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국제행사 사후 시설물의 공공개발 타당성(5)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운영 주체를 여수광양항만공사로 변경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 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의 강용주 이사장은 “박람회장은 여수만의 자산이 아니라 전남 동부권 전체 주민, 나아가 전남도 전체를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하는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공공개발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후활용계획에 따라 민간주도 방식의 사업 참여와 개발을 통해 박람회장을 해양관광 리조트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박람회 정신과 유리된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크고, 민간투자 유치 저조로 인해 박람회 시설의 노후화 등 한계에 직면했다”며 “민간투자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 감소와 최소 운영비 미확보로 향후 박람회재단의 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박람회장 운영을 위해 연간 약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나, 자체수입은 약 80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에서는 민간매각에 따른 난개발 방지를 위해 박람회 정신과 주제에 맞는 사후활용계획 수립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 2019년 11월, 남해안 지역의 국제회의 수요 증가와 해양복합관광 클러스터 구축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 공공개발을 건의학고,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로 국제컨벤션센터를 건립해 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전남도의 이러한 건의에 따라 해양수산부도 공공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의 운영 주체가 되는 것이 현실성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판단해 추진 중이라는 것.

전라남도의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의 공공개발 추진 건의에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여수 출신 주철현 의원의 여수박람회법 일부개정안 대표 발의에 따라 관련법이 개정된 가운데 해수부는 공식적으로 “재무안전성을 갖춘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공공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법률 개정안 통과에 주력한 데 이어 공공개발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지역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여수세계박람회장

공사 인수 시 문제점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하고, 박람회 재단을 흡수하게 될 경우 직면하게 될 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박람회재단이 짊어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박람회재단은 37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는 공사에 막대한 재정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취등록세 등을 고려할 경우 공사가 떠안아야 할 재정부담은 4천억원 이상이 된다. 또 박람회장을 정상 운영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별도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 막대한 시설투자는 공사를 재정적으로 부실하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20년 기준으로 부채 비율이 25~30% 미만으로 다른 공사나 공공기관에 비해 재무 안전성이 좋은 상태다”며 “여수박람회 재단의 권리와 의무를 다 이관해 가더라도 재무적 타당성 분석을 해본 결과 부채 비율이 향후 2030년~50년까지 4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부채 비율은 올라가더라도 실제 자산 가치가 자본으로 잡혀 감정가액이 1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채 비율이 40%까지 올라가더라도 재정 건정성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오히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자본 축적으로 신용도가 올라가서 투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해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해양관광활성화사업단을 설치하고 박람회장 인수 후의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광양지역사회에서는 항만개발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박람회장 인수와 정상화에 투자될 경우 광양항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박람회재단 소속 직원들을 인수하는 문제도 공사로서는 골칫거리다. 이는 기존 공사 직원들의 심각한 인사 적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은 “공사로서는 정부가 결정하면 따라야 하지만, 부채문제와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전남도와 해수부 등에 “엑스포재단이 갖고 있는 3658억원의 부채를 어떻게 할 것인가, 31명의 재단 인력에 대한 고용승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사 인수후 수익모델 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부채 상환기간을 20년이나 30년으로 늘려주면 도움이 되지만, 10년 내에 갚고 활성화 시키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기재부 협의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가능성
여수세계박람회장은 교통, 숙박, 관광 등 마이스 복합지구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객관적인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강용주 박람회재단 이사장은 “박람회장이 마이스복합지구로 최적지라는 용역사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박람회장이 국제회의지구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국제행사 유치 등을 다양한 고민과 함께 개발 주체에 대한 합의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2천석 이상의 컨벤션센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천석 이상을 갖춘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1천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전남지사와 여수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예산확보가 어렵다보니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역할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떠넘기는 분위기다.

강 이사장은 “2천석 이상의 컨벤션 센터 확보는 마이스복합지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민간참여 유도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이벤트 이후의 시설활용
여수에 앞서 1993년 박람회를 개최한 대전의 경우 행사 후 대전엑스포기념재단을 설립해 박람회장을 관리했다. 재단은 박람회장 중 상설전시구역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으나 이 민간업체는 1997년 운영권을 반납했다.

그리고, 정부는 1999년 박람회장 소유권을 대전광역시청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엑스포기념재단은 해체됐다.

대전시는 같은 해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법인을 설립해 지방공사가 운영을 맡도록 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행정안전부는 2008년 법인청산명령을 내린다.

이후 대전시는 2011년 대전마케팅공사를 설립하고, 이듬해에는 지방공사 엑스포과학공원 흡수합병한 후 2014년부터 시가 직접 주관해 엑스포재창조사업을 실행한다.

이후 엑스포장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튜디오큐브가 건설되고,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이전했으며, 지난 8월에는 신세계컨소시엄의 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와 엑스포타워가 개장했다.

올해 1월 대전관광공사로 명칭을 변경한 대전마케팅공사는 엑스포과학공원의 한빛탑, 엑스포기념관, 대전드림아레나는 유지하고, 이매지네이션관(현 돔영상관), 테크노피아관(현 시뮬레이션관), 우주탐험관, 자원활용관(현 에너지관), 인간과 과학관 등 대부분의 엑스포 시설물을 철거했다.

평창강릉아레나 1층에 조성된 강릉올림픽뮤지엄의 실내 모습.
평창강릉아레나 1층에 조성된 강릉올림픽뮤지엄의 실내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강릉아레나와 강릉컬링센터를 관리하고 있는 강릉시는 대회 종료 후 강릉아레나는 리모델링을 시행하여 지상 1층은 각종 공연 및 문화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강릉올림픽뮤지엄’을 조성해 2021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강릉아레나의 지하는 기존 보조링크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실내수영장으로 조성해 올해 8월 준공하고 12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실내체육관을 컬링 경기장으로 리모델링해 조성한 강릉컬링센터는 대회 종료 후 컬링 링크를 보존하여 각종 컬링대회 개최 및 컬링 선수들의 전지훈련, 시민과 관광객들의 컬링 체험 공간과 강릉시청 컬링팀의 전용 훈련장으로 사용 하고 있다.

강릉시는 강릉아레나에 각종 공연 및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지하는 실내수영장으로 운영하여 시민들과 관광객을 위한 문화·체육복합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2023 세계합창대회,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2026 ITS 세계총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강릉컬링센터는 세계선수권과 국가대표선발전 등 각종 컬링대회를 적극 유치하고, 전지훈련장과 컬링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강릉컬링센터는 2023 세계믹스더블&시니어컬링선수권대회를 유치했으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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