사건 안에서 잊히기 쉬운 개개인의 역사가 담긴 찰나를 사진으로 건져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경모 작가가 사진가로서 소신 있게 삶과 역사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던 한편 그의 사진에는 ‘예술가적 시선’이 담겨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관람객들이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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