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규 광양중흥산성쌍사자석등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

박두규 광양중흥산성쌍사자석등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
박두규 광양중흥산성쌍사자석등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

국보 제101호 고려 지광국사탑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주겠다는 문화재청의 결정을 받아내고, 2024년 귀향을 준비한 강원도 원주시. 반출 문화재가 원래의 지역으로 돌아가는 희귀한 이 사례는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환수위원회’(이하 석등 환수위’) 활동의 본보기다. 그래서 지난 11월 하순 원주시를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탑이 돌아갈 현장까지 살폈다.

원주시의 지광국사탑 환수운동

원주문화원 전)사무국장 윤병진 씨는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는 신념으로 17년 동안 환수운동을 추진했다. 50여 개의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원주 문화재 지광국사탑 환수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학술대회와 토크콘서트 등을 열며 운동했다. 이에 원주시는 물론 강원도 행정과 정치권이 적극 참여하며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광국사탑은 1911년 일본인이 불법 반출, 매매해 오사카로 밀반출됐으나 조선총독부가 반환시켰다. 경복궁에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나 포탄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채 방치되다가 졸속 복원해 어색한 모습인 것을 2015년 문화재청이 원상회복 조치를 시작했다.

이에 지광국사탑 환수추진위원회는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원상회복과 반환을 요구했다. 탑이 반출된 법천사지는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지만, 마을 하나를 이루고 살 정도의 넓은 터전이었다. 법천사지에는 국보 제59호 지광국사탑비가 외롭게 있었고, 그 앞에 지광국사탑 터를 손질해 놓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원주시는 15년 동안 280억원을 들여서 법천사지 발굴조사를 10회 실시했고, ‘법천사지 유적 전시관을 마련해 개관을 앞둔 상태다. 혹시라도 2024년 문화재청에서 지광국사탑이 원래 있던 곳에서는 보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실내 전시관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준비했다. 원주시의 환수운동과 유적발굴 현장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석등 환수위의 활동과 광양시 문화정책이 따라가야 할 모범이었다.

광양 쌍사자 석등 환수를 위하여

광양시민들도 과거에 쌍사자 석등 반환운동을 펼쳤지만, 지난해 9석등 환수위가 새롭게 출범해 12월 학술대회를 열고 환수운동을 시작했다. 그 학술대회를 통해 반출 경위의 오류를 바로잡고 문화재적 가치를 고찰했다.

한 발제자는 쌍사자 석등 반환을 원한다면 중흥산성 삼층석탑 주변을 시민참여형으로 발굴하고 국립박물관에 버금가는 시립박물관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원주시가 발굴하고 전시관을 마련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에 석등 환수위에서는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터와 삼층석탑 주변의 발굴조사와 시립박물관 건립을 포함하는 문화정책의 뼈대가 마련되기를 고대한다. 우리 광양시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해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삼으면서 석등 환수운동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 발굴조사는 중흥산성을 포함시키고 저수지는 해체하는 것까지 검토하여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삼층석탑 주변은 저수지와 중흥사 신축으로 유적이 훼손되었을 것이지만 발굴하고 석등의 위치를 복원해야 한다. 국보 제103호 석등과 보물 제112호 삼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던 제 자리를 복원하는 것이다.

둘째 시립박물관은 그동안 광양시의 여러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돌려받고, 향토자료를 모으고, 쌍사자 석등을 전시할 공간까지 확보하는 규모로 추진하면 좋겠다.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이후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시민들에게 시립박물관은 필수적인 요구 사항 아닐까.

셋째 광양시 문화정책 기본 구상이 수립되고 시민이 공유하길 바란다. 문화재, 문화시설, 문화예술활동 지원 등의 기본 계획을 시민과 전문가가 숙의하여 마련하고 단계적 추진을 합의해 가는 것이다.

시민에게 천 년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쌍사자 석등, 그 유구한 창조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광양. 국보와 함께 하는 문화도시의 꿈을 현실에서 이뤄가길 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