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세상 사람들에게 투자의 귀재(鬼才)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며 그 투자 방법 중 독서를 으뜸으로 꼽았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에서 오랜 연구 끝에 평화롭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최고의 방법 역시 독서라 결론지었다고 한다. 늦공부로 천재성도 노력도 아주 부족한 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마는 독서로 내 몫만큼 노년의 즐거움을 음미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부족한 만큼 위대한 분들이 남긴 독서에 관한 책들을 연초에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새롭게 하기도 한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도 작심 3일로 대부분 끝나지만, 연초에는 건강을 위해 조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상시로 돌아간다고 한다. 올해에 미흡하면 내년에 다시 결기를 다지면 될 일 아닌가.
올해에는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라는 부제가 붙은『최재천의 공부』라는 책과 지난해에 수학부문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를 수학자의 길로 인도했다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을 골라보았다.

우선 목차와 머리말을 읽으면서 흥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두 분 저자와 같이 나도 청소년기 인생을 대책 없이 살아왔고 수학을 좋아했다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해본다.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농사를 지으라는 아버지 말씀에 예 복습은 거의 하지 않았으나 수학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사춘기의 고민이 있을 때는 나는 의례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붙들고 늘어졌다. 아버지께 유일하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일도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소나기에 호복이 젖는 줄도 모르고 밭일 하던 아버지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수학 문제를 푸느라 넋을 놓고 있던 일화도 있다. 부전자전일까 신통한 것은 자식 놈도 국립 특수 대학교에 수학으로 합격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최 교수의 책에서 내가 가장 감명을 받은 대목은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라는 말과 “공부하는 줄 몰랐는데 배워져 있더라”이다. 나 또한 언감생심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평생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 나이 들며 범사에 감사하며 즐겁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이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시작하여 돌아와 밟는 이 땅의 소중함과 감사함으로 마음을 정리하듯 독서 또한 다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구색과 조화와 변화의 위대함을 보며 오해와 아집과 독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닐까.

『학문의 즐거움』은 부제가 말해주듯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해버린 어느 늦깎이 수학자의 인생 이야기이다. 크게 위로받은 대목은 친구의 사귐에 있어 “마음에 맞는다든가 의기투합할 수 있는 친구보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친구,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친구를 선택하여 사귀었다”라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만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꾸준히 반복하여 노력하면 모든 지식이 의년 중에 연결되어 지혜를 얻는 바탕이 된다는 글도 관심 있게 봤다.

“배우는 일은 즐거우며 생각하는 일은 더욱 즐거우며 능력껏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 또한 참으로 즐겁다”라는 말속에 저자의 살아온 인생행로가 고스란히 보였다. 
수학자들에게도 최고의 찬사는 연구의 결과가“아름답다”라는 말이라 한다. 땀과 눈물로 갈고 닦은 연구 성과는 그 광택과 수려함을 동료 경험자만이 알아보고 공감해  주어서가 아닐까.

어떤 어려움도 고통 뒤에는 즐거움도 따른다. 목표의 달성은 성취의 즐거움도 크지만, 때론 목표 자체가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 발전과 새로운 도약의 버팀 몫이 되어주기도 한다. 자식들에게 소중한 것은 먹이고 공부시키는 것도 소중하지만, 완벽함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지라도 성실한 자세와 인간으로서의 바른 마음가짐을 은연중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으며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함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달 들어 구입한 10권의 책 평균단가는 16천 원 선이다. 이해와 공감으로 감명을 크게 받는 책은 물론 어느 책이든 가성비로 보면 한 끼 식사비와 비교가 되겠는가. 도서관에서 빌려 봐도 되겠지만, 나에게는 책에 밑줄을 자주 긋는 습성이 있고, 점차 어려워지겠지만, 언젠가 다시 보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언젠가 자식들이 책 속에서 늙은 아비의 독서 모습을 추억해보며 책을 가까이하기를 소망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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