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광양시의원, 광양환경공사 수집운반환경미화원 체험 후기

달력의 페이지를 한 장 남긴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4시 45분 직동1길 17-3번지에 있는 광양환경공사 주기장에 서동용 국회의원과 박경미 전라남도의원, 신용식·박철수·김보라 광양시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광양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날 이들은 골목을 돌며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해 차량으로 운반하는 작업에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직 깜깜한 한밤중이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벌써 쓰레기 수집 운반 차량에 시동을 걸어놓고 출동(?)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안전모와 야광 조끼, 장갑 등을 착용한 후 가벼운 몸풀기 운동을 시작으로 작업 중 안전 수칙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기기가 작동하는 중에는 차량에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쓰레기가 분쇄되면서 차 안쪽부터 쌓이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나 플라스틱 조각들이 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작업반장님의 신신당부에 이어 함께 이동할 조와 차량번호, 구역이 정해졌다. 광양환경공사는 금호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 총 134명의 미화원이 25대의 청소 차량을 운행하며 생활폐기물 수집조와 재활용 폐기물 수집조로 나뉘어 구역별로 활동하는데 운전원 1명과 수거조 2인이 1조로 편성된다. 이날 나는 광영동 구역에서 일반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무를 맡았다. 

주기장에서 출발해 가야로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운전담당 팀장님과 수거 담당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팀장님께서는 “광영동 주택가는 도시락 업체들이 많아서 업무 강도가 높은 구역인데, 여성의원이 배치돼 많이 걱정된다”며 “그래서 원래는 거리 양쪽을 지그재그로 이동하면서 수거하는데, 오늘은 일단 한쪽 거리만 먼저 수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벽에 하는 활동이라 추울까 봐 지레 겁을 먹은 나는 등에 핫팩을 붙이고 두꺼운 롱패딩을 입은 채 야광 조끼를 껴입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본 운전 담당 팀장님께서는 “김 의원님, 활동하시다 보면 더우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으셨고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제가 좀 추위를 많이 타서요”라고 답했다.

가야로부터 수거 활동이 시작됐다. 도로변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들을 차에 옮겨 실으면 되는 다소 간단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거의 10~20m마다 제각각 쌓인 쓰레기들은 종량제봉투에 담겨 잘 정리된 상황도 있었지만, 일반 봉투에 재활용품과 생활 쓰레기들이 섞인 채 마구잡이로 버려지거나 상자에 대충 담긴 경우들도 많아 빠른 시간 내에 재활용품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겨우 500m쯤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쓰레기봉투를 들어 차량에 던지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안전모 안은 땀이 흥건해졌고 영하의 추위에도 나는 결국 롱패딩을 벗어 던졌다. 

주택가에서 내놓은 쓰레기는 비교적 가벼웠다. 그러나 식당 앞, 특히 도시락 업체들 앞에 놓인 쓰레기들은 안 씻고 내놓은 일회용기들이 50ℓ 종량제봉투를 가득 채운 채 수십 봉투씩 놓여 있어 엄청 무거웠다. 있는 힘껏 들어 올려 차량에 실었더니 이내 옷은 음식물 쓰레기 국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무게도 무게였지만, 골목 골목을 누비며 높은 쓰레기 수거차에 타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몇 번 반복하자 무릎과 어깨 등에 무리가 갔는지 통증이 느껴졌다. 

‘열정과 패기로 3시간쯤이야, 별거 아니지, 애도 키워봤는데’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업무를 방해할 수는 없기에, 있는 힘껏 쓰레기를 들어올려 번쩍번쩍 던지는 나를 보고 팀장님은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는 강하다”며 “양쪽 거리 다 수거해도 되겠다”며 칭찬해주셨다.

한 노동자분께서는 “예전에 발판이 있어 차량 뒤편에 매달려 수거할 때 비해 지금의 작업 방식이 훨씬 더 노동강도도 세졌으며 작업 시간도 더 많이 소요돼 비효율적”이라며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오히려 더욱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력 부족과 처우 개선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광양에 새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데, 증차나 인원 보충은 거의 없어 업무량만 늘고 있다”며 “아침 5시에 출근해 오후 2시까지 주 6회 근무하면서 하루에 5회 이상 차량을 채우고 비우는 일을 반복하지만, 민원이 끊이질 않아 추가 업무를 할 때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이어 “명절이나 특별할 때는 오히려 더욱 쉴 수가 없어 가족들과 여행이나 여가를 계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인력충원과 더불어 주기장이 비좁아 제대로 쉴 공간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내가 맡은 구역에 유일하게 설치된 거점수거공간(클린하우스)에는 수거함이 설치돼 있어 차량에 연결하면 기기가 함을 들어 올려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런 거점공간이 권역별로 설치돼 있다면 업무가 편해질 것 같다는 나의 의견에 “우리도 거점공간 설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는 있지만 수거함이 있으면 시민들이 더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내다 버린다”며 “또 내 집 앞에는 설치를 반대하기도 하고, 재활용수거함에도 무단투기가 너무 많아 시민의식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시간여를 광영동 주택가를 누빈 결과 쓰레기 차가 가득 찼는지 쓰레기를 뱉어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광양읍 죽림리 산 128-1번지에 조성된 광양시 생활폐기물 매립장으로 가 차량에 쓰레기를 비워내야 한다. 12년여를 광양에 살았지만, 이곳은 처음 가봤는데, 보기에는 흙으로 덮인 넓은 공간이었는데, 근처에 다다르니 냄새가 ‘아, 이곳이 쓰레기 처리장’임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현재 광양시 생활폐기물 매립장은 1994년 매립면적 13만3천㎡에 매립용량 314만5천㎥인 1단계 공사가 착공한 이후, 2단계 매립용량 101만7천㎥ 사업이 2028년까지 추진된다. 79만7천㎥ 3단계 사업은 2037년까지 추진된다. 현재는 매립율은 53.41%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배출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될 예정이어서 친환경 소각시설 설치를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3일 같았던 3시간의 체험이 끝나고 주기장으로 돌아와 함께 작업했던 분들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서동용 국회의원은 “노동자의 노동이 없으면 이 세상이 단 한 치라도 움직이는지 보자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절감한 시간이었다”면서 “무단 투기 방지 및 시민의식 제고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정치권에서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 역시도 쓰레기를 집 밖으로 내보낸 이후를 일상에서는 크게 생각지 않고 살았는데, 체험해 보니 우리의 쾌적하고 평온한 일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시는 분들의 노고를 새삼 깨닫게 됐다. 특히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나부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다. 
“환경미화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제공=김보라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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