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 실패 때문에 재첩 등 어업피해 수천억원”
정부 “하천수위와 어업피해 인과관계 규명 우선”

20208월 홍수피해로 환경부가 육상 피해에 대한 보상에 나섰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섬진강 어업피해에 대한 보상계획은 기약이 요원한 실정이다.

정부가 뒤늦게 어업피해 원인조사를 위한 용역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댐 방류로 인한 하천수위 변화와 어업피해 간의 인과 관계를 증명한 뒤에야 결과에 따라 추가 어업피해 조사용역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재첩과 벚굴 등 어업피해 보상은 또다시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년 섬진강 어업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온 광양시와 경남 하동군 어민들이 정부의 시간 끌기와 소극적인 대처를 맹비난하고 나선 배경이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유역환경청, 영산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9일 다압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광양어민대표와 경남 하동군 어민대표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섬진강댐 하류 어업피해 원인조사 연구용역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용역비 15천만원이 소요되는 이번 섬진강 하류 홍수에 따른 수생물 서식환경 변화의 영향 분석을 통해 20208월 홍수에 따른 하천이나 수자원 시설로 인한 하천 수위 변화 어업피해 발생구간에서의 하상변동 특성 비교분석 하천 수위 및 유량변화 등에 따른 수생물 서식환경 변화 분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발생한 섬진강 홍수 피해 자료사진
지난 2020년 발생한 섬진강 홍수 피해 자료사진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중조위(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권고사항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용역을 통해 하천과 댐 등 수자원 시설로 인한 하천 수위변화와 어업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방침이라며 용역 결과에서 홍수로 인해 어업피해가 발생했는지 조사가 될 것이고 하천 피해 생태계 피해 등등에 따른 법적 구제가 가능할지 여부는 그 결과를 보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진행하는 이번 용역이 어업피해 원인조사가 아니라 홍수와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어업피해 규모와 배보상 관련 문제가 또다시 미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용역비 역시 턱없이 부족해 기존 문헌자료를 답습하는데 그칠 것으로 우려하는 까닭이다.

한 어민대표는 용역비 15천만원 갖고 무슨 용역을 할 수 있느냐. 기존의 문헌자료를 갖고 짜잡기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추경을 세워서라도 어업피해 관련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어업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어민대표 역시 육상피해 용역조사가 12억원을 들여 이뤄졌다. 그러나 15천만원 갖고 어느 어업피해 전문기관에서 용역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한 뒤 “(홍수 발생 뒤)지난 2, 24개월 동안 어민들의 피해는 수천억대에 이른다면서 어업피해에 대한 용역인 만큼 실제 전문기관을 통해서 실제 홍수로 인한 피해가 어떻게, 얼마만큼 발생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침수피해 사건을 할 때 하천구역 안에 권고사항을 받아 이행하려는 것이고 과업 범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협의를 하려고 온 것이라며 어업피해와 하천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용역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천에서 물이 범람해 주민들의 생활권 파괴한 육상구역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으나 하천구역 내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아 별도로 피해용역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하천 수위 변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용역을 통해 인과관계 규명이 되면 정확한 어업피해는 추가로 용역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민대표들은 홍수와 어업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겠다면서 정작 어업피해조사와 관련해서는 또다시 시간만 질질 끌면서 어민들만 애타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면서 홍수 피해 이후 벌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가)물 관리를 잘못해서 어업피해가 발생했다. 어업피해 원인은 무엇 때문에 재첩과 벚굴이 죽었는지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어업피해 원인과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연구용역이 진행돼야 궁극적인 용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홍수·수자원 시설물과 어업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정부 입장과 홍수로 인한 어업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어민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이번 용역을 사이에 두고 양측의 대립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광양시와 하동군 어민들은 지난 20208월 발생한 홍수 피해에 대한 배상 결정 당시 배상 범위를 육상피해로 제한하면서 하천구역 피해부분을 조정대상에서 제외하자 당시 홍수로 인해 막대한 어업피해가 발생했다며 중조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정부는 홍수가 발생할 경우 하상변화와 수산물 손실, 어류이동은 자연적인 현상인 데다 집중 호우 시 어선이나 어구 손실 등의 피해는 예견된다면서 육지부 수해사건도 하천구역은 조정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관계법령을 들어 별도 어업피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배상 역시 제외했다.

이번 용역은 지난 2월 중조위가 대한민국(환경부)에 대한 홍수 시 하천시설 또는 수자원시설로 인한 하천수위 변화와 어업피해 간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연구용역을 조속히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함에 따른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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